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11일 열린 보호관찰협의회에서 상습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청소년에 대한 보호관찰 처분의 일환으로 야간시간대 외출금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매매 십대의 야간외출 금지령은 십대 성매매가 밤에만 일어난다는 현실감 없는 발상, 집 전화를 핸드폰에 연결시켜 집밖에서도 응답할 수 있게 된 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에 둔한 어른들이 생각해 낸 ‘대외 홍보용’ 제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
***성매매 발생 시간대만 이동할 수도**
아마도 야간시간 외출금지 명령을 통해 한국의 십대 성매매 문화는 특수한 시간대로 그 행동 반경을 옮기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아침에 피시방에서 채팅을 하고 오후에 어른들을 만난 뒤 저녁에는 집으로 귀가해서 보호관 관찰에게 집에 있음을 확인시켜주거나 집으로 걸려온 전화에 응답을 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마치 나인투 파이브 시스템의 직장인들처럼 ‘원조교제’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도대체 법무부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 십대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것인가, 아니면 십대 성매매 문제를 걱정하는 ‘어른들을 안심시키고 싶은 것’인가. 그도 아니면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깨끗한 거리‘ 보여주기 일환으로 거리에서 노점상을 걷어내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밤거리 십대들을 걷어내려는 것인가.
십대 소녀와 원조교제를 한 성인 남성을 처벌하는 것, 성매매를 한 소녀에게 야간외출 금지명령을 내리는 것은 처벌과 금지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원조교제 문제의 해결에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달라지고 있는 십대 생활세계의 변화는 그러한 목적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공간 제약 극복가능한 십대의 새로운 ‘조건들‘**
십대들의 성매매 수단은 주로 인터넷의 채팅, 전화방, 휴대폰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장치들은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가볍게 뛰어넘게 하는 십대들의 새로운 조건이 되고 있다.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는 ‘보호주의‘가 무색할 정도로 가정, 학교/바깥세상 사이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자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면서도 휴대폰의 인터넷 기능을 이용해 새로운 사람들과 채팅을 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실제 생활반경의 제약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십대들의 생활세계에서 봤을 때 성매매를 한 십대에 대해 야간외출금지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소리로 들릴 것이다. ‘범인’은 집안에서 유유자적하게 자기편과 핸드폰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경찰은 그 둘 간의 접선을 막아보겠다고 집밖으로만 못 나오도록 집 앞에서 지키고 있는 상황.
***차라리 집밖에 ‘소녀들의 방‘을 만들자**
무분별한 소비욕에 환장해 원조교제를 반복해대는 십대에 대한 이미지는 또 하나의 가공된 환상이다. 소녀들은 자신들에게 ‘너 때문에 애들 물 다 버린다‘며 차라리 수업시간에 들어오지 말라고 이들을 쓸모없는 엑스트라 취급하는 학교에서, “차라리 나가 죽어“라고 길거리로 이들을 몰아내는 집에서 내몰려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는 단 얼마를 구하기 위해 원조교제를 한다. 원조교제를 하는 소녀들은 차라리 집밖이 더 안전한 가정배경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피시방에 들어가 1000원을 내고 채팅을 해서 하룻밤을 재워줄 남자들을 찾기도 하고, 길거리의 노숙자들과 섹스를 해주고 만원을 받기도 한다. 적어도 내가 만났던 소녀들은 집을 나와 누구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 놓고 머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하룻밤을 해결할 남자들을 만나기 위해 채팅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경계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조건들을 갖고 있는 소녀들에게 야간외출금지 명령을 내리는 것은 효과도 없을뿐더러 바람직한 해결방안도 되기 어렵다. 사회가 소녀들을 위해 해 주어야 하는 것은 집, 학교, 바깥세상의 상업자본 놀이터 이외에 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제 3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거창한 쉼터의 형태를 갖출 필요는 없다. 단지 집밖에서 ‘잘 곳‘을 해결하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는 일은 막아줄 수 있는 ‘소녀들의 방‘ 같은 것들을 조그맣게, 여기저기에,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룻밤에 500원정도를 내고 여자라면 누구나 와서 머무를 수 있고, 그 안에서 금주와 남자출입금지 정도 이외에는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 공간들이 만들어진다면 피시방에서 채팅을 하던 소녀들은, 거리에서 노숙자들을 기웃거리던 소녀들은, 공원에서 헌팅 당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밤을 새우던 소녀들은 모두 이 곳으로 몰려들 것이다. 이들을 집에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집밖에 이들이 공식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 현재 원조교제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장치이다.
보호나 처벌로 소녀 원조교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마인드를 바꾸지 않는 한 이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다. 평생 소녀들과 숨바꼭질 하는 것. 성매매 십대에 대한 야간외출 금지명령을 내려놓은 ‘어른‘들이 지금 걱정해야 할 건 십대에 대한 신체 자유의 구속은 아닌 것 같다. 야간외출금지로 아이들의 신체가 구속될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당신들의 발상을 걱정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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