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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제일 소중한 게 인간? 지겨운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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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제일 소중한 게 인간? 지겨운 착각!

[프레시안 books] 앤터니 페나의 <인류의 발자국>

포유류 잡초의 역사

인간이 살아있는 지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처럼 인간이 얼마나 인간중심적인지를 드러내는 말도 없을 것이다. 지구는 초기의 펄펄 끓는 마그마 바다의 상태에서도 존재했고,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덮여 있던 이른바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의 상태에서도 존재했다. 인간이 지구의 상태를 걱정하거나 지구의 미래에 책임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자신들의 알량한 지성과 자부심을 엉뚱한 곳에 적용하는 극단적인 예라 하겠다.

린 마굴리스는 이렇게 충고한다.

"지구는 스스로를 돌본다. 인간이 지구를 돌보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들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구하는 것이다. (…) 지구상의 다른 어떤 것도 인간이라는 특이한 종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또한 인간이 아무리 숫자가 많고, 강력하고, 위험하다고 해도,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아니다. 인간은 직립한 포유류 잡초일 뿐이다." (<공생자 행성>(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중에서)

린 마굴리스의 말처럼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생각할 때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지구가 아니라 인간이다. '지구를 구하자'가 아니라 '인간을 구하자'가 좀 더 솔직한 말이라는 뜻이다. 참으로 특이한 종인 인간이라는 '포유류 잡초'가 스스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건 지구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하지만 '포유류 잡초'에 불과한 인간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지구가 인간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다른 데 살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지구밖에는 살 곳이 없고 자손들도 여기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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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발자국: 지구 환경과 문명의 역사>(앤터니 페나 지음, 황보영조 옮김, 삼천리 펴냄). ⓒ삼천리
앤터니 페나의 <인류의 발자국: 지구 환경과 문명의 역사>(황보영조 옮김, 삼천리 펴냄)는 지구와 인간의 이런 상호작용을 다룬 책이다. 다시 말해 지구가 어떻게 포유류 잡초가 탄생하고, 진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는지, 그리고 포유류 잡초들은 그런 지구 환경 속에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지구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기 위해, 저자는 처음 두 개의 장(1장 진화하는 지구, 2장 인류의 진화)에서 전체 책의 기초가 될 만한 지구의 진화와 인간의 등장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지질학과 기후학의 연구 결과에 근거해 대륙의 충돌과 산맥의 융기, 기후의 변화 같은 지구적 현상들이 어떻게 훗날 인간의 진화와 이주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만들어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약 550만 년 전에 일어났던 판 이동과 지중해로의 해수 유입이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먼지투성이 건조지역'을 훗날의 지중해 '문명 중심지'로 바꾸는 데 기여했음을 보여준다.(57쪽) 또 지난 74만 년 동안 있었던 빙하기와 간빙기의 규칙적인 주기로 인해 열대우림과 사바나와 사막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게 된 것과, 그런 미세 환경의 변화 속에서 '진화의 요람'이 형성되었다는 것도 보여준다.(70쪽)

3장부터 10장까지는 각각 농업과 식량, 인구, 도시, 채광과 제조, 산업화, 무역과 소비, 에너지와 환경, 지구 온난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1장과 2장이 전체 책의 지구물리학적 배경이라면 나머지 장들은 일종의 주제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잊지 말 것은 각각의 주제 안에서도 저자의 관점은 주로 지구와 인간의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농업의 발전은 인간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후의 '지각변동과 기후 혼란, 환경 변화'에 사회적 문화적으로 적응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103쪽) 독자들에게 저자의 이런 관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의 내용은 아마도 태양에너지와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배기가스, 그리고 대서양 순환 에너지 교환의 관계를 통해 기후 변화를 설명하고 있는 10장일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의도한 것처럼 '복잡하고 의미심장하게 서로 엮여 있는 지구의 생애와 인류의 역사의 관계'에 대한 '사실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449쪽) 하지만 취향의 문제일 것으로 보이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해야겠다. 그것은 이 책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많이 찾을 수 있지만(예컨대 담배 1킬로그램을 건조하기 위해서 희생당하는 나무의 숫자는 적게는 3그루에서 많게는 12그루다, 340쪽), 책 전체를 일관하는 서사의 틀(혹은 저자의 의도)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구가 어떻게 인간의 생존 조건을 제공했고, 인간이 그 안에서 어떻게 생존하며 지구에 영향을 끼쳐 왔는지에 대한 책이라면 당연히 그 상호작용의 과정과 결과를 보는 관점도 있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또 이 책이 대학에서 사용될 교재로 기획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호모 사피엔스만큼 자연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종은 없다"(449쪽)라는 인식을 담고 있는 책이라면 "농업의 시작은 인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가장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어서 등장한 초기 문명은 인류가 이룩한 가장 큰 업적에 속한다"(449~450쪽)와 같은 인용문을 아무런 평가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정도의 문제의식이라면 도대체 40억 년이 넘는 기간에 걸친 지구 환경과 인간 역사의 상호작용에 대해 검토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독자가 이 책을 읽은 후에 얻게 된 다양한 사실들을 좀 더 의미 있는 서사로 엮어낸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다시 말해 '포유류 잡초'가 지구에서 행한 일들의 '의미'가 궁금해진다면,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 세계사>(이진아 옮김, 그물코 펴냄)나 J.R. 맥닐의 <20세기 환경의 역사>(홍욱희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를 권하고 싶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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