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시절 검찰 실무 수습 2개월, 검찰 조직의 '안'에서 검찰을 경험한 유일한 시간이었다. 사법연수원 1년차를 마치고 나면 법원, 검찰, 변호사 사무실에서 2개월씩 실무 수습을 한다. 연수생들은 실무 수습을 받는 기관에 대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기 마련.
'검찰은 어때?'라는 질문에 먼저 검찰 실무 수습을 하고 있던 한 연수생의 대답은 "부르면 온다"였다. 그 말의 속뜻이 비단 피의자나 참고인 소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고작 2개월 '검사 직무 대리'라는 지위로도 실감할 수 있다.
변호사가 되어 검찰 '밖'에서 경험한 검찰은? 용산 참사 철거민들의 구속적부심에서 철거민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라고 칭하였던 검사, 참사 후 망루에서 탈출해 남일당 건물 옥상 벽에 다리를 걸친 채 "여기, 사람이 있다"라고 필사적으로 소리쳤던 철거민에게 "같이 농성했던 사람들을 죽게 하고 자살하려 한 것이 아니냐"고 몰아붙였던 검사가 잠시 떠오른다. 촛불 집회 때 스무 줄 남짓의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일 때문에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자신의 집 안방에서 긴급 체포되고 결국은 10여 년간 지켜왔던 대학 강단을 떠나야 했던 선생님, 그 선생님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던 검사가 연이어 떠오른다.
| ▲ <검찰 공화국, 대한민국>(김희수·서보학·오창익·하태훈 지음, 삼인 펴냄). ⓒ삼인 |
검찰은 이런 권한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쟁점을 정의(定義)하는 막강한 권력 기관이 되었다. 검찰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수사하고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평면적으로 보면 검찰의 완패일 수 있지만 담론을 '정의'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는 검찰의 완승일 수 있다. 미네르바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미네르바처럼 인터넷 공간에서 대통령이 불편해할 만한 글쓰기를 하면 언제든지 수사망에 걸려들어 구속되고 재판정에 설 수 있다는 '살아 있는 교훈'을 네티즌 일반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140쪽)
지은이들이 '이런 권한'이라고 칭한 것은 수사권, 수사 지휘권, 독점적 영장 청구권, 독점적 기소권, 기소 재량권 등등을 말한다. 검찰은 사법 처리의 대상과 범위, 기소 여부 등을 누구의 관여도 없이 독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런 권한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이는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한국의 6개국을 비교한 이 책의 도표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각국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비교한 도표에서 수사 종결권, 기소권, 기소 독점주의, 기소 편의주의, 공소 유지권 모두에 동그라미가 쳐 있는 나라, 검사의 수사상 지위를 비교한 도표에서 수사권, 수사 지휘권, 자체 수사력, 검찰과 경찰의 조서의 증거 능력 차이, 중앙 집권 형태에 모두 동그라미가 쳐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의 검찰은 지은이들의 표현대로 '검찰이란 기관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막강한 기관인 것이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한국의 검찰,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제도의 측면에서 자세히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검찰이 그러한 권한을 갖고 무슨 일을 해 왔는지 또는 하지 않았는지도 보여준다.
우리가 더욱 눈여겨 볼 부분으로, 검찰의 역사를 다룬 1부 '검찰의 길을 묻다'와 2부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의 3장 '검찰의 궤도 이탈'이다. 검찰의 역사와 현재를 사건 중심으로 기술하였기 때문에 한국 현대사의 약사를 보듯 흥미롭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검찰의 실체를 똑똑히 보고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왜 검찰 개혁이 필요한지를 깨치게 만드는 부분이다.
지은이들은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언급하였다.
우리는 일반적인 분류로 따지면 진보 성향의 단체에 관여하고 활동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보수 성향이기도 하고 진보 성향이기도 하다. 각자가 조금씩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굳이 우리의 성향을 밝히는 것은 이 책의 여러 주장들 중에서 진보적인 주장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급진적인, 또는 최소한 혁신적인 주장을 내놓지 않았다.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수준을 넘어서지도 않았다. 다만 상식 수준에서 말하려고 했다. (20쪽)
지은이들이 이 책을 통하여 말하는 '상식'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현재 검찰이 가진 권한을 나누고, 그 권한을 통제하라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검찰 개혁의 기본 방안에 대하여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전문화,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폐지를 제시하고, 검찰권을 분권화하는 방안으로 검찰 내부 조직의 재구성과 검찰 외의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등을 제시한다. 사법적 통제와 시민 감시의 필요성, 고등검찰청의 폐지와 검찰 내의 감찰권 강화 주장도 내놓았다.
이 모든 개혁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국회는 사법 제도 개혁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사법 제도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안도 일부 내놓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은이들은 검찰 개혁은 법조계의 전문성, 시민·사회단체의 공익성, 정치권의 입법 노력이 맞물려야 구체적인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법조계,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검찰 제도 개혁 특별위원회'를 국회에 구성하자고 제안한다. 경청할 만한 주장이다.
사법연수원생이나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사무실에 실무 수습을 와서 간혹 추천할 만한 책이 없냐고 묻곤 한다. 그때마다 <법률 사무소 김앤장>(임종인·장화식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과 미간행의 신문 연재물인 <한홍구 교수가 쓰는 사법부 : 회한과 오욕의 역사>를 권해 왔다. 이제 추천 목록에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을 더할 수 있게 되었다.
어디 예비 법률가 뿐이겠는가? 검찰의 역사와 현재, 제도 개선 방안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검찰 개혁을 희망하는 시민들이라면 다 같이 읽고 토론해야 할 책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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