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진짜일 수 있을까? 참된 기업 경영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게 실화라는 것, 그것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밝혀 놓은 책이 나왔다. 바로 <키친아트 이야기>(정혁준 지음, 청림출판 펴냄)다.
1000억 빚더미에 나앉은 회사를 모두가 끝났다고, 더 이상 해볼 도리가 없다고 했을 때, 노동조합과 구사대로 나눠 있던 직원들이 힘을 합해 벌떡 일으켜 세운 기적 같은 회사 이야기다. 그리고 20명의 직원으로 연매출 700억 원을 올리고 있는 잘 나가는 기업의 이야기다.
| ▲ <키친아트 이야기>(정혁준 지음, 청림출판 펴냄). ⓒ청림출판 |
정혁준은 이 책에서 저널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키친아트 경영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의 예를 현장감 있게 풀어낸 부분은 독서의 감흥을 더해준다. 기자로 일하면서 단행본을 내기가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었을 테지만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고 수천 장의 자료더미에서 고생한 목적을 저자는 이렇게 밝힌다.
"열정과 실력만으로 우리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그 롤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서."
"주방 속의 예술 감각"이라는 슬로건으로 오랫동안 대한민국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키친아트는 주방 용품 전문 브랜드이다. 키친아트의 전신은 경동산업. 1960년 양식기 산업으로 시작하여 주방 용품 업계에서 자리를 굳혀 발전해 왔다. 그러나 1993년 자금 사정 악화로 법정 관리 신청을 해서 결국 2000년에는 회생 불능으로 조기 퇴출되기에 이르렀다. 과도한 설비 투자 등으로 부도를 맞아 회사의 40년 역사가 물거품이 될 지경에 처한 것이었다.
회사만 믿고 일하던 직원들의 앞날은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 노동조합위원장 출신과 노동조합과 대치하던 구사대 직원들이 극적으로 손을 잡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무작정 믿음으로 힘을 합쳐 다시 출발하였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성공한 기업의 반열에 올라있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기업 경영의 실패와 좌절, 도전과 극복을 주제로 하는 경영 스토리라는 점에서 기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대박을 꿈꾸거나 혼자서 잘 먹고 잘 살려는 꿍꿍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절대 좋은 책이 못될 게 분명하다. 이 책은 키친아트의 기업 목표인 '공동 소유, 공동 책임, 공동 분배'를 열쇳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한다는 연대 정신을 전제로 해야만 교훈과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또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대안적 시대정신이 우리를 더 나은 세상에 살 수 있게 할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기업 경영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우리가 참되게 살 수 있는지를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직원 모두가 주인이고 사장인 회사 키친아트에서 직원들은 자신도 CEO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한다. 이들은 정말 '이 회사는 바로 내 회사'라는 정신으로 일한다. 직장 민주주의의 실험장과 같은 곳이다. 전문 경영인이 아니어도 경영이 가능함을 보여준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낸 이 회사는 서로 믿고 소통하면서 일하는 직장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보여주고 있다. 상생의 정신을 실천했을 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은 솔직하고 가감 없이 그려내 보여주고 있다.
몇 년 전 나는 실제로 인천의 키친아트 본사를 방문해서 한 임원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한 키친아트 회사 이야기가 궁금해서 찾아간 것이었다. 그때 노동조합 출신의 임원은 인터뷰 도중에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숟가락을 꺼내 보이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이 숟가락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 최소 40번의 공정을 거쳐야합니다. 제가 이 생산 라인에서 수십 년 일했지요. 하루에 보통 2만 개를 만들었어요."
그때 그는 눈을 감고도 숟가락의 두께나 모양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고 아주 자랑스레 이야기했었다. 그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마음'으로 모인 키친아트 사람들이 100년을 가는 주방 용품을 만드는 회사로 커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의롭고 공정한 기업', '꿈과 열정을 불어넣는 회사'…. 매일매일 TV나 신문 광고 문구에서 들리는 문구다. 정치인들도 입만 열면 달고 다니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일어난다면 어떤 정신에서? 그런 것은 그저 우리의 소망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드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키친아트 이야기>를 읽으면 정말 이런 회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도 매일 매일 주방에서 만나는 밥솥이며 프라이팬이며 냄비를 만들어내는 친근한 회사라는 사실에 독자들은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그리고 또 독자들은 속이 후련해 질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가는 길을 벗어나 다른 노선을 택했다는 점에서 키친아트는 그들을 멋지게 한방 먹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착한기업의 성공 스토리에 어쩌면 독자들은 스스로가 성공했다는 행복감까지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독자들 입장에선 모든 게 답답하고 막힌 듯 보이는 이 여름에 모처럼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책을 만나게 된 것,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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