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포항시 남구 대잠동 환경미화원 복지관에서 환경미화원들과의 면담으로 4일 아침을 열었다. 시내 각지 청소를 위해 흩어지는 환경미화원들을 배웅한 뒤에는 죽도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새벽 경매에 한창인 상인들을 만났고 세 시간이 넘는 일정 끝에 밥 한 술 뜬 곳은 포항공대 구내 식당이었다.
여느 격전지 후보에 비할 바 없이 재게 움직였던 걸음은 출근시간이 끝나면서 여유를 찾았다. 두세 시간 간격으로 띄엄띄엄 잡혀진 오후 일정에 대해 선거 관계자는 "여러 곳을 다니기보단 한 곳을 가더라도 충분히 설명하고 많이 듣는 심층 유세"라고 소개했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란 유례없는 프리미엄에 6선을 바라보는 관록까지 붙어 이 부의장은 말 그대로 '경쟁자가 없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달성군에서 '몰입 유세'를 펼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전국 최다득표 자리를 다투고 있는 이 부의장에게 한 지역신문은 '웰빙 후보'란 별칭을 붙여 놓았다.
'대통령 덕'에 땅값 오른 포항

후보가 느긋하면 유권자들은 심드렁하기 마련이다. 지난 대선부터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전국적인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고 후보자간 쫒고 쫒기는 열전이 벌어지지 않는 지역에서야 선거란 봄바람만큼이나 무심한 것인 듯 했다.
대신 선거는 안중에도 없는 포항 사람들의 눈과 귀는 온통 '개발'에 쏠려 있었다. 시내에서 만난 평범한 직장인들은 부동산 중개업이 본업인 양 포항의 개발 예정지를 읊어댔다.
북구 흥해읍에는 현대중공업 유치가 유력하고 영일만에는 신항만이 들어온단다. 신항만 개발에 맞춰 우회도로 공사도 땅을 파기 시작했단다. 고속철이 들어오지 않아 영세해진 포항 역사는 물류 중심의 신역사로 새단장을 하고 포항과 경주 사이 감포에는 거제도 이상 가는 조선소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단다.
그리고 "몇 년을 꿈지럭대던" 이 공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것은 모두가 "이명박 덕"이란다. 신항만 주변의 땅값은 대선을 전후해 3.3㎡당 백 만원을 넘어섰고 포항 사람들 사이에선 "포항 출신 과장급 공무원들이 서울 가면 국장급 대우를 받는다더라", "포항 시장이 중앙에 가면 알아서 사업을 내준다더라" 등등 "이명박 덕"을 전파하는 '카더라 통신'이 난무했다.
'개발'과 '발전'을 논하는 사람일수록 이 부의장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았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40대 정 모씨는 "이 부의장이 6선을 해야 내놓은 사업들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내다봤고, 신항만 주변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30대 서 모씨는 "행님도 동생 덕을 봐야 하고 우리도 동향 덕을 보고 싶다는 게 솔직한 포항의 정서"라고 전했다.
서 씨는 "구미도 박정희 덕을 보고, 대구도 전두환 덕을 많이 봤는데 포항도 이명박 덕 좀 봐야지예"라며 "이상득을 당선시켜도 압도적으로 당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의장 역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표몰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개시하면서 이 부의장은 "포항을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일갈했고, 이 부의장의 정책공약 제 1번도 '포항·울릉 100년 미래 동해안 르네상스'로 시작한다.
"안 나오면 모양 좋았겠지만…다른 사람이 없어서"
하지만 '개발' 얘기에 신나게 열을 올리던 사람들도 "그래서 덕 좀 봤냐"는 질문엔 다시 한 풀이 죽었다. "땅 값만 올랐지 월급쟁이들이 사놓은 땅이 있겠냐"는 대답이었다.
50대 회사원 이 모씨는 "정치란 게 원래 떠들 때나 신나는 거지…"라며 "그냥 남의 얘기 하듯이 '대통령도 우리 동네고 그 형님도 우리 동네고' 해 보는 거 아이겠나"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형님 공천' 얘기를 꺼낼라치면 "정치는 잘 모른다"며 입을 닫기 십상이었다. '동생이 대통령인데 형님은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니냐'는 퇴진론의 당위와 고향 실세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교차하면서 말문이 막히는 듯 했다.
이 씨는 "형님이 국회의장 하고 동생이 대통령 하면 두 형제가 나라를 다 해먹는 거 아니냐"면서도 "그래도 지역에 다른 사람 없으니 이상득을 찍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도 "이 부의장이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면 훨씬 좋았지 않았나 하는 얘기가 없지는 않다"며 "본인이 하겠다는데 억지로 그만두라고 들이박은 것도 잘못됐지만 이 부의장이 먼저 내놓았으면 그림이 더 좋았다고들 한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이 부의장의 6선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이 부의장은 선거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고 조용히 있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자의와는 상관없이 한나라당에서는 이 부의장을 중심으로 한 논란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수도권 성적이 관권이다. 수도권 성적이 시원치 않을 경우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했던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박찬숙, 진수희, 이계경 등 불출마를 압박했던 55명 중 반수가 민주당 후보들과 엎치락뒤치락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달 23일 MBC 보도에 따르면 이 부의장의 출마와 관련해 "문제가 있으면 공천을 반납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76.6%에 달했다. '이상득 책임론'을 지필 땔감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쇄신문제가 핵심이 될 경우에도 이 부의장이 집중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이재오계' 혹은 '정두언계'로 분류되는 '친 이명박파' 소장의원들은 '강부자 내각'의 실질적인 책임을 이 부의장 측에 돌리고 있다. 남경필 의원이 대표하는 기존 소장파 측 기류도 유사하다.
이들이 뭉쳐 이 부의장을 견제하고 나설 경우 여권은 '이상득 대 반(反)이상득' 구도로 나뉠 수 있다.
이 구도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현 상황으로만 보자면 박 전 대표가 이 부의장 쪽으로 움직이기가 쉬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 한 인사는 이재오, 이방호 의원 등에 대해서는 '증오'에 가까운 불신을 표하는 반면 이 부의장에 대해서는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란 평가를 내렸다. '형님 공천'이 문제가 됐을 때도 박 전 대표 측은 일절 함구했다.
이 부의장 역시 탈당한 친박 의원들과 관련해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복당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결단하면 총선 이후 다 같이 함께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이 말이 "복당은 없다"라고 한 이방호 사무총장의 발언과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자 다음날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박 전 대표 측은 이 발언을 '제휴의 신호'로 풀이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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