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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선택해야 한다"

<김근태 의원 기고>"군국주의 부활시키려는가"

"130년 전 군함 운요호로 강화도를 침공해 조선의 문을 강제로 열었던 정한론(征韓論)의 광기(狂氣)가 다시 부활하려는 것인가. 냉전 해체 후 맞이한 21세기의 초입에서 일본은 부시 행정부와 함께 북한을 '마녀' 삼아 또다시 군국주의의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인가."

김근태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일본 의회의 '신세기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는 모임'이 "일본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경우에 상대에 대한 공격능력을 보유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서는 등 군국주의화 경향을 비판하는 글을 27일 본지에 보내왔다.

김 의원은 이글에서 "한ㆍ미ㆍ일 정상들은 연쇄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분명한 합의를 이루었지만 일본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노선에 편승해 북한을 '압박'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면서 "불과 9개월 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받아들여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평양선언'을 통해 과거사 해결과 국교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던 일본의 이 같은 변화는 결국 '경제대국'의 거대한 몸집 위에 달려있는 일본의 리더십이 얼마나 초라하고 기회주의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납치문제를 '고백'한 것은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일본의 보수 강경파들은 이러한 사실에 눈감고, 이 문제를 오직 멸시와 규탄의 대상으로만 몰아갔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어 "동북아시대의 개막을 위해 평화의 리더십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군국주의를 부활시켜 또다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될 것인가 일본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의원 기고문 전문이다. 편집자

***"일본은 선택해야 한다"**

130년 전 군함 운요호로 강화도를 침공해 조선의 문을 강제로 열었던 정한론(征韓論)의 광기(狂氣)가 다시 부활하려는 것인가. 군사대국을 향한 일본의 야심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하던 날 전시대비법인 유사3법을 통과시킨 일본 의회였다. 이들 가운데 103명이 참여한 '신세기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는 모임'이 몇일 전 "일본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경우에 상대에 대한 공격능력을 보유"할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월 "북한의 공격 조짐이 보이면 일본은 선제공격을 할 권리를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던 극단적 강경파 이시바 시게루 방위청 장관은 2차대전 종전 이후 유지되어 온 '전수(專守)방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들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지금 일본의 보수 강경파들은 '평화헌법'이라는 거추장스런 옷을 벗어 던지려 하고 있다. 2차대전의 전범국(戰犯國)으로서 타국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오직 일본의 방위에만 주력할 것임을 선언했던 '평화헌법'과 '전수방위'의 원칙을 한국ㆍ중국 등 피해 당사국들과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기하려는 것이다.

1차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은 히틀러의 유대인 마녀사냥에 열광하며 다시 전쟁과 파멸의 나락에 빠져버렸다. 냉전 해체 후 맞이한 21세기의 초입에서 일본은 부시 행정부와 함께 북한을 '마녀' 삼아 또다시 군국주의의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인가.

한ㆍ미ㆍ일 정상들은 연쇄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분명한 합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노선에 편승해 북한을 '압박'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안전검사를 명분으로 북한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시설에 대한 면세 혜택을 취소하는 등 사실상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 돌입하려는 기세다.

불과 9개월 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받아들여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평양선언'을 통해 과거사 해결과 국교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던 일본의 이 같은 변화는 결국 '경제대국'의 거대한 몸집 위에 달려있는 일본의 리더십이 얼마나 초라하고 기회주의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납치문제를 '고백'한 것은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보수 강경파들은 이러한 사실에 눈감고, 이 문제를 오직 멸시와 규탄의 대상으로만 몰아갔다. 일본인 납치문제는 어두웠던 북한의 과거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시아와 세계를 살육과 파괴의 전장으로 몰아넣은 제국주의 일본의 과거는 그보다 더한 비극이 아니었던가. 지금 일본은 북한을 볼모로 삼아 역사적 죄과와 과거청산의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려는 것인가.

북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조총련계 학생들에게 '반북(反北)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역사가 남긴비극적 사건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어린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이같은 폭력은 명백히 또 다른 '테러'행위일 뿐이다. 군국주의 독일을 지배했던 '反유대주의'의 망령을 다른 얼굴로 부활시키려는 일본 보수 우익의 광기에 가슴속에서 서글픔과 분노가 치민다.

이같이 대화와 협상이 실종된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는 일본의 5자회담 참여는 결국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한반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보장하는 '입장권 얻기'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동북아시아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다.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통해 태평양과 유럽이 철의 실크로드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일본은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동북아시대의 개막을 위해 평화의 리더십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군국주의를 부활시켜 또다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될 것인가.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민과 아시아인들은 지금 일본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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