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리우+10'회의를 맞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이 보내는 메시지이다. 칼럼 원문은 미국의 정치평론 웹사이트 카운터펀치(www.counterpunch.org)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자연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제2차 환경정상회의가 열렸다. 1백개국이 넘는 각국 정상들이 요하네스버그에 모였다는 사실은 그들 모두가 (환경문제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마음속 걱정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환경에 대한 걱정은 이미 10년전 리우데자네이로에서도 표출됐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지난 10년동안 발생했던 사건들을 돌아보면 심각한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냉전시대를 상징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10여년간 인류는 희망에 찬 미래를 고대했다. 지구촌에는 핵전쟁의 공포, 이데올로기적인 대립을 대신해 안정적인 발전이 시작될 것처럼 보였다. 심각한 기아와 환경오염에 맞선 적극적 행동을 펼칠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됐다. 연대, 인권, 개인의 자유 등의 개념이 전지구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인류는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인류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 공산주의 붕괴에 대한 축하파티가 너무도 오랫동안 지속된 나머지, 인류는 세상의 복잡함과 수많은 문제점, 그리고 모순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기아와 퇴보, 심각한 환경문제들은 공공의 관심에서 사라져버렸다.
2001년 9.11 사태는 일극적 세계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도 국제 테러리즘의 위협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가공할 만한 사건은 냉전시대의 종식과 구소련 연방의 해체로 생겨난 일극적 세계의 논리가 환상이었음을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요하네스버그 세계정상회의가 전환점이 돼야 한다.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 시작돼야 한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에 따른 처방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런 종류의 회의는 '말의 잔치'로 불신받게 될 것이다.
세계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됐을 때, 프랑스의 저명한 해양학자 자크 이브스 쿠스토(Jacques Ives Cousteau)는 가장 심각한 환경파괴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시장경제체제에 의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시장경제에서는 가격(priec)만이 중요할 뿐, 가치(value)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쿠스토의 이 지적에 동감한다. 당면한 환경위기는 순수한 경제적 판단기준(이윤율, 투자자본의 회수 등)만을 고집해서는 환경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백여년동안 무엇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를 시장은 결코 평가할 수 없다. 눈 덮인 산과 호수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시장가치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쓸모없는' 야생 동물이나 수백종의 곤충을 보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누가 계산할 수 있겠는가?
1992년 나는 조지 슐츠 미 국무장관과 밤새워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에게 "당신네 미국인들은 당신들의 생활방식을 전세계로 수출하려 한다. 하지만 당신들은 현재 전세계 전기에너지의 44%를 소비하고 있다. 만일 다른 나라들이 미국처럼 전력을 사용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자원은 몇 년 안에 고갈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전세계 10억 인구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미국 사람 네명 중 한명은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다. 너무나 모순적인 상황이 아닌가?
에이즈 환자 3천6백만명 중 2천3백만명이 아프리카인이고,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전화를 다 합쳐야 고작 도쿄 시내의 전화 수와 같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세상이 너무도 비정상이라고 느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도 아니면 아프리카에서는 1억3천만명의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한다는 사실은 또 어떤가? 현재 보츠와나의 평균수명은 41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가난한 이들에 대한 부자나라의 원조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같은 책임은 결국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에게 있다. 그들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첫 번째 과제는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른바 지역분쟁을 방지하고 지구상에 나날이 번져가는 유혈사태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지역분쟁과 유혈사태가 확산되는 데에는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보유한 강대국들의 책임도 크다. 지구촌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테러리즘에 맞서 싸워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전세계 기아와의 전쟁이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 소수 부유한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겠는가?
세 번째 과제는 환경문제다. 급증하는 기후변화, 천재지변, 태풍, 홍수, 가뭄 등이 지구를 갉아먹고 있다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다. 수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사라지고 있다. 빙하는 녹고 있고 바다자원은 고갈되고 있다.
이 세 가지 과제는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다. 전쟁의 위협 앞에 단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지구를 구하기 위해 뭉칠 수 없다. 우주의 역사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지극히 짧은 시간 존재하다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우리가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이윤이 아니라 정의와 평등에 기반한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한 신호에 주의를 기울일 때가 됐다. 요하네스버그의 세계정상회의는 '리우+0'가 돼서는 안된다. 자연은 더 이상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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