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우주를 느끼는 시간>(티모시 페리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석영 감수, 문학동네 펴냄)은 아마추어 천문학자로 평생을 살면서 천문학에 관한 글들을 써온 티모시 페리스의 자서전 같은 책이다. 책은 그의 아마추어 천문학자로서의 경험과 다양한 주변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같은 유명 인사들이 대부분이다)과의 생생한 인터뷰들로 채워져 있다.
| ▲ <우주를 느끼는 시간>(티모시 페리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석영 감수, 문학동네 펴냄). ⓒ문학동네 |
사실상 근대 천문학의 기초는 대체로 아마추어가 쌓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접해온 위대한 천문학자들이 대부분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소위 전문 천문학자가 아닌 아마추어 천문학자였다. 1543년에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서 끌어내리고 태양을 그 자리에 집어넣은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도 다방면에 재주가 많았고 가끔 천문학자로 일하던 아마추어 천문학자였다. 행성이 타원 궤도를 돈다는 사실을 발견한 요하네스 케플러는 주로 점성술사와 초등학교 교사로 먹고 살았으며, 핼리 혜성의 주기성을 발견한 에드먼드 핼리 역시 아마추어 천문인이었다. 직접 망원경을 제작해 하늘을 관측하고 1781년에 천왕성을 발견했던 윌리엄 허셜은 작곡가이자 오르간 연주자였다. 문맹의 목동, 농부, 고등학교를 중퇴한 상점의 점원, 석판 인쇄공, 약제사, 철도역의 수화물 운반인, 의사, 육군성 문관, 인쇄업자, 영국의 비국교도 성직자, 실크 상인, 리버풀 양조업계의 거물, 변호사, 노새 마부, 산업공학자 등등 아마추어 천문인들의 본업은 다양했지만, 그들이 천문학에 기여한 공로는 엄청났고 그를 통해 근대 천문학의 기초가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천문학은, 관측 대상인 천체에 최대한 근접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공위성 자료를 이용하거나, 허블 우주 망원경이나 무인 거대 망원경처럼 값비싸고 전문가만 접근 가능한 장비들을 통해 연구가 진행되는, 아마추어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활동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 지금까지 수많은 기여를 했던 아마추어들의 활동이 이젠 전문가의 그늘에 가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일까? 천문학 역사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 아마추어들은 왜 결국 전문가들의 그늘에 완전히 가려지고 말았을까? 그것은 천문학이 나머지 과학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그 역사가 짧고(제대로 시작된 것은 400년도 채 안 됐고 한창 발전하는 중이다), 누군가가 그 걸음마를 떼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역할을 담당한 사람들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은 분야의 학위를 소지하기가 어려웠다. 수학처럼 천문학과 관련이 있는 분야의 전문가이든가, 아니면 그저 그것이 좋아서 열심히 하는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었다. 학문의 초창기에 중요한 것은 능력이지 학위가 아니었다.
아마추어 과학자와 전문 과학자를 구별하는 새로운 관행은 용어 자체의 역사에 반영되어 있다. 아마추어(amateur)라는 단어는 1784년 무렵에야 영어에서 쓰이기 시작했고, 과학자란 뜻의 사이언티스트(scientist)는 1840년에야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윌리엄 휴얼이 "일반적으로 과학을 하는 사람을 묘사하는 이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을 사이언티스트라고 부르고 싶다"라고 생각해 만들었다. 그러나 일단 두 단어를 구별하게 되자,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학자 앨런 채프먼이 지적한 것처럼 "제도적으로 예산을 지원받는 전문가들이 기준을 정하고, '아마추어'들은 단지 거기에 도달하길 열망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불행한 이분법"이 나타났던 것이다.
아마추어란 단어는 프랑스어 아마퇴르(amateur)에서 유래했고, 그것은 라틴어로 '사랑한다'란 뜻인 아마토르(amator)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공자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論語, 雍也))"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전문 천문학자는 지식을 배워서 아는 것이고, 더 나아가 자신이 배운 전공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는 있지만, 그것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단지 즐기기 위해서 그 일을 평생토록 아무런 대가 없이 하는 아마추어 천문학자보다는 무언가 부족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우주에 대한 열정이 사람들이 아름다운 음악이나 미술에 대해 본능적으로 받아들이는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느꼈다.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순수한 감정적 즐거움의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다. 지은이인 티모시 페리스를 비롯해서 이 책에 나온 10명의 유명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대부분 그러한 방식으로, 즉 분석적이기 보다는 본능적으로 천문학을 느끼는 것이다. 이 차이가 본질적으로 'Scientist'와 'Amateur'를 다르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나는 늘 철저한 육안 관측자로 살아오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늘을 샅샅이 훑었어요. 그것은 19세기에 관측자가 호기심에 사로잡혀 망원경을 들여다보던 방식과 별로 다를 게 없어요. 뭔가 흥미로운 게 눈에 띄어 관측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냥 그것을 관측해요. 관측을 할 때, 나는 늘 전통에 도전하지요. 한때 진실로 믿었던 것들은 대부분 진실이 아니에요. 과학의 진가는 바로 진실을 구별하는 데 있지요. 우리는 모두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별인간이에요. 그래서 별에 호기심을 느끼는 성향은 바로 우리의 유전자 안에 들어 있어요. 그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어떤 궁극적인 힘을 나타내요.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물을 때 땅을 내려다보고 말하지 않아요. 하늘을 올려다보죠." (90쪽, 스티븐 제임스 오미라의 말)
"볼 수 없는 것을 보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좌절을 수없이 경험했지요. 우주는 늘 우리의 코를 납작하게 해요. 하지만 우주는 아주 아름다워요. 우리는 허리케인에서 나선 구조를 보고,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물에서도 나선형 소용돌이를 보고, 은하들에서도 나선 모양을 보지요. 이 모든 것은 자연에서 연속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인데, 그걸 보면서 살아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고 느껴요. 모든 것은 아주 섬세한데, 더 가까이 자세히 살펴볼수록 더 섬세한 게 보여요. 우리는 아주 경이로운 세계와 경이로운 우주에서 살고 있어요. 내게 그것은 눈에 보이는 세계이고, 나는 단지 그것을 보고 싶을 뿐이에요." (128쪽, 바버라 윌슨의 말)
여러분 중 한번이라도 망원경에 눈을 붙이고 밤하늘을 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에 나온 것과 같은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삶과 말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최근 들어서야 천문대에서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달과 목성을 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 이후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겸손해졌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내 눈에 들어오는 빛이 엄청난 시간 동안 우주를 여행한 뒤에 지금 도착했다는 사실과, 내가 그것을 보도록 허락 받았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티모시 페리스의 <우주를 느끼는 시간>은 수많은 독자들을 천체 관측자의 길로 안내할 것이며, 우주의 경이로움과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길 원하고 사랑하게 만들 것이다. 독자가 처음으로 밤하늘로 우주를 느끼는 관측을 하러 나갈 때 필요한 준비물 목록과 성도 등이 부록에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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