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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성공단 '중대 결심', 알리바이였나?"

[기고] 개성공단 정상화, 국회가 나서야 한다

개성공단, 이대로 문을 닫을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경제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통일과 평화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국제 신인도의 중요한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정상 가동은 한반도에 전쟁이 없다는 보증수표와 같은 것이다. 이미 북한에서도 북한의 지도부가 국내용으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더라도 개성공단이 가동되는 한 북한주민에게 그 위기의식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있는 한 남한에서도 라면 사재기는 없으며 해외 투자가들도 북한이 미사일을 쏘든 핵실험을 하든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개성공단을 반드시 정상화시켜야 하는 이유다.

협상 외에 길은 없다

현재 한반도에는 북한의 로켓 발사와 뒤이은 UN 제재, 북한의 3차 핵실험 대응과 키리졸브 훈련 및 독수리 훈련, 미국의 최첨단 무기인 B-52, B-2, F22의 훈련비행과 핵잠수함 부산 입항,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와 개성공단 진입차단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평화에 짙은 먹구름이 숨 가쁘게 지나가고 있다. 이 시기 동안 한반도는 남북 무인들의 말의 전쟁판이 되고 말았다. 남과 북의 정치적 리더십은 실종되고 연일 무인들의 거친 말들만 쏟아졌다.

▲ 개성공단 전경 ⓒ연합뉴스

미국은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한미연합훈련이란 형식을 빌려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자신의 무력시위를 마음껏 펼쳤다. 그 와중에 남한과 북한은 남북 주민을 볼모로 말대 말로 험악하고 끝이 없는 기 싸움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청와대가 냉정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남과 북 무인들의 말 전쟁이 휩쓸고 지나가자 예상했던 대로 케리 국무장관의 방한, 방중에 이은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대북정책 기조설정과 정책전환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한반도의 비핵화를 전쟁을 통해서 달성할 수 없다면, 글로벌 이슈화된 북핵문제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험난하지만 협상밖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

협상으로 북한 핵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면 94년 제네바협정 과정에서 문민정부의 통미봉남을 자처한 뼈아픈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바로 그렇기에 북한의 비핵화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 및 북미관계 정상화 등의 문제에 대해 6자회담이든 4자회담이든 북미회담이든, 남한이 이른바 '통미봉남' 당하지 않고 향후 협상과정에서 나름의 주도력을 가지려면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그 지렛대를 반드시 복원시켜야 한다.

북한은 남한의 회담 제안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독수리 훈련이 끝나고 5월에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그 지루했던 대치관계의 출구가 나타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생겨났다.

남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자 실무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독수리훈련이 끝나기 전에 제안한 것뿐만 아니라 다음날 정오까지 답변 시한까지 정하고 거기다가 답이 없을 경우 중대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회담 제안을 한 것이다. 참으로 뜨악한 제안이었다. 어차피 독수리 훈련이 끝나기 전에 북한은 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었고 남북관계는 진실이 담긴 고도의 외교적 수사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회담에 응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운운한 것은 아무리 보아도 이해하기 어렵다. 회담을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손 놓지 않고 노력했다는 알리바이용인지 분간이 안 된다.

북한입장에선 단순히 개성공단의 정상화에만 국한되는 회담엔 응하지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6.15공동선언 등 각종 남북회담의 결실의 상징이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에 개성공단 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 및 5.24조치 철회 등 경협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는 회담을 원할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박근혜 정부가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기존의 남북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겠느냐고 묻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징표는 개성공단의 정상화 및 개성공단 증설에 대한 약속 이행,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철회 등에 관해 남한정부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가 핵심적인 관심 사항일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개성공단의 정상화에만 관심 있는, 그것도 시한을 정해놓고 중대결심 운운하는 남한의 회담 제안을 북한이 거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상이한 입장 때문에 정부의 난데없는 회담 제의가 아쉽다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향후에 나서기도 머쓱해진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즉, 출구가 실종되어버린 것이다.

출구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입구도 실종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핵심은 억지와 안보에 기반하여 인도적지원에서 시작하는 '낮은 차원'의 신뢰를 쌓고, 그 신뢰에 기반하여 저강도 경협을 추진하며 이후 좀 더 높은 수준의 신뢰를 구축하여 대규모의 경협에 이르는 방향으로 잡혀 있다. 하지만 여기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상호 필요에 의해 처음부터 높은 수준으로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그 기회다. 박근혜 정부는 후보시절부터 공약사항으로 기존의 남북합의를 존중한다고 했기 때문에 남북합의의 가시적인 성과물이었던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및 남북경협의 5.24조치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포괄적인 민간차원의 남북경협 이행에 관한 남북당국자 회담을 선제적으로 제안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 싸움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제안한 남북회담 제안에 북이 거부하면서 이제 정부가 바로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북핵 실험으로 출발도 못한 채 그 입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국회가 나서서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주체가 나서야 한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과 근로자 그리고 그와 연관된 기업들의 처지를 국회가 대변해줘야 한다. 특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기업인들에게 반드시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선물을 안겨줘야 한다. 기업인들은 오직 정부정책만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했고 한반도의 평화를 자신의 제품 속에 녹여 생산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들이 한순간에 멍청하고 순진한 패가망신 당하는 기업가로 전락하지 않도록 반드시 개성공단은 재가동되어야 한다.

사실 개성공단과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인들은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희생물이 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정경분리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생긴 문제다. 이번 개성공단 중단 사태는 북한의 정경비분리로 발생했고 마찬가지로 5.24조치도 천안함 사건이라는 정치군사적 문제로 발생한 정경비분리에 기인한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에서 100% 정경분리는 불가능하다. 남북관계 형편상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만 하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열어놓은 상태에서 형성된 경제활동, 예컨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위탁가공, 교역 등 순수 민간차원의 경제활동은 정경분리 원칙을 제도화시켜야 한다.

바로 이 문제를 국회에서 먼저 공론화하고 풀어가야 한다. 국회는 정경분리의 원칙을 세우고 제도화를 추진하는 차원에서 정경분리의 구체적인 적용대상인 개성공단의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및 5.24조치 철회 등 전반적인 남북경협을 규율하는 남북당국자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하는 특별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 여야 지도부는 이러한 내용의 의견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대통령과의 여·야·정 3자회동을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서 정부에게 운신의 폭을 주어 현 사태를 푸는 출구를 찾도록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회와 역할분담으로 국회가 깔아준 멍석을 밟고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이어져 온 남북 대치 상태의 출구를 찾음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첮 단추를 채워야 한다.

이제 개성공단은 개성공단만으로 끝나지 않게 되었다. 정부와 국회가 합심하여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절망에 빠진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절규를 해결해주는 지혜를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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