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일본을 떠난다고 '배신자'라 부르지 마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일본을 떠난다고 '배신자'라 부르지 마라"

[기고] 일본 사회 갈등 조짐, 정보 부족 탓

일본 동북부 관동지방 대지진으로부터 정확히 1주일이 흘렀다. 많은 외국인들이 자국으로 돌아갔고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여러 나라의 정부기관들이 도쿄에서 간사이(關西) 지방으로 이동했다. 또 대사관 직원들 및 그들의 가족들도 귀국 및 이동했다. 말 그대로 엑소더스다.

사실 지진이나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된 정보들보다 엑소더스만큼 불안과 공포를 주는 것은 없는 듯하다. 불명확한 정보, 불안정한 추이, 그리고 일본 탈출 행렬, 이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심리적·물리적 간격도 커지고 있는 듯해 안타까움이 든다.

일본은 대지진 이후로도 '정상적인' 근무 및 학교 일정, 그리고 정부 및 도쿄전력의 대책에 '질서정연한' 대응으로 외국으로부터 침착하다거나 냉정하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외국 정부기관 및 외국인들의 탈출 러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 지인은 곧 한국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의 파견회사 사장으로부터 "도망갈 곳 없는 일본인은 어떡하란 말이냐? 일본인도 바보가 아니다.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피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등 수업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비난을 들어야 했다.

또 다른 한 한국인 지인은 "생각보다 위험 한 것 같다. 외국에서는 멜트다운(원자로 노심용해)도 이미 시작된 거라고 보는 것 같다"라고 말하자 일본인 친구가 "카에레!(돌아가버려)"라 소리지르는 바람에 큰 싸움이 될 뻔했다고 한다.

이렇듯 자국으로 돌아가려는 외국인들에 대해 마치 '배신자'를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일본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일부의 반응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일본인 친구들은 급히 귀국하는 편이 좋겠다며 독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일본인들 중에서도 아직은 소수일지라도 피난 행렬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 18일 도쿄 인근 나리타공항의 '탈일본' 인파 ⓒAP=연합뉴스

그러나 지금 일어나는 이 현상은 일본인이냐 외국인이냐를 가를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본인들 내에서, 한국인들 내에서, 혹은 다른 외국인들 내에서도 일본 땅을 떠나느냐 마느냐 애매한 선택의 기로에서 위와 같은 갈등이 보이고 있다.

재일 한국인들 내에서도 귀국한 한국 사람들에 대해 다소 못마땅해 하며 일본에 남는 것이 '일본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하는 이들이 있다. 반대로 먼저 빠져나간 친구들은 미안해하면서도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대지진의 참사와 원전의 위험을 앞에 두고 외국으로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카에레!"와 '최소한의 예의' 같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어떻게 보면 '외국'과 '일본' 혹은 하나의 사회 속에서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문제로도 비춰질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결국 '선택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일본이라는 나라를 선택해 온 많은 외국인들에게는 돌아갈 선택지가 있으며, 도쿄라는 수도에 온 많은 사람들 또한 돌아갈 고향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돌아갈 곳이 있지만 자유 의지를 가지고 도쿄에 머무는 사람들과 돌아갈 곳이 없기에 머무는 사람들도 있다.

▲ 도쿄 출입국관리소 인파 ⓒ이미숙
오늘 도쿄에 있는 출입국관리소 앞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출국 전에 재입국 허가를 받아 놓기 위해 관리소 건물 밖에서 끝도 안 보이는 줄을 이뤘다. 그 인파 속에는 유학생도 있고 해외 파견 직원도 있다. 말 그대로 비자의 종류 수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줄을 선 것이다.

이들에게 어떻게 배신감과 책임감, 예의를 말할 수 있는가. 일본 언론조차 명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자국의 언론들은 일본의 상황을 "핵재앙"이라 부르는 분위기 속에서, 또한 실제 원전 사태의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떠났다가 돌아오려는 것일 뿐이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사람,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 모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 없이 감싸고 포옹해주는 일본 사회가 되길 바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