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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노무현-이명박, 이것은 똑같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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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노무현-이명박, 이것은 똑같이 닮았다!

[프레시안 books] 김영호의 <경제 민주화 시대 대통령>

1987년 6월 대항쟁 이후 2012년에 이르는 사반세기를 톺아보면 누구나 회한에 잠길 법하다. 항쟁에 몸으로 나섰던 민주 시민들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출산율 꼴찌, 자살률 1위의 창백한 통계가 지난 25년 동안 일궈온 공화국의 실체를 단숨에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적어도 한 해 1만500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민주 시민들이 군부와 맞서 싸우며 최루탄을 들이킨 것은 아닐 터다. 그 25년 동안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 본 언론인 김영호가 쓴 <경제 민주화 시대 대통령>(나무발전소 펴냄)은 그 사반세기를 "경제 민주화 실패의 역사"로 날카롭게 포착했다.

신문 경제부 기자와 데스크, 편집국장에 이어 언론 운동에 동참해온 김영호의 '칼 끝 증언'은 비단 '구제 금융'을 불러온 김영삼이나 '국민 성공 시대'의 사기극을 벌인 이명박만 겨누지 않는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경제 민주화 실패에 대해서도 뚝심 있게 비판한다.

권력을 쥐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 저마다 '경제 민주화'를 들먹이는 오늘, 그 역사가 왜 실패했는가를 구체적 자료에 근거를 두고 분석하는 '백발성성한 기자'의 증언은 그만큼 더 소중하다.

▲ <경제 민주화 시대 대통령>(김영호 지음, 나무발전소 펴냄) ⓒ나무발전소
이명박 정권을 몸으로 겪으며 적잖은 지식인들이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현 정권의 차이를 마치 '하늘과 땅 차이'라도 나는 듯이 주장하지만, 언론인 김영호의 눈매는 전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는 1987년부터 2012년까지 집권한 역대 대통령들의 공통점을 정직하고 통렬하게 지적한다. "규제 완화를 물신처럼 숭배해 왔다"는 명제가 그것이다. 역대 정권은 모든 규제를 경제적 해악으로 보았고, 그것이 경쟁을 제약함으로써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고 '맹신'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는 아주 쉽게 반박한다. 규제 완화 이전에 존속할 가치가 있는지 면밀한 분석과 정밀한 검토가 필요했다며 다음과 같이 단언한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는 완화 대상이 아니다. 경제 질서에 관한 규제 역시 완화 대상이 될 수 없다.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공공 복리를 위한 규제, 환경 보존을 위한 규제 등등은 완화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참 쉽게 핵심을 찌른다.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는 규제개혁위원회가 출범해 '완화'를 넘어 '혁파'니 '철폐' 따위를 내걸고 균형 있는 경제 발전을 위해 존속할 가치가 있는 규제까지 없앰으로써 경제적 약자의 생존 기반을 박탈했다고 개탄한다. 결국 맹목적 규제 완화로 독과점이 심화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존립 기반은 무너져 내렸다.

이른바 '노동 시장 유연화'도 그 연장이다. 규제 완화로 비정규직을 양산해 고용 불안을 높이고 임금 격차를 더 벌려놓았다. 그 뿐인가. 공적 영역 '민영화'는 가격 상승을, 산업-시장논리에 의한 교육 정책은 사교육비 증가와 출산율 저하를 불러왔다.

규제 완화를 숭배하며 그것을 경제 민주화로 착각한 25년 국정의 필연적 귀결은 양극화 사회다. 국내 양극화 현상의 심화를 두고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강세였다는 따위의 변명으로 비겁하게 숨는 사람들을 저자는 정확하게 찌른다. 역대 대통령들의 '정책 실패'가 그 원인이라고 명토박는다.

저자는 김영삼 정권이 미국의 전략인 '세계화'의 뜻도 잘 모르고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함으로써 국가 경제가 파탄 나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를 불러왔다고 매섭게 질타한다. 1995년 3월 반대 여론을 묵살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며 외환-자본 거래를 사실상 전면 자유화할 때, 김영삼 정권이 내세운 가입 이유는 여러모로 성찰케 한다. OECD의 정보와 경험을 활용하면 국가 경제를 선진국형으로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단순논리는 기실 얼마나 무책임한가.

저자가 김대중 정권의 실패를 거론하는 대목은 참신하다. 저자는 "(경제 위기를 불러온)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권위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국무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그 기구에 사무국을 두고 분과별 위원회를 설치해 외환, 금융, 재정, 통상, 노동, 세제는 물론이고 표면적으로는 IMF 사태와 무관해 보이는 농업도 포함시켜야 옳았다.

관료 집단의 의식 구조를 분석하며 정책 대안을 단기적-장기적 과제로 나눠 제시했어야 했는데, 김대중 정권은 국민적 지혜를 모으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경제 파탄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관료 집단에 의존해 그들이 내놓는 즉흥적인 대책으로 위기를 순간적으로 모면하는 식으로 대처해 나갔다는 분석은 '김대중 지지자들'이 깊이 성찰할 대목이다.

저자는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국익을 망각한 채 전략은 없고 일방적인 양보만 거듭했다고 비판한다. 특히 노 정권이 "처음부터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론화를 통해 이해득실을 따져야 했는데도 느닷없이 2006년 2월 2일 미국과 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밝혔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의회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서울도 아닌 워싱턴에서 발표했다. 실제로 협상도 개시하기 이전에 이른바 '4대 선결 조건'이라 해서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국민건강보험 약가 현행 유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적용 예외를 죄다 받아들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남북 긴장 완화, 인권 신장, 권위주의 타파, 민간 영역의 자율성 확장에는 또렷한 차이를 보였지만 경제에선 새누리당과 동일했다는 저자의 분석은 오랜 기자 생활에서 익힌 구체적 통계로 뒷받침되어 있어 설득력이 높다.

분석에 이어 해법도 구체적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저자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 민주화'란 화두를 선점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까지 굳이 비판하진 않는다. 문제는 두 당의 경제 민주화 방안이 재벌에 국한되어 전체적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데 있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재벌의 신규 사업에 대해서 순환 출자를 규제하겠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경제 민주화의 부분 개념인 재벌 개혁을 전체 개념처럼 간주함으로써 방향이 틀렸다고 분석한다.

특히 새누리당이 경제 민주화를 이념 논쟁으로 몰아가며 자신들만이 온전한 주장을 편다고 주장할 때 자칫 색깔 시비 속에 본질은 실종되고 사상 논쟁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선 기자다운 감각이 묻어난다. 대선 국면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논란이어서 경계할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경제 민주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민생 복리'다. 이념 논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며 재벌에 대한 규제도 민생 복리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아쉬움은 있다. 민생 복리의 정책 대안들, 경제 민주화의 구체적 방법이 좀 더 자세하게 예시되었다면 실패의 역사를 진단하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지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경제는 아예 들여다보기 싫어하는 '비분강개형 민주 시민'이라면, 여전히 김대중-노무현에 대한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신앙적 지지자라면, 이명박 정권이 실정을 거듭하는 데도 왜 민주당의 지지가 오르지 않느냐며 '국민 수준'을 개탄하는 윤똑똑이라면, 저자의 찬찬한 증언과 소통해볼 일이다. 본인은 물론, 공화국의 내일을 위해 그렇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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