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회원으로 지난 8일부터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진료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인 한의사가 프레시안에 현지 상황에 대해 중간 보고서를 보내왔다. 현재 바그다드에는 보건의료단체연합 의료진과 실무자 11명이 머물며 무상 진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쟁이 끝난 바그다드에서 날아온 그의 편지에는 이라크인들의 고통이 묻어나왔다. 후세인의 오랜 독재와 시아파 탄압, 전쟁과 경제제재로 인한 열악한 의료서비스, 또한번의 전쟁이 불러온 참화까지. 끝이 없을 듯 보이는 그들의 고통에 한가닥 희망이 되고자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편집자주
***시아파 거주지 의료 혜택 열악**
저희가 한국을 떠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5월8일 출발한 우리팀은 김정범(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정경진(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회장), 이준혁(청년한의사회 회원), 김양중(인의협이면서 한겨레신문기자)으로 구성됐으며 5월12일 바그다드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를 세번 갈아타고 12시간정도 걸리는 육로를 통해 도착했습니다.
먼저 진료활동을 벌일 곳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우리가 진료할 곳은 바그다드 외곽 뉴바그다드란 곳에 위치한 알마쉬텔로, 시아파들이 다수 거주해 수니파인 후세인으로부터 정치적 박해가 심해 의료 혜택은 전쟁 전부터도 거의 없던 곳입니다. 따라서 우리 보건연합의 진료활동과 의약품 전달이라는 목표에 잘 맞아 떨어지는 곳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 재건에 대한 의욕도 높습니다.
<사진: 진료장면>
처음에는 이라크의사들과 같이 진료하는 곳에서 시작했으나, 의사소통 및 의약품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어서 독립적인 진료소를 꾸미게 됐습니다. 5월13일은 이라크의 국경일인 관계로 진료는 못하고 반전평화팀과 함께 알타쉬캠프의 의료시설을 파악하러 나갔습니다.
알타쉬캠프는 바그다드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입니다. 무더운 더위바람을 헤치고 간 그곳은 이란-이라크 전쟁때 난민이 된 이란 사람들의 거주지로 이라크로부터 행정적인 오지로 낙인찍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물 공급도 보름에 한번 1시간 정도이며 의사도 일주일에 한번 보건소를 들르거나 아니면 간호사가 오는 등 의료혜택이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피부병과 수인성전염병으로 설사가 많은 그곳에 약간의 의약품을 지원하는 데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이곳 알마쉬텔진료소는 나중에 자체진료소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만든 시아파 의료시설중의 하나입니다. 아마르란 사람의 책임아래 뉴바그다드 시아파조직 책임자인 카심과 바그다드 시아파조직의 관심속에 탄생한 병원입니다.
알타쉬캠프에 다녀온 날 오후에는 우리는 진료 준비만을 할 생각이었으나, 환자들이 갑자기 몰려와서 준비와 진료를 동시에 했습니다. 먼저 와있던 선생님들이 양방 진료를 준비했고 치과 진료와 한방 진료를 위한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
5월14일 첫날 진료에서는 약 1백여명의 환자를 봤는데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했고 간혹 중풍후유증이나 위장질환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여자 환자들은 비만이 문제였는데, 운동을 하지 않고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해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음식만 많이 먹어서 그런 거라고 반전평화팀이 귀띔을 해줬습니다.
<사진: 주민과 진료단>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도 않고 침을 놓고 부항을 하고 뜸을 뜨는 등 강행군을 했으나 그다지 피곤치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라크 현지의 더위는 엄청난 폭염이었습니다.
다음날에는 진료의 속도가 조금 붙어서인지 약 1백50여명정도 환자를 봤는데 환자의 유형은 어제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우리가 가는 데마다 '앗살람 알레리 쿰'이라는 아랍어로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어른이나 어린이들이나 참 친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너무 환대해 줬는데, 마치 한국에서 연예인이 나타나면 구름떼처럼 몰려와 주위를 둥그렇게 에워싸는 모습과 유사했습니다.
***열화우라늄탄 피폭으로 죽은 아이들**
시아파 종교지도자들은 우리의 진료소 사업을 기반으로 우리가 떠난 후에도 그곳에서 진료사업을 펼치기 위해 이라크의사 4명과 15명의 행정인력을 벌써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2명정도의 치과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한방도 5월말까지 진료단를 파견한 후에 이 병원에서 자원봉사할 의료진을 섭외하고 이를 통하여 우즈베키스탄처럼 국제협력으로 발전하는 계획을 논의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라크평화진료단사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5월16일은 한국의 일요일과 같아서 진료는 쉬고 대신 방문진료를 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특별히 부탁한 환자들이 대상인데 그날 하루 6섯가구를 방문했습니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로 거동이 정말 불편한 분들이었습니다.
<사진: 의약품 차량>
진료를 하면서 열화우라늄탄 피폭으로 아이들이 암 같은 병을 앓으며 죽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는 가스시설이 열악하여 기름으로 물을 끓여먹는데 생활이 약간 게을러서 설사환자가 많이 나왔습니다.
진료를 마치고 반전평화팀의 일원인 유은하씨와 만나게 되었는데, 유아원에서 근무하는 그의 부탁으로 5진이 들어오면 유아원생들(94명)의 건강검진을 한번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하루나 이틀정도는 유아원생들의 건강검진사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음 보고는 진료를 마치고 귀국하는 암만에서나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졸린 눈을 부비며 글을 썼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5월16일 저녁 바그다드에서.
추신 : 이라크주민들은 주사제를 좋아하여 의사들의 오더를 받아서 집에서 직접 주사하는 경우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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