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우리는 주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를 고려한 후 어떤 결정을 내린다. 즉 이런 모든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 정보를 점검하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하는 행위이다. 이런 행동이 우리 자신의 '자유 의지(free will)' 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 ▲ <자유 의지는 없다>(샘 해리스 지음, 배현 옮김, 시공사 펴냄). ⓒ시공사 |
그러나 그 반응은 본인이 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는 시간보다도 더 선행하였다. 즉 본인이 그 결정을 내릴 것을 의식하기 이전에 이미 뇌에서는 검지를 일으키려는 작동이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식보다 뇌의 반응이 더 빠르다면, 우리의 의식적인 행동의 많은 부분은 실제로는 의식 이전의 단계에서 시작됨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에서도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 자체가 많은 경우 우리 자신의 자발적 의지가 아닌 다른 부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역시 밝혀졌다. 예컨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연속으로 퍼즐 게임을 수행케 한 실험에 의하면, '성취하다', '이긴다'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퍼즐 게임을 한 후 두 번째 퍼즐에 도전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게임을 더 잘 수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취하다, 이긴다 같은 뉘앙스에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의지가 고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협조'와 관계되는 단어를 많이 읽히면 그 학생들이 더욱더 실제로 협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사람의 행동은 얼핏 보아 자신의 고유의 의지와 능력으로 수행하는 것 같지만 실제 행위에 있어 주변 환경으로부터 무의식적인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우리의 자유 의지로 간주하는 많은 행동이 실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다.
이러한 사고는 우리에게 여러 골치 아픈 질문을 던져주지만 반대로 인간의 행동에 대한 우리들의 시야를 넓혀 주기도 한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가택 침입하여 남편을 구타하고 아내를 강간한 후 살해한 범인의 이야기를 썼다. 이러한 흉악범들은 당연히 처벌되어야 하겠지만 만일 범인들의 뇌에 문제가 있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이라면 과련 어디까지가 그들의 '자유 의지'이며 어디까지가 그들의 책임이냐고 저자는 묻는다.
실제로 폭력과 관련된 뇌-생물학적 근거는 그 동안 많이 밝혀져 왔다. 수십 년 전부터 폭력적인 사람 혹은 범죄자의 뇌에는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대사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1990년대 가족·친척에 속한 거의 모든 남성들이 폭력, 범죄와 연루된 한 가계 연구에서도 이런 신경전달물질의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결함이 있음을 확인했다.
신경전달물질 이상과 더불어 또 한 가지 각광을 받는 범죄의 생물학적 근거는 범죄자들이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뇌손상, 특히 전두엽의 손상이다. 이러한 뇌 손상은 CT나 MRI 같은 영상을 통해 발견할 수 있지만, 이런 소견이 보이지 않는 범죄자에서도 PET 같은 첨단 장비로 검사해 보면 많은 경우 전두엽의 대사가 저하되어 있음이 발견된다. 즉 어릴 적 알게 모르게 입은 전두엽의 손상으로 인해 이 사람들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헌팅턴 병 같은 유전성 뇌질환을 가진 환자도 전두엽 대사 기능 저하와 연관되어 폭력적 행동을 종종 보인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의 뇌 발달에는 부모, 특히 엄마의 사랑이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맞는 것이다. 결손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는 이처럼 뇌의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고 따라서 성인이 된 후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유전적인 뇌 대사이상, 뇌 손상 혹은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한 뇌의 발달 저하로 인한 범죄 행동의 어디까지가 그들의 '자유 의지'인 것일까? 범죄의 예방을 위해서는 물론 그들을 격리해야겠지만, 과연 그들을 처벌할 권리는 우리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이 남는다.
사실 이처럼 범죄자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어차피 유전적 성향에 의해 영향을 받고 알게 모르게 뇌손상에 노출되고 있으며 또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과정 중 우리의 성향과 개성이 서서히 형성되어 간다. 이런 식으로 조직화해 온 우리의 뇌로부터 내린 한 가지 결정, 즉 이 과정 중 과연 어디까지가 우리 자신의 '자유 의지'인지에 대해 저자는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 '자유 의지(free will)'는 '자유 의지가 없다'로 번역되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자유 의지가 정말 없다기보다는 우리가 우리의 '자유 의지'라 생각하는 많은 부분이 실은 그렇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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