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팀의 유일한 월드컵 출전기록이자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제치고 8강에 진출한 사실이다. 당시에는 4개조 16개 팀이 조별리그를 거쳐 8강을 선별하는 체제로서 32개국이 참가해 16강을 거쳐 8강에 진출하는 지금의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칠레와 비기고 이탈리아를 꺽은 북한팀의 활약은 전 세계 축구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 ▲ 남아공 월드컵 북한 대표팀이 타고 다니는 버스. 1966년의 영광을 재연하자는 구호가 써 있다. ⓒ연합뉴스 |
1966년 월드컵에서 약체로만 알려졌던 북한팀을 누구보다 뜨겁게 응원한 사람들은 잉글랜드,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잉글랜드 북동부에 위치한 미들스버러의 주민들이었다. 포르투갈과의 8강전을 제외한 예선 3경기는 모두 미들스버러에서 개최되었으며, 당시 천리마 축구단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 홈팀 못지않은 성원을 받은 바 있다.
북한 대표팀이 등장하면 미들스버러의 청소년들은 이들의 사인을 받으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으며, 어른들마저도 북한팀 관련 기념품을 수집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당연히 경기가 시작되면 인공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팬들도 다수 등장하였다.
미들스버러 주민들에게 북한대표팀의 경기는 잊지 못할 이벤트로 기억된다. 특히 이탈리아 전에서 골을 넣은 박두익 선수의 활약은 아직도 이 지역 축구팬들 사이에 회자되는 추억거리이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002년에는 박두익 선수를 포함한 7명의 1966년 당시 북한 월드컵 멤버들이 우리나라의 이동국 선수가 잠시 활약했던 미들스버러 FC의 새 스타디움 개관식에 초청받아 시내 가두행렬에 참가하여 환영을 받기도 했다.
과연 이와 같은 북한 팀의 인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예상을 뒤엎는 북한팀의 선전에 매료된 팬들도 다수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미들스버러 축구팬들의 가슴에 담겨있는 천리마 축구단에 대한 애정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려면 영국이 가지고 있는 지역 및 계급갈등의 구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선 영국은 크게 보아 왕족과 귀족으로 구분되는 상류계급(upper class), 화이트칼라 직장인 및 개인사업자를 포함하는 중산계급(middle class), 그리고 노동자 계층을 지칭하는 노동계급(working class)등 3개 계급을 분류될 수 있겠다. 지리적으로 보면 상류 및 중산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런던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에 주로 분포되어 있으며, 공장 및 탄광지대가 몰려있는 북부지역의 경우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경향을 보인다.
1966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은 주로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가졌다. TV를 통한 시청보다는 경기장을 직접 방문해 자신의 팀을 성원하는 영국 축구문화 특성상 미들스버러를 포함한 북부지역 주민들에게 잉글랜드 대표팀은 멀기만 한 존재였다. 더욱이 중·상류 계급에 속한 축구팬들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열렬히 성원한다는 사실은 축구를 둘러싼 계급간 문화차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동부의 작은 도시 미들스버러의 홈구장에서 북한대표팀이 보여준 눈부신 활약은 이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천리마 축구단이 잉글랜드팀을 대체하는 홈팀 아닌 홈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다.
즉, 남부 잉글랜드 주민들은 잉글랜드 대표팀을, 미들스버러를 중심으로 한 북부 잉글랜드 주민들은 북한 대표팀을 각각 성원하는 응원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중산층이상 계층을 중심으로 발달한 남부지역 문화에 대한 북부지역 노동자 계급의 소외감이 일시적이나마 북한 대표팀을 통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계급과 지역을 바탕으로 한 미들스버러의 끈끈한 지역정체성 문제와 남부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한 중상류층 문화에 대한 반감이 존재하였기에 천리마 축구단과 미들스버러 주민들은 축구를 통한 밀월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북한이 4강전에서 잉글랜드와 맞붙었다면 영국의 지역 대결은 더욱 흥미로운 양상을 보였겠지만, 아쉽게도 북한은 8강전에서 포르투갈에 석패하며 고공행진을 멈추어야만 했다. 그리고 천리마 축구단은 자신들을 환대해준 미들스버러 팬들의 성원을 뒤로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44년이란 세월이 흐른 2010년 북한은 다시 한 번 월드컵 무대에 선다. 이번에는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 등과 대결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이지만 북한의 김정훈 감독은 이번에도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또다시 1966년처럼, 조선아 이겨라!' 라는 문구를 북한팀 버스에 새겨놓고 경기를 준비하는 북한대표팀. 미들스버러의 추억을 또다시 재현할 수 있을 것인지 천리마 축구단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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