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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력 바이러스' 감염된 브라질, 월드컵 'V6'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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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력 바이러스' 감염된 브라질, 월드컵 'V6' 보인다

[월드컵 '감아차기'] 프라하 광장의 이방인 '北 응원해도 되나…'

월드컵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신이 점 찍어주는 것도 아니다. 개인기가 천재적인 선수들이 있다고 해서도 우승하지 못한다. 조직력이 완벽하다고 해서 우승하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지고 나서 승리를 향한 절대적 수준의 열망과 정신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똘레랑스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 배수진의 정신으로 경기에 임한 프랑스가 당시 최고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를 보유한 0순위 우승 후보 브라질을 대파하고 우승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4년 전 결승전을 앞두고 꾼 악몽 때문에 컨디션을 잃어버리고 경기에서 완전히 체면을 구긴, 이 때문인지 이후 부상과 수술에 시달렸던 호나우두가 강한 정신력으로 복귀한 브라질이 결국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을 했다. 펠레, 마라도나 이후 또 한 명 '완전히 다른 레벨'의 축구 천재였던 호나우두가 독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니 도대체 거칠 것이 없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4년 전 가볍게 보았던 한국에 너무나도 아픈 패배를 당했던 이탈리아의 부폰, 델피에로, 카나바로가 홈 어드밴티지를 가진 독일과 아트 사커의 마지막을 보여주었던 프랑스를 정신력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절치부심의 효과였다.

15일 남아공 월드컵 G조 브라질과 북한의 경기가 있었던 날 필자는 해외출장 중이었다. 하필 이럴 때에 출장이라니. 외국에 나가면 월드컵도 제대로 중계해주지 않고, HD 화면으로도 보기 힘들며, 무엇보다 함께 모여 응원을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다.

그래도 필자는 프라하 광장 앞으로 한 번 나가 보았다. 다행이 광장에는 한국의 자동차기업이 팬파크라는 것을 만들어서 대형 화면으로 중계를 해주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곱지 않아 보였던 재벌기업이 외국에 나오면 왜 그리 나를 으쓱하게 만드는지 모를 일이다. 광장에는 브라질 유니폼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많은 관광객들도 브라질을 연호하며 응원하고 있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위축된 심정으로 자리를 잡고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데올로기 교육을 받은 세대다. 초등학교 때부터 북한군을 '늑대로' 북한 지도자를 '붉은 돼지'로 그린 책을 가지고 공부했다. 이런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경기 전 필자에게는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볼 때 '북한을 응원해야 하나?' '북한을 응원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필자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로마리오와 베베토의 축구에 반한 이후 브라질 축구의 열혈 팬이 된 사람이다. 그래서 결국 조용히 축구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경기 시작을 맞았다. 하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브라질의 결정적인 찬스가 왔을 때 '안 돼!'라고 고함을 쳐버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바로 이 광장에서 유일한 안티 브라질 응원단이 되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브라질 선수들은 여느 때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반면 북한 선수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선수들 같았다. 도저히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45분, 브라질 선수들은 목숨을 걸고 덤벼드는, 자신들이 전혀 보지 못한 '발이 아니라 마음과 몸으로 축구를 하는' 북한 선수들에게 당황했다.

전반이 종료되었고 떠들썩하던 광장은 조용해졌다. 그런데 이때 필자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 긴장감이 브라질 라커룸에도 생겨났을 것 같아서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동료들을 강하게 독려하는 마이콘의 상기된 얼굴을 보면서 불안감으로 바뀌어 갔다. 북한 선수들의 정신력이 브라질 선수들에게 감염되어 가는 것 같았다.

마이콘, 카카, 호빙뉴는 전방에서 최고의 집중력으로 공격을 다시 시작했고, 수비수 루시우는 정대세의 돌파에 혼신의 힘을 다한 태클로 대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콘이 갑자기 빈 공간으로 침투를 시작할 때 강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패스를 받아 센터링 자세를 취했을 때 그 위치에서 마이콘의 슛 또한 얼마나 정확하고 강한지를 알기에 더욱 불안했다. 골키퍼 리명국 순간 '골문을 막아!!'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결국 그 불안감은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현실이 됐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은 낙담하지 않았고 1골을 주고받으며 1:2의 '영광스러운 패배'를 했다.

이 경기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해외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북한팀이 아니다. 바로 북한의 강한 정신력에 감염된 브라질이다. 이미 금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우리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리오넬 메시를 완전 무장해제 시키면서 인터 밀란을 우승으로 이끈 미드필더 마이콘과 수비수 루시우를 보유한 최강 브라질이 '월드컵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정신력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향후 브라질팀 앞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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