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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주문…"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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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주문…"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어린이책은 교감이다] 하야시 아키코의 <은지와 푹신이>

어린이날 발행되는 '프레시안 books' 89호는 어린이 책 특집으로 꾸렸습니다. 열두 명의 필자가 어린이 책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마음껏 펼쳤습니다. 여러분 마음속의 어린이 책은 무엇입니까? <편집자>

어릴 적, 괜히 서럽던 날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기억도 잘 나지 않은 아주 자그마한 이유임에도 당시에는 세상에서 가장 심각하고 커다란 일이었으리라. 무엇보다도 위로의 대상이 필요한 때에, 옆에 있어준 건 누구였을까. 유년 시절의 작은 조각들 속에 아련함과 포근함으로 남은 소중한 그 누구는.

가만가만 옛 기억을 더듬어 보면 분명 그 누군가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떤 사물과도 소통이 가능했던 아이 시절이기에 가능했다. 차츰 멀어져갔던 동심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는 함께 웃고 울 수 있었던 시간. 그 속에서 그것은 아끼는 인형이거나 낡은 담요이기도 하며 꽃, 나무, 귀여운 병아리나 또 다른 무엇이기도 했다. 마음으로 주고받는 대화가 오가며 서로에게 방울방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갔던 이름, '친구.'

그림책 <은지와 푹신이>(한림출판사 펴냄)는 여자아이 은지와 여우 인형 푹신이를 통해 그런 작고 소중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곱게 접어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었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은지와 푹신이의 우정을 통하여 우리는 자연스럽게 유년 시절의 친구를 떠올릴 수 있다. 작은 마음의 틈바구니에 스며들어 아련한 그리움으로 일렁이는 친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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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지와 푹신이>(하야시 아키코 지음, 한림출판사 펴냄). ⓒ한림출판사
저자인 하야시 아키코는 일본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중 하나로, 국내에서도 <달님 안녕>(한림출판사 펴냄), <숲속의 요술 물감>(한림출판사 펴냄) 등 여러 편의 작품이 출간 된 바 있다. <은지와 푹신이>(원제 'こんとあき') 역시 제21회 고단샤 출판문학상을 받으며 널리 알려졌다.

하야시 아키코의 여느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은지와 푹신이>는 작가 특유의 정감어린 캐릭터와 고운 색채감이 돋보인다. 다소 예스러워 보이는 그림체는 지난날의 향수를 듬뿍 느끼게 해주기에도 충분하다. 동양적인 느낌이 가득한 사실적인 인물 또한 하야시 아키코 그림체의 특징이다. 작가는 어린 조카들을 직접 관찰하며 인물 묘사에 사실적인 느낌을 한층 더하기도 하였다.

일상과 그다지 동떨어지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선사하고픈 작가의 마음, 그 덕분에 은지와 푹신이는 더욱 생동감 넘치는 주인공들로 탄생될 수 있었다.

은지를 돌봐 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모래 언덕 마을에서 온 여우 인형 푹신이. 푹신이는 은지가 태어나 아이로 자랄 때까지 언제나 곁에서 함께 있었다. 어느 날, 푹신이의 낡은 팔이 터지게 된다. 은지와 푹신이는 푹신이의 팔을 고치러 할머니가 계신 모래 언덕 마을을 향해 여정을 떠난다.

하야시 아키코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토리 전개와 사실감이 돋보이는 간결한 그림인데 <은지와 푹신이>에서도 이 느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아기 은지는 푹신이와 한 바퀴를 뒹굴며 쑥쑥 자라나 어느 새 걸음마를 뗀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질 만한 장면이다. 은지는 푹신이가 모래 언덕 마을의 할머니를 찾아갈 때 당차게 함께 낯선 여행길에 오르기도 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신뢰' 와 '교류' 이다. 처음에는 은지를 돌봐 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은지를 만나게 된 푹신이었다. 이때에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기 은지에게는 푹신이의 일방적인 돌봄 관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친구로 자라온 둘에게는 친구로서 서로를 신뢰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쌓여간다. 차곡차곡 탄탄히 쌓여가는 마음들이 그들 교류의 밑바탕이 된다. 아무리 자신이 낡게 되어도 은지와 함께 노는 것이 가장 좋은 푹신이의 마음이 그것이고, 푹신이를 걱정하여 모래 언덕 마을에 따라나선 은지의 마음이 또한 그것이다.

하지만 바깥세상은 은지와 푹신이에게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할머니를 만나러 기차에 타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은지는 근심이 많다. 가다가 배가 고프지는 않을지, 도시락을 사러 간 푹신이가 돌아오지 못하는 건 아닐지. 새로운 경험에서 겪는 갖가지 위기는 언제든 만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언제나 은지의 곁에 푹신이가 있다.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마치 모든 것이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주문 같은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로 은지를 다독이면서.

은지가 옆에 있어주어서, 또 푹신이가 옆에 있어 주어서 푹신이는 기차 문에 꼬리가 끼어도 괜찮다고 은지에게 말할 수 있고 은지는 안심하고 푹신이의 옆에서 함께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이때까지의 은지가 푹신이가 이끄는 대로 수동적이었다면, 모래 언덕에서는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모래 언덕을 떠도는 개에게 푹신이가 물려가고 은지는 푹신이를 구출해낸다. 모래 속에 묻혀 망가진 채로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푹신이를 업고 은지는 황량한 모래 언덕을 넘는다. 이제까지의 위기에 푹신이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헤쳐 나갔다면 이번에는 은지의 차례가 온 것이다. 여태껏 맡아온 역할이 바뀌면서 은지와 푹신이는 서로 간에 '도움' 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류를 하게 된다. 하나하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생긴 경험으로 은지와 푹신이가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할머니 집에서는 모든 상처가 치유된다. 할머니는 여러 경험들을 겪으며 성장의 아픔을 이겨낸 둘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역할이다. 지친 은지를 안아주고 망가진 푹신이를 고쳐주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우리는 함께 안도감을 느낀다. 마음 놓고 비로소 기댈 수 있는 어머니의 품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목욕이 싫다며 줄행랑치려는 푹신이의 모습에 비로소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할머니와 은지와 푹신이가 나란히 목욕탕 안에 들어가 후에 모두 함께 '야, 잘됐다!' 하고 외치게 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아스라이 떠오르는 추억들 같은 이야기가 읽는 내내 아련함이 남는 웃음을 선사해주는 작은 선물 같은 동화. <은지와 푹신이>를 통해 따뜻한 감성의 교류를 듬뿍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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