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 천문학은 고고학, 역사학 그리고 천문학의 접점에서 발생한 인접 학문 또는 융합 학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극히 최근에 발전한 분야이다. 과거에 살던 사람들은 천문 현상을 어떤 식으로 이해했으며, 그 현상들을 어떻게 이용했으며, 또 그들 문화 속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학문의 태동기에 흔히 있는 일이지만, 고고 천문학은 그 정체성이 모호했던 점도 있었고, 그래서 학문 명칭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예를 들면, 역사 천문학(historical astronomy)이라는 분야에서는 역사 기록으로 남아 있는 천문 현상을 연구하여 천문학적 문제에 답하는 연구를 한다. 또 천문학사(History of astronomy)는 역사 기록을 연구하여 과거에 행해지던 천문학적 행위를 연구한다. 최근에는 동시대의 여러 사회 집단이 하늘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인류학적으로 연구하는 민족 천문학(ethnoastronomy)이나, 천문학이 인류 사회에 끼친 영향에 주목한 문화 천문학(cultural astronomy) 등도 연구되고 있다.
고고 천문학은 <고대 하늘의 메아리>(정채현 옮김, 이지북 펴냄)의 저자 에드윈 크룹이 서문에서 밝혔듯이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본격적으로 연구되지 않다가, 1981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열린 제1회 고고 천문학 국제 회의를 기점으로 학술 분야로서 인정을 받았다.
| ▲ <고대 하늘의 메아리>(에드윈 크룹 지음, 정채현 옮김, 이지북 펴냄). ⓒ이지북 |
이 책은 1994년에 출판되었으므로 그 뒤에 일어난 사건들은 언급되고 있지 않다. 1996년에는 "문화 속의 고고 천문학과 천문학 국제 학회"라는 긴 이름의 연구 단체가 결성되어 이 학회를 개최하고 있다. 영문명으로는 International Society for Archaeoastronomy and Astronomy in Culture이며, 첫 글자들만 따서 ISAAC이라고 부르는데, ISAAC은 중력을 발견한 뉴턴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책은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1974년부터 그리피스 천문대의 대장을 맡고 있는 크룹이 1994년까지 밝혀진 고고 천문학 분야의 연구 성과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각 장에서 이야기하는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현대 천문학에서 위치 천문학이라고 부르는 기초적인 지식을 설명하였다. 이 지식들은 현대 천문학에서는 아주 고전적이고 단순한 부분이지만, 고대인이 하늘을 이해하는 방식을 추적하는데 매우 요긴한 도구가 된다. 천체의 일주 운동, 계절의 변화, 달력 그리고 세차 운동에 이르는 지식이 그것이다.
2장은 고대와 선사 시대의 유적에 나타난 천문학적인 요소를 규명함으로써 과거에 천문학이 했던 문화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서술하고 있다. 주로 신전, 성스러운 장소, 천문대 노릇을 하던 유적에서 밝은 천체들의 출몰과 관련된 유적들의 정렬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해와 달이 떠오르거나 지는 방향과 일치하도록 유적을 건설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하늘에 있는 여러 개의 1등성의 출몰 방향과 연관시킨다면 그것은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왜냐면 1등성은 하늘에 비교적 골고루 분포하기 때문이다.
3장과 4장에서는 신화 속에서 찾아본 옛 천문학의 발자취를 소개했다. 이 두 장에서 고대의 천문학자는 샤먼, 치료 주술사, 달력 사제 등이었고, 천문 관측은 공동체의 성스러운 삶이라는 구조 속에서 필수품과 같은 일이었다는 서술이 인상적이다. 비록 현대 천문학이 그러한 불멸성과 신성성은 내던져버렸다 해도, 현대 천문학자가 하늘을 관측하면서 경험하는 우주의 신비는 옛 샤먼이나 제사장들이 경험했던 우주의 신비와 다름이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5장은 피라미드, 진시황릉을 비롯한 무덤의 건축 방향이 천문학적으로 결정된 것 같다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이 나온 지 한참 후인 2000년의 일이지만, 이집트학자인 케이트 스펜스는 피라미드의 밑변을 정북 방향으로 정렬하기 위해 북두칠성과 작은곰자리의 밝은 별 등을 사용했다고 제안했다. 그는 축조 시기가 밝혀진 피라미드의 밑변이 향하는 북쪽 방향을 측정하였는데, 그 방향이 시간이 지남에 조금씩 변하며, 그 변화량이 지구의 세차 운동에 의한 변화와 정확하게 일치함을 밝혀냈다. 놀랍게도 그것은 본초자오선을 정의하기 위해 건설된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의 자오선 건물보다도 더 정밀한 지향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고대 이집트인은 피라미드를 정렬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지식을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6장, 7장, 8장은 모두 고대의 천문학자들이었던 샤먼, 달력 사제, 치료 주술사 등과 관련된 내용이다. 샤먼들이 경험하는 신비적인 무아경이나 신명 탐색 등에서 저자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하늘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또 고대 유적들이 왜 천문학적인 정렬을 나타내는지 서술하고 있다. 시베리아의 축치 족, 북아메리카 서부의 원주민이 남긴 바위 그림, 당나라 일행 스님의 요보법(堯步法), 캐나다에 주로 분포하는 치유의 바퀴(medicine wheel) 유적 등을 소개한다.
특히 북아메리카의 유적들은 그 유적들이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져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원주민들의 증언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천문 관측과 이를 통해 구현되는 달력은, 체제의 안정과 균형을 제공하는 노릇을 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달력을 맡은 사제들 즉 현대 천문학자들의 조상들은 공동체에서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9장, 10장, 11장은 고대인의 삶의 공간, 신전 그리고 도시가 어떻게 천문학적으로 정렬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해의 고도가 가장 낮은 동짓날은 그 다음날부터는 다시금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해의 고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죽음과 가장 가까운 동지는 역으로 재생과 부활의 상징이 된다. 그래서 스톤헨지를 비롯한 많은 거석 유적이 동짓날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향해 특정한 정렬이나 모양을 이루고 있다.
12장에서는 아스텍 문명이나 마야 문명 등에서 나타나는 십자가 모양에 여러 우주적인 상징을 조각해 놓은 유물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윷판 돌새김처럼, 동그라미 안에 십자가 모양으로 바위에 홈을 새겨놓은 유물들이 달력과 관계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또 바빌로니아에서 세운 경계석에 새겨진 해와 달과 금성을 나타내는 엠블럼들도 소개되어 있다.
13장은 고대의 여러 문명에서 제안된 우주 모형에 관한 이야기들을 설명하였다.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 강 유역에 사는 와라오 원주민은 적도 지방이기 때문에 하늘이 천정 방향으로 솟은 기둥에 의해 지탱되는 종처럼 생겼다고 믿었다. 반면에 중국의 우주론은 중위도 지방이기 때문에 하늘의 회전축이 기울어져 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의 우주론과 아리스타르코스의 태양 중심 우주 구조론 그리고 에우독소스의 지구 중심 우주 구조론 등이 제안되었다. 에우독소스는 천체들의 운행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27개의 수정구를 제안했고, 그의 제자 하나가 7개의 수정구를 더 추가했으며,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두 55개의 수정구로 이루어진 지구 중심설로 이어졌다. 그 후 기원후 2세기의 톨레미는 대심과 주전원을 도입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 모형을 약간 수정하였고, 그 후 코페르니쿠스가 나오기까지 거의 1200년 동안 이 우주 모형은 지속되었다. 이 책에는 고대 중국의 세 가지 주요 우주론인 혼천설, 개천설, 선야설도 설명되어 있다.
이러한 우주 모형들은 대개 현대 천문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큰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것들은 아주 제한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아주 소박하고 즉각적인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명들이 독립적으로 창안한 우주 모형들 사이에 일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사례들은 우리 문명과도 관계가 있다. 선덕여왕 때 건축한 경주의 첨성대가 천문 관측대인가 아니면 제단인가 하는 문제,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의 의미, 고구려 고분 벽화, 평양성의 정렬, 풍납토성, 경주 등의 고대 도시의 건축에 관련된 정렬 현상, 고인돌에 새겨져 있는 수많은 홈들, 선사 시대에 만들어진 윷판 모양의 돌새김, 고인돌 덮개돌의 방향 정렬 현상, 석굴암 부처상이 향하는 방향 등 우리 문명도 참으로 다양한 고고 천문학의 연구 대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안한 여러 이론들이 일반성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사례들이 더 다양한 시대와 장소에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적 증명을 거쳐서 일반화된 이론이 확립되어야만 학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어떤 하나의 고고학적 유물이 우연히 어떤 천문학적인 의미와 부합하는 면모가 있다고 해서, 그 유물이 그러한 천문학적 의도를 가지고 제작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본다.
피라미드의 정렬이 정밀한 천문학적 계산을 통해 검증된 것처럼 연역적으로 증명되거나, 중국, 한국, 일본의 고대 도시들이 도로와 성곽이 동서 방향 또는 남북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듯이 여러 군데에서 똑같은 현상을 보여야만 일반적인 이론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많은 연구 대상들에 대해서 이러한 일반성이 확보되어 있지 못하다. 고고 천문학의 이러한 면모는,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연구해야할 것이 산적해 있다는 말도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아메리카 대륙,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 관한 사실은 묘사가 정갈해 보이지만, 중국이나 일본과 관련된 사항은 원저자의 묘사가 너무 현학적이다. 아마도 저자가 일차 자료를 직접 연구하고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서구인의 시각으로 서술된 이차 자료를 바탕으로 묘사했기 때문이 글이 현학적으로 되었고, 번역자가 그것을 의역하지 못하고 직역을 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한국어 번역본의 가장 견디기 힘든 특징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고고 천문학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천문학 지식과 중국의 고대 천문학과 관련된 부분은 번역자가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문장 한 줄을 읽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웠고, 천문학자이자 역사 천문학자인 본인이 갖고 있는 지식을 동원하여 읽어야만 간신히 이해되었다. 사실상 거의 교정을 보는 수준이었다고 느껴진다. 일반 독자라면 더욱 난해할 것으로 짐작된다.
또 저자 주로 처리되어 있는 부분과 전문 용어의 영어 원문을 노출하였기 때문에 문장을 읽기가 상당히 번거로웠고, 많은 전문 용어들이 천문학이나 고고학 분야의 표준적인 용어가 아니어서 제대로 해독하려면 원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상당히 여러 번 들었다. 수천 년을 넘나드는 인류의 지적 성취를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소개하려는 아주 훌륭한 의도를 살리려면 상당한 수준의 퇴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