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를 현지 조사 중인 임영신, 김박태식씨는 16일 한때 추가 파병시 한국군 주둔지로 거론됐던 북부 모술지역을 방문했다. 이들은 모술 및 북부지역 경찰총장인 모함메드씨를 만나 그곳의 치안 상황과 한국군 파병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모함메드씨는 정부의 2차 이라크 현지조사단이 만나 의견을 들은 사람이기도 하다.
이들은 또 모술에게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독일인 헬라와 그의 이라크인 동료 7명을 만나 전쟁 후 모술 지역 사람들의 일상, 미군정,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 한국군 파병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이라크의 푸른 심장, 모술**
한국의 가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티크리트 상류의 아름다운 도시. 이라크의 푸른 심장, 모술은 아직 가을이었다.
지난 10월 새학년이 시작되었다는 모술대학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모술의 가장 번화가인 모술대학 앞의 거리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거리 곳곳에 총을 든 미군들과 탱크를 마주쳐야 하는 바그다드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곳곳에 새로 생긴 정당 간판들이 보이고 이슬람 학생단체들은 그들만의 공간에 모여 회합을 갖고 있기도 했다. 모술 대학에서 우연히 만난 한 독일계 이라크 여성은 두 달 전부터 여성운동 단체를 시작했다고 했다. 곳곳에서 정당이, 신문이, 단체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비밀경찰 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기 어려웠던 이 도시에서, 전쟁이 오고 있는데 두렵지 않느냐고 물어야 했던 이 도시에서 우리는 다른 세상이 시작되는 것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향해 우리는 더 깊은 물음을 던지지 못한다. 전쟁이 끝났지만 전쟁 전 물었던 물음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한 채 다시 한국의 파병에 관해 묻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미래가 아니라 미군의 안전을 위해 군인을 보내야 하는 부끄러운 파병에 대해....
3백명의 모술 시민들에게 미군의 점령에 대해 한국의 파병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모술에 있는 이라크 북부를 총 관할한다는 경찰청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7천75명의 경찰이 일하고 있는 모술 및 북부지역 경찰총장, 모함메드씨를 만났다.
<사진 1. 경찰서>
***“미군의 가장 큰 실수는 이라크 군대를 해체시킨 것”**
지난 4월 14일, 바그다드가 함락된 3일 후부터 그들은 다시 일하기 시작한 이라크 경찰. 물론 다른 점이 있다면 사담의 명령이 아니라 미군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는 것일 따름이다.
몸에 25곳의 상처가, 심지어 한 발의 총알이 가슴에서 등까지 관통한 적이 있다는 그, 미군과 손을 잡고 협력 속에 치안유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그에게 물었다.
문 : 연일 폭격과 전투가 끊이지 않는 지금, 종전선언 이후 치안유지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모함메드 : 미군의 가장 큰 실수가 있다면 이라크 군대를 해체시킨 것이다. 만약 그들이 이라크 군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이라크인들에게 스스로의 치안을 지키도록, 그들의 국경을 통제하도록 했다면 지금 같은 치안 공백 상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문: 대부분의 저항사건이 외부에서 유입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발표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함메드 : 지난 6월 15일부터 현재까지 20여명의 게릴라를 체포했다. 그들 대부분 이라크인, 특히 모술지역이 아니라 인근 시골에서 온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저항세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 : 한국군의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함메드 : 한국군 정부 조사단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에게도 똑같은 답을 했다. 보다시피 지금 우리는 7천명이 넘는 경찰이 모술 및 북부지역 치안을 위해 일하고 있다. 오히려 가장 전선에는 미군이 아니라 이라크 경찰들이 서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치안을 지키고 우리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어떤 위험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으로부터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전투병이 아니다.
이라크 경찰이, 이라크 인 스스로가 치안을 이루고 재건을 해 낼 수 있도록 건설, 기술, 의료 등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 낼 수 있는 기술적인 전반적인 지원인 것이다. 그런 일들을 위해 한국인이 온다면 우리는 언제든 환영할 것이다. 우리는 터키의 파병을 강력하게 거부했다. 어떤 외국군대의 파병도 그것이 언제 점령으로 전환될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2. 모함메드>
미군에 대해 의견을 묻는 우리에게 그는 두 손을 맞잡으며 말한다. 지금 우리는 미군과 이렇게 일하고 있다고 미군을 돕고 지키고, 미군이 이라크 경찰을 지원하는 관계 속에서...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그는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라크 경찰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옷을 준 것도, 그의 밑에서 일하는 7천여 명의 월급을 주고 있는 것도 미군이라는 것을.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길 건너 새로 생긴 정당 사무실 쪽에서 돌아보니 철조망 너머 모술 경찰 본부가 보인다. 경찰이 경찰을 지키기 위해 철조망을 바리케이트를 쳐 놓아야 하는 모술, 이것이 모술이 치안상태인 것이다,
경찰본부를 돌아나와 우리가 찾은 곳은 새로 여성운동과 소수자 인권운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헬라의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근처 사담의 두 아들이 교전 끝에 죽었다는 집은 건물자체를 불도우저로 밀어버려 덩그러니 땅만 남아있다.
<사진 3>
***“변한 게 있다면 사담의 권력이 미국으로 대치된 것 뿐”**
물어 물어 도착한 사무실, 간판이 밖에 걸려있는 것이 아니라 마당 안쪽에 놓여있다. 격주간으로 그들만의 신문을 발행하고 있고, 현재는 사업을 위해 조사중이라는 헬라(25), 그녀는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을 소개해 주었다.
독일에서 살다왔다는 쿠르드계 이라크인 2명, 그리고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이라크인 5명 정도가 함께 자리했다. 전쟁 전과 전쟁 후 가장 변한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들은 대답한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이 있다면 이렇게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수십개의 신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날마다 어떤 정당이나 조직들이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생겨나고 있다."
바그다드에만도 1백50개가 넘는 정당이, 정당마다 발행하는 신문들이 있다하니 이라크 전역을 합치면 수백개의 신문이 있다는 그의 말이 과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과도통치위원회는 이라크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미국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특정한 사람들을 뽑고 이라크 인이 위임한 권리가 아니라 미국이 준 권리를 가지고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들은 과도통치위원회가 임시 조직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영구한 이라크의 정부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은 처음부터 이라크인에 의한 이라크인의 권력구성을 원치 않는 것이다. 물론 소수자의 권리문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해외에서 들어온 인사들은 이라크 내에서 오랜 동안 고통받아온 소수자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누가 어떻게 중앙권력을 움켜쥘 것인가에 모든 정당들이 혈안이 되어있다. 결국 변한 것이 있다면 사담이라는 한 사람의 권력이 미국으로 대체된 것, 그리고 미국에 의해 조정받는 미국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이라크 사람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것,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고통받는 사람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모슬렘이라는 강력한 종교적 힘으로, 코란의 권위로 여성의 지위가 한정 지어져 있는 이 사회에서 여성운동을 시작하겠다는 헬라, 최근 북부지역 조사를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살며 여성인권을 위해 일하겠다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어떻게 이곳에서 운동을 하려 하느냐고...
"모술 외곽으로 조금만 더 나가면 거기엔 수많은 빈민지역이 있다. 사담은 빈곤계층, 혹은 특정 종교계층을 몰아 한 마을을 만들어 감옥처럼 관리했다. 우리가 방문한 마을들은 거의 90%의 주민들이 절대빈곤 속에 살고 있었다. 전기도, 깨끗한 물도, 학교도 없는 절대 빈곤...
그들은 그들이 인간이라는 자각, 어떤 권리를 가질 수도 주장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자각자체가 없다. 다만 생존을 위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전쟁도 사담도 미군도 어떤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러나 변한 것이 있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권리를 위해 그들의 소리를 우리의 목소리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희망은 여기에 있다."
<사진 4. 헬라>
***“군인이 아니라 수많은 고통받는 이들을 도우러 오라”**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묻는다 한국군의 파병에 대해...
이 도려낼 수 없는 질문 앞에 허리를 곧추세우고 바로 선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군대가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그 오랜 폭정으로 인한 억압의 그늘을 씻어내며 일어설 수 있도록 우리를 지원해주고 도와 줄 어떤 힘이다. 우리에겐 지금 그런 힘들이 필요하다. 학교가 병원이,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이..."
우리는 이제 그만 이 어리석은 물음을 던지는 일을 멈추고 싶다.
누가 총을 들고 오는 이를 가슴으로 맞이하겠는가.
해가 질 때마다 뉴스에서 매일 죽임의 소식을 들어야 하는 이들, 총이 군인이 늘어날수록 그들을 향해 뛰어드는 자폭의 차량이, 총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불을 보듯 알고 있는 그들, 미군 한명이 죽을 때 이라크인 1백명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는 것을 뉴스의 행간에서 읽어야 하는 그들...
그들에게 총을 더 한다 한들, 한국의 청년들이 목숨을 잃는다 한들 그것으로 평화에 다다르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다시 이라크군을 일부 복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미국. 그러나 모술 사람들은 말한다.
"미국이 필요한 건 그들 대신 저항의 총을 맞아줄 이라크 군인들일 뿐이라고... 그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한국군이 필요한 것 뿐이라고.... 오려거든 군인이 아니라 이 수많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우러 와 달라고..."
그 말을 고스란히 가슴에 담고 남부로 향한다.
이탈리군 18명이 죽었다는 나시리아, 미군뿐만 아니라 다국적군에 의한 테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같은 물음을 가지고.
프레시안에 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