D-5일, 선거 종반전이다. 대선을 일주일 남겨두고, 표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여론조사가 13일 일제히 발표됐다. 여론조사 공표시한 마지막 날에 맞춰 11~12일 집중적으로 실시된 14개 언론사의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0.1∼3.9%p로 나타났고, 오차범위를 벗어난 결과는 단 2군데뿐 이라고 한다. 가장 근접한 조사결과로는 박 후보는 47.8%, 문 후보는 47.7%를 얻어 격차가 0.1%인 초박빙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아무도 최종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이다. 이제 선택은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 몫이다.
그렇다면 남은 기간 동안 선거의 주인인 국민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후보와 정당이야 당선을 위해 당연히 최선을 다해 뛰겠고, 좀 더 적극적인 시민들은 지지후보의 선거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형편이 안되는 대다수 유권자들이 선거기간 중에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이런 저런 자리에서 선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시민들의 모습이다. 그러다 보면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열띤 논쟁을 하다가 그 열기가 지나쳐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도 심지어 부부사이에도 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곤 한다.
이제 싸울 필요 없다.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든 얼굴 붉히지 않고 즐겁게 함께 할 수 있는 공통의 일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투표참여운동이다. 투표참여운동은 여야 지지후보가 누구든 모든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국민운동이다. 항간에 투표율이 몇 %가 넘으면 누구에게 유리하고 몇% 이하이면 누구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들을 하곤 한다. 엄격히 얘기하면 모두 틀린 말이다. 실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투표율이 높아지면 국민주권의 시대, 국민승리의 시대가 열린다는 사실이다. 투표하는 국민이 많아질수록 정치권이 주권자인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투표는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다.
마침 11일 중앙선관위가 '18대 대통령선거 2차 유권자 의식조사'(12월6일~7일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자 1500명 가운데 1198명(79.9%)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즉 국민 10명중 8명이 투표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2차 조사에서의 적극적 투표의사층(67%)보다 12.9% 늘어난 것이며 16대 대선에서의 2차 조사결과(80.5%)에 육박한 수치다. 실제 투표율은 17대 대선이 63%, 16대 대선이 70.8%다. 아무튼 이번 투표율이 지난 17대 대선보다는 높아진다니 고무적인 예측이다.
또한 이번 중앙선관위 통계에 따르면 적극적 투표층(79.9%) 중 23.1%가 '아직도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이라고 한다. 이를 유권자수로 환산하면 무려 700여만명이다. 대선 판세가 초박빙 양상으로 흐르는 현재 선거구도에서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동안 이들 부동층의 표심이 누구에게로 흐르느냐가 당락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임에 틀림없다.
시민의 선한 의지가 모여 이룬 작은 기적
투표참여운동과 관련된 일화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때는 20년 전 92년 2월쯤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약칭 공선협) 사무차장으로 시민운동에 몸담고 있을 때다. 당시 필자는 <경실련> 지방자치국장으로 일하면서 14대 국회의원선거기간 중에 100여개 시민단체의 연대기구인 <공선협>에서 투표참여 캠페인과 돈 안쓰는 깨끗한 선거캠페인을 전개했었다. 당시 <공선협>에서는 투표참여운동의 일환으로 '투표참여, 금권선거 거부'란 글귀가 적힌 스티커와 가슴에 다는 동그란 뺏지(캠페인 택)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소액을 받고 나눠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지금은 흔한 운동방식이 됐지만 당시로서는 시민운동 초창기 시절이라 운동방식도 생소했고, 시민단체 회원들의 힘만으로는 확산의 속도나 범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필자는 이 재미난 새로운 운동방식을 어떻게 빨리 확산시킬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했다. 머리를 짜낸 끝에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때만해도 스마트폰은 물론 웹서비스가 상용화되지 않은 시절이라 신문, 방송만이 거의 유일의 확산매체였다. 생각해 낸 아이디어란 공선협의 투표참여스티커와 뺏지를 드라마소재로 등장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사랑이 뭐길래'란 드라마에 이들을 출연(?)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해당 방송국에 전화를 해 '사랑이 뭐길래'의 작가였던 극자가 김수현 작가의 연락처를 물어 알아냈다. 전화를 하니 글을 쓰실 때만 오신단다. 그래서 그분에게 김 작가 앞으로 편지와 우편물을 보낼테니 꼭 좀 전달해 달라고 신신당부 했다. 그리고 생면부지의 김수현 작가 앞으로 편지를 쓰고 문제의 캠페인스티커와 뺏지 10여개를 동봉했다. 편지내용인 즉 "우리는 어떤 단체이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운동을 국민에게 널리 알려 시민들을 이 운동에 참여하게 하고 싶다. 작가님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러니 동봉한 캠페인 스티커와 뺏지를 배우들의 대사에 넣어 소재로 한번만 꼭 등장시켜 달라. 꼭 좀 도와 달라"는 요지의 절박하고 간절함이 담긴 부탁 편지였다. 그 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드라마에 정말 나오는게 아닌가. 놀라운 일들은 그 뒤에 벌어졌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방송이 나간 뒤 여기저기에서 드라마에 나온 공선협 스티커와 뺏지를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지금 기억하기로 100만장 이상의 스티커, 수 십만개가 넘는 캠페인 뺏지가 며칠사이 동 났다. 정당(주로 야당)은 물론 교회, 사찰, 사회단체에서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심지어 초,중고등학교 앞에서 투표참여 캠페인을 하고 있노라면 여학생들이 달려와 뺏지를 달라고 북새통이 일어나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선협>통장에 시민들의 성금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물론 소액성금이 다수였지만 그중에는 '빚진자'란 명의로 익명의 시민이 보낸 천만원이란 거금이 통장에 찍혀 있기도 했다(당시는 금융실명제실시 이전이라 가명입금이 가능했다) 밑으로부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봇물 터지 듯 일어난 감동적 사건이었다.
필자는 이 작은 기적을 경험하면서 미디어의 위력을 실감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선한 의지의 힘을 보았다. 그렇다. 세상에 빚진 자들의 선한 의지들이 모여 작은 기적을 만든 것이다.
여야 모두 투표참여운동에 동참해야
기억 속에 묻혀 있던 20년 전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간절함과 절박함 때문이리라. 이제 시민의 자발적 참여의지, 소망을 한데 모을 때다. 투표참여운동이 절실한 때다.
이를 위해 여야 후보와 정당, 시민들에게 제안한다.
첫째, 여야정당과 시민단체는 투표참여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투표참여운동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를테면 투표일까지 '투표하면 국민이 이깁니다'라는 펼침막을 거리에 내걸고 '투표참여, 국민승리'가 적힌 캠페인 뺏지를 후보로부터 당원, 시민단체 회원들의 가슴에 달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면 어떨까? 특히 정치인들은 자기선거 하는 것 이상으로 더 열심히 새벽녁부터 늦은 밤까지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시장곳곳을 돌며 시민들에게 자당후보의 지지운동과 함께 투표참여를 호소해야 한다. 아울러 여야후보는 16일 마지막 TV토론 때 시청자가 잘 보이도록 가슴에 투표참여 캠페인 뺏지를 달고 출연해 지지호소와 함께 투표참여 호소도 함께 하면 어떻겠는가? 여야 후보는 투표율의 높고 낮음에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국민의 참정권을 높이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시민들은 각자 나름대로 온갖 재미난 방법으로 투표참여운동에 참여하자.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투표놀이를 하는 거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선거를 시민의 축제로 만들자. 이를테면 각자 가정에서 작은 펼침막에 '(卜)'을 만들어 아파트베란다에 내걸기도 하고, 손전화로, 인터넷으로 (卜)이모티콘을 만들어 놀이도 하는 ...등등. 즐겁게 선거놀이축제를 하는 거다.
선관위 예측조사 투표율 80%를 목표로 정하고 신명나게 투표참여캠페인을 전개하자.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다. 참고로 박정희 후보가 김대중 후보를 이긴 71년 대선 투표율이 79.8%였고, 87년(89.2%), 92년(81.9%), 97년(80.7%)이었으니까. 선거는 입후보한 당사자들에게는 피 말리는 싸움이지만 국민에게는 신나는 축제여야 한다. 힘든 여정에서 박후보는 모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말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문후보는 투표율이 77%가 되면 광화문에서 말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다. 비려비마(非驢非馬), 나귀도 말도 아닌 것이어서는 안된다. 바라건데 투표율 80%를 달성해 진짜 말춤 한번 실컷 추어보자. 12월 19일, 오후6시 시청광장, 대학로. 인천 주안역앞, 광주 전대앞에서, 부산역 광장...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민승리의 멋진 축제 판이 벌어졌으면 진짜 좋겠다.
오늘 나부터 당장 행동으로 옮기련다. 올해 처음 투표권이 생긴 아들과 함께 (卜)모양의 펼침막을 그려 아파트 창문 밖 난간에 걸어 놔야겠다. 그리고 인증샷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여기저기 마구마구 보내야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