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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미주알 고주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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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미주알 고주알' <4>

요가 이야기1

작전상, 이번주에는 미리 예고했던 ‘요가’가 아니라 다른 이야깃거리를 찾아 능청을 떨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체질 탓인지, 어쩐지 그게 잘 안 된다. 그것,이라는 건, 그러니까 앞을 보면 뒤를 볼 줄 모르고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하나는 그게 끝날 때까지 전혀 생각할 줄 모른다는, 미주알 고주알 첫 번째에 나오는 이야기의 연속이란 거다.

해가 바뀌자마자 채식 열풍이니 금연바람이니 하는 것이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전조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금연바람이란 것도 새해가 되면 늘 처음이고 태초에 없었던 일처럼 불어 닥치긴 하지만, 역시 새로울 건 없다. 하지만 지난해 몇 번의 경험을 생각하니 이 바람이 바람처럼 그냥 쉽게 잦아들 것 같진 않다. 게다가 채식 열풍이라는 거대한 맞바람까지 함께 만났으니.

외출을 자주하는 편이 아닌데도, 지난 연말엔 자의든 타의든 몇 번의 모임에 나갔었다. 실명을 쓸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선배든 후배든 이니셜로 대신해야겠다. 그토록 애연가였던 K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거참 이상한 일도 다 있군, 생각하다가 선배 담배 끊었어요? 라고 생뚱맞게 물어봤다. 이제 알았어? 벌써 꽤 됐는데, 간단히 일축해버리는 게 아닌가.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묻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 선배가 위대하고 낯설고 지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건 사실이다. 음, 여기에 말하긴 좀 뭣하지만, 담배를 끊는 사람과는 돈 거래도 하지 말고 말도 섞지 말라고 했던데. 그 말을 누가 했더라? 그것도 술 좋아하고 담배 좋아하는 O선생이 했었나? 아무튼 그런 일은 몇 번 더 계속된다. Y도 C도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담배를 끊었다. 그럼 원고 쓸 땐 어떡해요? 난 또 대단히 놀랍고 신기하다는 듯 묻는다. 물을 마시지. 경쾌한 대답이다. 담배를 끊은 작가들이 더 여럿 있었는지 급기야 어느 신문 문학란에서 누구누구가 담배를 끊었더라, 문단에서 금연열풍이 분다더라, 하는 기사까지 읽게 되었다.

몸에 대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단지 금연, 채식 열풍뿐만 아니라 새벽이나 오후에 하릴없이 텔레비전을 틀어볼 때면 홈쇼핑에서 파는 갖가지 건강식품은 그 이름들을 일일이 다 열거하기가 힘들다. 의심쩍다가도 그 식품이나 제품의 전문가들이나 무슨무슨 박사들이 나와 광고를 할라치면 그때부터는 저걸 사 말아? 하는 갈등까지 생기게 된다.

지난 토요일인가. 무슨 일이 있어 시내에 나갔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명동에서도 난 그걸 보았었는데, 버스가 잠시 정체되어 있는 순간 맞은편 건물 피트니스 클럽이란 곳을 맞바라보게 되었다. 거리로 난 창 앞에서 흰 티셔츠를 입고 런닝머신을 하는 일군의 사람들이 눈에 확 띄었다. 나로서는 그토록 애연가였던 누구누구가 담배를 끊었다는 것처럼 의아하고 신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토요일 오후, 사람들 일부가 거기 모여서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훅훅, 이쪽으로까지 건강한 땀 냄새가 풍겨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금연, 채식 열풍뿐만 아니라 한때는 조깅, 달리기, 마라톤 열풍까지 불어 닥친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무려나, 나름대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열정은 불처럼 뜨거워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가보다. 그토록 게으른 나까지 ‘요가’라는 것을 시작했으니.

내가 요가를 시작한 건 아직 한달이 채 못 된다. 그래서 아직 요가 이야기를 하기에는 좀 빠른 감이 없진 않다. 그런데, 요즘 내가 가장 열심히, 사력을 다해 하고 있는 건 독서도 아니고 원고를 쓰는 일도 아니다. 바로 요가다.

나는 운전도 못 하지만, 규칙적으로 매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를테면 무슨 학원엘 다녀 뭘 배운다거나 하는 건 정말이지 잘 못 한다. ‘규칙적인 것’을 못 한다는 건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지 못한다는 말도 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지독한 야행성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여태 딱 두 번밖에 요가를 빼먹지 않았다.

요가의 진정한 의미가 명상인지 호흡인지, 그것이 인도인지 어디인지 하는 나라에서 참선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는지 어쨌는지 나는 모른다. 아직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알고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요가라는 생각이 든다. 편두통과 소화불량과 무기력증 때문에 시작하긴 했지만 이제 나는 내 몸의 뼈들이, 특히 척추와 고관절의 뼈들이 그동안의 잘못된 자세 때문에 얼마나 어긋나고 휘어버렸는지 육체적으로 느꼈기 때문에 그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을 도리가 없게 돼 버렸다.

금연도 좋고 채식도 좋다. 이 생을 사는 날까진 건강해야 하니까. 그리고 자신의 ‘몸’을 안다는 건 ‘나 自我’를 안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테니까. 오늘도 나는 요가를 간다. 척추를 빳빳하게 오래 세우고 앉아 있으면 내가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난 아무나 붙잡고 요가를 강요하는 사람은 아니다. 누구에게는 다이어트를 또 어떤 이에게는 조깅이나 등산을 넌지시 권해본다. 하지만 금연이나 금주는 권해본 적이 없다. 그건 권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 최근엔 배가 나와 고민하는 내 친구 S에게 헬스를 권했다. 나는 S씨가 열심히! 운동을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죠 S씨?

사라진 것인지 단지 일시적인 잠복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요가를 시작한 삼주 전부터는 두통도 소화불량도 어깨와 등에 결리던 담도 다 사라졌다. 잠도 제법 잘 잔다. 자세가 바르다는 소리도 꽤 듣는다. 믿거나 말거나!

‘요가’이야기는 어쩐지 이번 한 번에 끝날 것 같지 않아, 미리 번호를 붙여두었다. 그렇다고 다음번 이야기도 또 요가라는 건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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