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무용지물 국회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무용지물 국회법

[전문가분석] 16대국회 숫자로 분석한다 // 손혁재(정치학박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16대 국회가 개원한지 1년 3월째다. 15대 국회 막바지에 국회법 개정이 이뤄졌고, 게다가 낙천낙선운동과 소위 '바꿔열풍' 속에서 총선이 치뤄졌기 때문에 16대 국회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남달랐다. 그러나 지난 1년 3개월간 국회의 모습은 과거와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회기만 계속될 뿐 일은 하지 않는 '개점휴업'으로 지속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3개월 우리 국회의 실제 활동상을 각종 통계로 분석하여,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 규명해 본다. (편집자주)


제15대 국회의 막바지인 2000년 2월 9일, 제210회 임시국회에서 국회법이 개정되었다. 제16대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선거법 개정문제에 쏠렸지만,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국회법 개정이었다. 이른바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바람을 수용해서 국회 활성화, 투명화를 지향한 개정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특히 국회 상시개원제, 예결위원회 상설화, 상임위별 상설 소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이 도입됨으로써 ‘1년 내내 불 켜진 의사당’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항상 밀실야합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소위원회 활동에 공개 속기록 작성을 의무화한 점, 그리고 기록표결제나 법안실명제 등의 도입은 투명한 국회, 의원 개개인에 대한 정확한 의정평가의 가능성도 열어준 것이었다.

< 표1 > 국회법 개정 내용


그러나 16대 국회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의 기록을 보면 국회법 개정 당시 걸었던 기대가 깨지고 말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법은 바뀌었지만, 국회는 개정된 국회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각종의 단서조항 등을 악용해 교묘히 구태를 되풀이해 온 것이다.

< 국회 회기는 계속, 그러나 항상 공전>

가장 큰 문제점은 상시국회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다. 16대 국회는 법정개원일인 2000년 6월 5일 제212회 임시국회가 열린 이래 지금 이 시간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잇달아 열리고 있다. 회기 상으로는 연중국회를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회기만 계속될 뿐,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해 공전된 날짜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표2>에서 보듯이 상시국회가 아니었던 15대 국회 초기 1년에 비해 회의 일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 표2 > 15대․16대 국회 초기 1년간 개의일수 비교


보다 구체적으로 16대 국회 회기별 개의일수를 살펴보자. 30일간의 임시국회 회기중 대부분이 일주일도 국회를 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단 하루도 본회의를 열지 못한 경우까지 있다. 작년 정기국회도 100일간의 회기중 본회의는 16일만 열렸고, 상임위원회 역시 평균 18.2일만 열렸다.
물론 정치인 사정과 맞물리면서 이른바 방탄국회라는 이름 아래 회기만 계속 연장시킨 탓도 크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바뀐 국회법이 아무리 상시국회의 취지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정치권의 협조가 없이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뼈아픈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국회법상에는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협의하여 매년 12월 31일까지 다음 연도의 국회운영 기본일정을 만들도록 정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유명무실한 조항일 뿐이다.

< 표3 > 제16대 국회의 회의일수


< 국회법 개정내용 지켜진 경우 없어 >

그밖에 국회법 개정내용 역시 철저히 무시당했다. 우선 종전까지 특위이던 예결위원회가 연중운영이 가능한 상설특위로 바뀌었다. 이는 예산의 전과정을 국회가 통제하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예결위는 전체회의 29회, 계수조정소위 10회 등 총 39회만 열렸다. 이는 한 달에 평균 3.6회 회의를 연 것으로 예결특위 상설화의 의미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결과이다.

소위원회 회의록 작성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16대 국회 1년 동안 각 상임위의 소위원회는 총 183회가 개최되었고, 이 중 공개된 소위원회는 143회로 78%를 차지했다. 그러나 회의록은 단지 30%(55건)만이 작성되었다. 이는 "위원회 의결로 구체적 요지를 작성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내세워 회의록 작성을 기피한 결과이다.

책임 있는 의정 활동을 위해 도입한 표결실명제도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본회의에서 처리된 안건은 모두 464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27건(5.8%)만이 표결 처리되었다. 이 27건 가운데 전자기표기를 이용한 기록표결은 단 3건이었다. 이는 실명표결이 0.7%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현재 전자기표기는 몇 달 째 고장난 채로 방치되어 있다. 나머지 표결은 찬반의 기립표결을 했는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7월에 열린 제223회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부패방지법을 방청 모니터한 결과 찬반의 숫자 파악이 불확실함이 드러났다.

< 표4 > 16대 국회 1년 본회의 처리 현황(00.6.5-01.4.30)


또한 개정 국회법은 제정 법률안 및 전면개정 법률안은 공청회 개최를 의무화했다. 16대 국회 1년 동안 제출된 제정안 및 전면개정안 50건 가운데 공청회를 연 것은 14건(28%)에 지나지 않았다. 또 제정안 및 전면개정안은 축조심사를 의무화시켰다. 축조심사는 대체로 잘 지켜졌으나 아직도 이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다. 50건 가운데 9건(18%)이 축조심사를 생략한 것이다.

그밖에 개정 국회법은 전문적이고 내실 있는 국정심의가 이루어지도록 각 상임위에 3개씩의 상설소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고 있으나 지난 1년 동안 전혀 설치 운영되지 않았다. 또 상임위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3인 이내의 전문가를 심사보조자로 위촉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 역시 지난 1년 동안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긴급현안질문의 대상과 시간도 확대하였으나 이 제도를 활용한 사례도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처럼 16대 국회는 국회법을 철저히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여야의 대립과 정쟁 때문인지, 아니면 일하기 싫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법에 정해진 의무조차 제대로 이행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법을 강화해서 각종 의무조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와 벌칙을 가하도록 할 것인가? 이건 안 된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며, 민주주의란 여야 정당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회의를 언제 열 것인지,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하나하나 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당간 협의 없이 강제로 국회를 열게 하고, 어기면 처벌한다는 것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야 정당이 정신 차려서 국회법 정신대로 열심히 일하게 되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가? 정말 이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인가?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