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의 어느 곳에 우리나라에서 간 스님이 절을 짓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절처럼 나무를 쓰지 않고 콘크리트를 쓴다. 그러다 보니 공중사다리(飛階)도 필요하고 모래를 져 나르는 인부도, 철근을 붙들어 매는 사람도, 칠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공사판에 있는 이 사람들, 모두 맨손이다. 맨발이고 윗도리를 입은 사람도 별로 없다. 그들은 폭양이 내리쬐는 비계 위를 모래지게를 지고 위태하게 오르내린다. 공중에 매달려 망치질을 한다. 그렇지만 다들 웃는 낯이다.
리포터가 묻는다. 스무 살에서 서른 살 사이쯤 되는, 화장이 짙고 어여쁘게 생긴, 어쩌다 한국에서 인도의 공사현장까지 날아간 리포터가 묻는다. 나이 들고 얼굴에 주름살이 쳐진, 선량한 표정의 스님에게 묻는다.
"아유, 저 분들! 전부 맨손이시네요. 손을 다치시지 않을까요? 왜 장갑을 안 끼고 일하시죠?"
카메라가 막 지나가는 인부의 손을 비춘다. 그의 손은 갈라져 피가 배어나오고 있고 그 옆의 인부도 다를 바가 없다. 손발은 피투성이고 상처투성이지만 그들은 웃고 있다. 카메라를 향해, 서로를 향해 웃는다. 언제나 웃는다. 스님을 향해서도 웃고 리포터를 향해서도 웃고 하늘을 향해서도 웃고 있다. 스님이 웃으며 대답한다.
"처음에는 장갑을 나눠줬어요. 그런데 여기는 장갑이 생산이 되지 않아서 비싸요. 하나에 1달러씩이나 해요. 하루 품삯하고 맞먹거든요. 나눠줘도 받아서 집어넣고 쓰지를 않아요. 한국에서 가져온 것도 한계가 있다보니 더 나눠줄 수도 없게 됐지요."
카메라는 천천히 스님을 돌아 공사현장에서 백여 미터쯤 떨어진 곳의 군중을 향한다. 이백여 명은 됨직한 군중들 중에 장갑을 낀 사람은 없다. 이 더운 날씨에 누가 장갑을 끼겠는가. 가만, 저 웃고 있는 군중은 뭘 기다리는 것인가. 어쩌면 그들은 스무 명도 안 되는 공사현장의 인부들 중에 누군가 사고가 나서 자신들이 그 일을 대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그들은 웃고 있다. 위태로운 공사장에서 땀을 흘리며, 뙤약볕에서 일자리를 얻은 운 좋은 동족을 부러워하며 끝없이 웃고 있다.
***2**
요즘 소말리아에서 1달러는 열세 식구의 하루 끼니에 해당한다. 1달러는 하루치의 목숨이다.
휴대전화 회사에 다니는 기사 H, 그 전에는 한달에 100달러를 월급으로 받았다. 안정된 직장의 고소득자로 식구와 친척까지 먹여 살렸지만 요즘은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 이웃에게서 얻어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며칠 뒤부터 하루 1달러가 없으면 전부 굶어죽을지도 모른다.
소말리아에서 전화는 국내 통화는 무료이지만 휴대전화끼리의 통화는 돈을 받는다. 소말리아에 휴대전화 시스템을 수출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아프리카에 휴대전화 시스템을 수출할 교두보로 소말리아를 선택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자신들이 설치해준 휴대전화 시설이 테러 조직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시스템을 폐쇄했다.
전화를 쓰지도 않는데 전화요금을 낼 사람은 없다. 그 전에 쓴 전화요금을 내고 싶어도 돈이 없다. 전화요금은 달러로 내는데 소말리아에는 달러가 귀하다. 소말리아에서 해외로 나간 사람들이 돈을 벌어서 소말리아로 송금하는 은행 계좌를, 미국에서 그 은행이 테러에 돈을 대주고 있다는 혐의를 걸어 폐쇄해 버렸다. 환율은 하룻밤새 두 배 세 배로 뛰어 사람들은 소말리아 돈으로는 거래를 하지 않으려 한다. 어제의 두 배로 밀가루를 팔아봐야 돌아서면 밑져서 네 배로 사야 한다. 달러만이 변치 않는다.
소말리아의 아이들은 총소리를 들으며 태어나 사람이 총 앞에서 쓰러지고 쫓겨다니는 걸 보면서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청년들의 취업률은 국민 소득에 비하면 이상하리만치 높은데 그들 대부분은 총을 쏘는 직업에 종사한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아닌 군벌의 민병대가 되고 달러를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는 사설 경호대가 된다. 총을 든 사람들은 쉽게 죽는다. 그들이 죽으면 동생들이 뒤를 잇고 동생마저 죽으면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이 모두 굶어서 죽을 것이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폭탄이 터져서 죽는 사람들보다 천천히 죽는다고 해서 그들의 죽음이 나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좋은 기술과 정보와 헤아릴 수 없는 돈으로도 테러를 지원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나라, 그러면서도 시시각각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줄을 죄고 있는 나라를, 그들이 하기 좋아하는 말로 무슨 축이라고 부를까.
수도 모가디슈의 시장에서 누군가 말했다.
- 어서 미군이 쳐들어오면 좋겠네. 달러를, 달러를 가지고 들어올 거니까.
프레시안에 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