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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통제의 종언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불안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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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통제의 종언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불안한 시선

[서평] 김주언 지음 <한국의 언론통제>

한국 언론의 역사는 곧 언론 통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오랫동안 정당성이 결여된 정권들은 언론 통제를 통해 권력을 유지·강화하려고 했다.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에도 권력의 언론 통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방식이 좀 더 세련되고 은밀해졌을 뿐이다. 한국 언론의 역사를 시기 구분할 때 흔히 정권의 변화를 기준으로 하는 것도 그만큼 권력의 통제가 언론에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권력의 통제에 대한 언론의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언론은 저항보다는 타협의 길을 걸었고, 타협의 대가로 각종 특혜를 받았다. 권력이 베푼 특혜를 기반으로 성장한 언론에게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이제 자본의 통제가 더 큰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또한 권력의 특혜로 성장한 일부 언론이 권력을 자신의 의도대로 만들어내고 움직이려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언론의 권력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 김주언 지음 <한국의 언론통제>
<한국의 언론통제>는 바로 이런 역사적 과정을 밝혀낸 역작이다. 저자는 서문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언론계에 거의 30년 가까이 종사해오면서 느낀 소감은 한 마디로 '진정한 자유언론은 없었다'는 점이다." 어떤 형태로든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들이 계속 있어 왔다는 뜻이다. 이런 표현에는 언론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애써왔던 저자의 남다른 감회가 서려 있기도 하다. 저자가 권력의 통제에 맞서 보도지침을 폭로한 바 있고, 자본의 통제를 극복하기 위해 언론개혁운동에 앞장서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저자가 1987년 11월에 작성했다고 하는 '양심선언'의 내용이 새삼 의미심장하게 와 닿는다. "껍질을 깨는 아픔이 없이는 언론에 대한 희망은 배양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안타까워하면서 보도지침의 공개를 결심한 것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다시 '언론에 대한 희망'을 꿈꾸며, 언론장악의 시도가 이루어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이 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방식의 언론 통제에 온몸으로 맞서 싸워왔던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낀 언론자유에의 열정이 녹아들어 있다. 또한 이 책은 체계적인 이론적 논의와 풍부한 자료의 뒷받침으로 한국의 언론통제의 역사와 구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잘 읽히는 것은 바로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심층적 자료가 전해주는 생동감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언론통제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하고 있다. 2부는 언론통제의 구조란 제목으로 박정희 정권부터 전두환 정권에 이르기까지의 권위주의 시대(1961~1987)의 언론통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언론통제를 커뮤니케이터 통제, 미디어통제, 메시지 통제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3부에서는 '언론탄압의 완결판'으로서의 보도지침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가 경험하고 폭로했던 80년대의 보도지침만이 아니라 70년대 후반의 보도지침까지 분석하고 있다. 4부는 군사정권 이후의 정부와 언론이란 제목으로 노태우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1987~현재)의 언론정책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권위주의 시대를 다루고 있는 2부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커뮤니케이터 통제로는 언론인 강제해직· 언론인단체 탄압· 언론인 회유 등을 다루고 있다. 미디어 통제로는 언론사 통폐합· 언론사 폐간 및 강탈· 광고탄압· 언론사 특혜 정책 등을 살펴보고 있다. 메시지 통제로는 통제를 위한 법적 규제· 사전검열· 보도지침 하달· 여론조작 활동· 외신에 대한 통제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분석틀은 다시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를 분석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개정판 서문에 나와 있는 대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전두환 옷을 입고 박정희를 닮으려는 것'같다는 점을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최근의 사실까지를 집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개정판을 내는 극성을 부리면서까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를 다루고 있다. 평소의 준비가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일을 해낸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새로운 비밀문건들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거사 진상 규명의 노력 덕택으로 접근이 가능해진 언론통제 기관들의 다양한 비밀자료를 활용해 통제 양상을 생생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물론 보도지침 폭로로 인한 저자의 경험이 공개된 비밀자료의 해석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알찬 부록을 들 수 있다. 보도지침의 내용을 담고 있는 부록을 읽고 나면, 권위주의 시대에 정권이 얼마나 시시콜콜하게 언론을 통제하려고 했는지를 알게 된다. 어떤 내용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이 임명된 언론사들의 기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저자는 '개정판을 내며'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과거 한국 독재정권의 언론통제의 역사와 구조를 책으로 엮어내며 다시는 언론통제의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한국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유물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언론통제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길 염원하여'라고 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염원은 이명박 정부가 언론 장악을 위해 무리수를 두기 시작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개정판 서문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이럴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가 언론통제의 끈을 놓기를 기대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내용을 추가하여 출간 2개월여 만에 개정판을 내놓는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한 저자의 불안한 시선이 엿보인다.

서평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저자의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가 가시화되는 현실을 맞고 있다.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고흥길 위원장이 미디어 관련 법안을 기습 상정했다. 언론인단체나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상임위 상정을 서둘렀다. 저자는 587쪽에서 이렇게 주장한 바 있다. "이른바 '7대 언론악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새로운 언론사 통폐합으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 바로 그런 상황이 우리 눈앞에서 진행 중이다. 우리의 이런 언론 현실이야말로 이 책을 읽어야 할 가장 큰 이유이다.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런 역사에 대한 직시와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언론통제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길 염원하며' 이 책을 냈지만, 그 염원대로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나라당의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저자가 또 다른 개정판을 내야할지도 모르겠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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