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미래 사회에 대한 기획 보도는 언론의 오래된 전통으로, 지금의 체제가 순탄하게 계속 발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금의 체제가 큰 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 모든 사람들이 그걸 원할까?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나로서는 이런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당장 며칠 전에 고추를 한껏 땄지만 4일 만에 모두 거름자리에 갖다 버리고 말았다. 어머니랑 하나하나 가위로 잘라서 구들방으로, 마루로, 마당으로 옮겨 다니다가 끝내 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기예보에도 비 소식이 없고 햇빛이 났다 싶어 마당에 내다 널면 순식간에 빗줄기가 스치고 지나가기를 하루에도 열 번을 더 반복하니 고추에 곰팡이가 슬고 결국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독 올해가 심하다. 아예 열매가 맺히지를 않고 맺히더라도 곪아 빠지고 있다. 잿빛 하늘이 농부들의 마음까지 잿빛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당장, 말도 많고 증거(?)도 많은 2012년은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마냥 무시하고 일상에 충실하기에는 께름칙하고 전적으로 믿기에는 흔쾌하지 않은 게 일반인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지구 위기에 대해 쏟아져 나오는 적잖은 다큐멘터리와 영화 그리고 단행본 뿐 아니라 출판되지 않은 자료까지 봐 왔지만 호기심 반, 걱정 반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위기의 지구 희망을 말하다>(이종민·로운 지음, 수선재 펴냄)를 보게 되었고 이 책의 독특한 점을 주목하게 되었다.
이 책이 우주인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이라는 것은 주목할 사항이 아니다. 우주인이라 부르기도 하고 외계인이라 부르는 존재에 대해서는 내 나름의 판단과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드거 케이시나 닐 도널드로 대표되는 이른바 우주인과 소통하는 '채널러'의 저작은 무수히 많다. 그 내용은 거의 일치한다. 이들은 모두 영성 수련으로 얻은 지혜의 경지를 우주인의 입을 빌려 설파한다.
그렇다면 이 책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 ▲ <위기의 지구 희망을 말하다>(이종민·로운 지음, 수선재 펴냄). ⓒ수선재 |
외계인과 통했다는 이종민은 환경운동연합에서 오래 일을 했던 활동가고, 풀빛문화연대와 숲해설가협회에서 일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녹색연합과 함께 나도 오랜 세월 몸을 담았다. 산, 강, 도로에서 환경운동연합의 팻말을 들고 무던히도 쏘다녔었다. 지금껏 진보적인 시민 단체에 몸담았던 채널러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종민의 물음에 대해 우주인 '로운'의 답변 중 이런 대목이 있다.
이종민 : 2012년의 전망을 말씀 해 주셨는데 2013년 이후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나요?
로운 : 지각 변동의 여파로 거대한 해일의 습격을 받을 것이고 남부 지방은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해일의 피해가 더 할 것입니다. 영남권 특히 경상남도의 피해가 클 것입니다. 태백산맥. 소백산맥, 차령산맥, 노령산맥이 해일의 피해로부터 많은 인명을 보호할 것입니다.
독자는 2012년의 전망도 궁금할 것이다. 이 책에는 심지어 2011년의 전망까지 자세하게 나온다. 백두산이 2012년 중반에 폭발할 가능성이 크며 올해는 여름 내내 긴 장마로 햇빛을 보지 못한 농작물들이 성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질병과 빈 쭉정이가 가득할 것이라고 우주인 '로운'이 말한다. 이 대화가 작년 가을에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놀랍도록 일치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미국 동부 지역의 지진과 허리케인 소식이 인터넷에 떴다. 이 책의 93쪽에 보면 2011년 미국의 동부 해안 지역을 따라서 지진이 일어나고 보스턴과 워싱턴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나온다. 토네이도와 쓰나미가 미국의 중서부 지역을 강타하고 홍수가 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장밋빛 미래 사회에 대한 언론의 기획 보도가 넘치지만, 우주인 로운의 지적처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몇 억 명의 인구가 굶주림으로 죽는데 한쪽에선 비만으로 죽는 지구, 사막화를 막고자 나무 한 그루라도 심고자 발버둥을 치는데 한쪽에선 대량 살상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구, 빈발한 자연재해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되는 벌목과 개발과 발전 타령.
이런 현실을 염두에 두면, 이 책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명백하다. 이 책은 지구 위기가 어떤 양상을 보이며 진행될지를, 제3자의 시각으로 전망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국가는 그 자체의 경직성으로 인해 역할을 상실 할 가능성이 크다. 위기 속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서 많은 인류가 희생을 당한다. 결국 살아남은 이들은 자각된 개인들의 소집단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닥쳐올 위기에 맞서서 평범한 보통 사람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온전한 사랑의 존재로 거듭날 것을 강조한다. 앞으로 닥쳐올 재앙 속에서 인간이 사랑하고 용서하고 공유하는 존재로 거듭난다면, 그래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깊이 교감할 수 있다면, 위기 이후에 새롭게 도래할 문명은 지금과는 질적으로 다르리라는 것이다.
지구 종말 이야기는 사람을 현혹하는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다. 현재의 불안한 삶은 종말 시리즈가 계속 될 수 있는 자양분이다. 종말론은 지난 2000년 동안 내내 계속되었다. 파국을 경고하는 이들을 일단 불신하고부터 보는 풍토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났다. 그러나 이런 풍토 때문에 진짜 위기를 못 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주인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이 책은 겁을 주기보다는 간곡한 부탁으로 가득하다. 우주인은 인간이 다른 존재로 거듭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단호히 실천할 때 인류의 미래가 바뀔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놀랍게도 우주인이 제안하는 인간이 온전한 사랑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은 생태 농부의 말과 다르지 않다.
"(의식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생명을 가꾸는 일입니다. 흙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나무를 가꾸는 일입니다. 흙에서 나고 흙에서 자란 인간은 흙을 만지고 살다보면 처음부터 갖고 있던 근원적인 생명 의식과 만나게 됩니다. 흙은 생명의 뿌리이고 고향입니다. 인간의 비극은 그런 땅에서 멀어지면서 생겼고요.
지금처럼 인구가 밀집된 도시 생활, 대규모로 만들어진 소비 시스템은 지구 문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닙니다. 위기를 통해 전해주고자 하는 지구의 메시지는 지구와 함께 해 왔던 땅의 기억을 되살리라는 것입니다. 지구 위기의 본질이 이것입니다. 땅의 가치를 깨달으라는 것이지요. (…) 누구나 어느 정도는 흙을 만지고 땅을 가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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