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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린 투어리즘인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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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린 투어리즘인가<하>

"기업가 정신 갖춘 리더 있어야"

유명 관광지에 관광객들이라도 모여들 듯 얼마전부터는 그야말로 “관광” 이야기가 한창이다. 우선, 노사정 위원회의 기본합의문 내용처럼 주5일 근무제, 주5일 수업제, 휴가 분산제, 2008년부터 완전노령연금 지급 등 여가수요 증대를 촉진시킬 수 있는 상황들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관광을 둘러싼 장밋빛 기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올해 초 농림부에서 대통령 보고자료를 통해 그린 투어리즘을 농림부의 주요 정책사업으로 도입할 것을 선언한 이래, 2002년부터 그린 투어리즘 정책사업의 실천을 목표로 여러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 이를 둘러싼 기대도 높다.

특히 농림부의 그린 투어리즘 사업에 대한 정책화 의지나 이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은 우리 농업 농촌의 현실이 농업생산에만 의지하여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잘 반영한다. 그리고 농업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농촌 활성화를 위한 그린 투어리즘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실은 막연한 기대만 높을 뿐 우리의 농업 농촌 실정에 맞는 그린 투어리즘 모델이나 이를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제 문제를 찾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무엇보다 그린 투어리즘을 통해 농촌을 활성화하고자 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그린 투어리즘의 행동 계획과 실천의 주체일 것이다. 행동 계획의 수립 주체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농업인단체 등이 될 수 있다지만 계획의 현장 적용성과 실천성은 바로 여기에 참여하는 농촌 주민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재 준비되고 있는 그린 투어리즘 정책사업의 추진 혹은 우리가 막연히 기대하는 그린 투어리즘의 실천에 있어 우리 농촌 주민의 역량은 충분한가를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에 필자는 우리 농업 농촌 실정에 맞는 그린 투어리즘의 모델이 될 만한 한 마을의 예를 소개함으로써 화두를 삼고자 한다.

경기도에 있는 K마을은 농협과 주민들이 약간의 체험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대표농가와 참여농가에서 민박을 제공하는 팜스테이(farm stay) 추진 마을이다. 이 마을은 92년 주말농장, 군 지정 민박마을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99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팜스테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30농가 중 6농가만이 참여하였는데 지난해에는 10농가, 올해는 23농가가 참여하는 등 마을 전체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지난해 한 해에 팜스테이를 통해 마을을 방문한 도시민들의 수는 거의 2천명을 넘었으며, 이를 통해 참여농가 마다 적게는 1백만원에서 많게는 4백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방문한 도시민들에게 민박과 식사 이외에 소달구지 타기, 짚신 만들기, 새끼 꼬기, 인절미 만들기와 같은 전통체험, 농사체험, 자연체험, 그리고 인근 역사유적지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현재까지는 다녀간 도시민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고, 별 다른 투자비 없이 괜찮은 농외소득을 올렸기 때문에 참여농가들 역시 만족하는 편이다. 또한 이 일을 대표적으로 추진하는 농가나 참여농가는 “정(情)을 브랜드로 하는 소박한 농촌관광”을 앞으로도 추진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현재까지 그린투어리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실천 사례 중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마을이 지속적으로 팜스테이 사업을 추진하는 마을로서 유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사항도 적지 않다. 사실 이는 우리 농촌에 그린투어리즘이 정착,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이 마을의 경우는 중앙정부 한 부처에서 추진한 마을재정비 사업으로 마을 내 주택 정비, 기반시설 정비가 이미 이루어져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비가 그린투어리즘 사업과 연관을 가지고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팜스테이를 하면서 새로운 추가 시설정비 수요가 대두되었다. 이를테면 농가와 민박을 하러 온 도시민간에 현관이나 욕실은 분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즉 농촌 그린투어리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하드웨어 정비가 이루어져야 하고 기존에 중앙정부 부처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농촌 정비사업간의 사전 연계, 조정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부처별 단년도 예산편성 방식에 의한 정책사업 추진 환경하에서 이는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둘째 현재 이 마을에서 팜스테이 사업을 추진하는데는 대표농가와 참여농가 이외에도 지역 농협, 군 등의 역할이 상당히 큰 편이다. 그런데 농협과 군의 조력이 없었다면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을지를 생각하면 다소 회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표농가는 장기적으로 “혼자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방문객들에 대해 마을 안내, 체험 프로그램 개발 및 지도, 때로는 주변지역 탐방가이드까지 겸해야 하는데 리더 한 사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마을공동체의 협조와 일단의 리더그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린투어리즘 활성화를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의 단결은 물론이고 적어도 2~3명 이상의 리더집단 형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 농촌의 마을공동체가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그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셋째 현재는 마을에 민박 신청이 있으면 대표농가가 참여농가 가운데 적당한 집을 정하여 주는 식으로 팜스테이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표농가는 노력의 대가이기는 해도 “선점 이익”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며 참여농가 중 일부는 약간의 바가지요금 혹은 덤핑요금 등과 같이 마을 사람들 모르게 일종의 호객행위를 하는 일도 일어난다고 한다.

농촌 그린투어리즘 활성화를 위해서는 마을 주민간의 역할, 규칙 등에 관한 스스로의 합의와 통제 기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돈” 문제가 가져올 주민간 갈등을 제어하는 장치로서 어느 정도 작동 가능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 밖에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낙후지역이 낙후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주민의 경영능력이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의 결여 때문임은 잘 알려져 있는 정설이다. 그 중에서도 농촌 주민 특히 노년층이 대부분인 우리 농촌 주민을 고려해보자. 그들은 대부분 새로운 사고나 쇄신과 변화에 둔감하고 따라서 그러한 것들의 수용에 뒤떨어진다. 또한 자신들의 삶에 연관된 사안들을 다루기 위해 “당장 얼마를 벌 수 있다“는 수익모델이 없이는 노력할 기력마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그린투어리즘 사업을 모든 농촌 마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노력을 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어차피 그린투어리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마을은 극히 한정되어 있음은 분명히 해야 한다.

더불어 몇 가지 과제로 제기한 것 중에서 중앙정부 부처들간 농촌 정비사업의 연계나 조정도 단시일내에는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이겠지만 특히 농촌 마을공동체와 리더집단 육성, 주민간 역할과 규칙 등에 관한 합의와 통제 기제 확보, 농촌 주민의 기업가 정신 배양 등은 더더욱 해결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책적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이기도 하다.

다만 많은 시행착오와 오랜 경험을 축적해 가면서 스스로의 원칙과 규율이 마련될 것이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린투어리즘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 국가들에서 오늘날과 같은 성과를 거두는데 50여 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지금 이야기하는 이러한 우려는 지나치게 경솔한 조급증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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