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고민만 하다가 '타율' 맞았다 <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고민만 하다가 '타율' 맞았다 <2>

<2>발행인-권근술

제8회 초청 연구 간담회

주 제 : 경영과 편집정책
일 시 : 1997년 9월 30일(화) 12시-13시 50분
장 소 :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무궁화실
초청 인사 : 권근술(한겨레신문사 사장)

▲ 정범모(사회) : 언론의 최종 책임을 맡고 계신 분의 말씀을 들어볼까 해서 권 사장을 모셨다. 한국 언론을 비판하신다면 어떻게 비판할 건지, 또 그 비판을 토대로 해서 한국 언론이 시급히 개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간단히 말해 달라.

▲ 권근술 : 나는 동아일보 기자를 7-8년쯤 하고 해직기자로 13∼14년쯤 있었다. 그 후 한겨레신문 창간 작업에 참여해서 올해 초 투표를 거쳐 앞으로 2년 동안 경영을 맡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경영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나 경험은 없다. 사실 호텔경영학, 병원경영학은 있어도 신문 경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는 교육하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수습기자 교육을 하듯이, 신문 경영에 대한 강의나 신문협회나 언론학회에서의 연구가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내가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어서 언론 전반의 큰 문제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 박권상 : 광고수입과 신문판매수입의 비율이 8 : 2 라고 하는데 이게 일반적인 추세인가?

▲ 권근술 : 그렇다. 그건 여러 신문사가 다 비슷할 것이다.

▲ 박권상 : 그만큼 광고주에 대한 독립성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 김정기 : 어떤 신문사는 빛이 4,000억 5,000억이라는데, 그에 비하면 한겨레는 재무구조가 나은 편 아닌지?

▲ 권근술 : 우리 신문사는 96년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이 88억쯤 됐다. 우리 자본금이 200억인데, 일부 신문들 경우는 자본잠식이 150억, 777억, 700억 정도라니까 그것만 가지고 말하면 경영은 안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박권상 : 좀 빗나가는 의견이나 질문 같은데, 모든 신문이 모든 사람을 상대로 모든 힘을 다해서, 즉 '수단 방법 안 가리고 경쟁'을 하는 하나의 전제를 가지고 백화점식 경쟁을 한다. 그렇게 하는 한 작은 신문이 큰 신문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런던의 파이낸셜 타임스나 더 타임스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문이 20만부밖에 안된다.

세계적으로 정, 경제, 국제문제에 있어서 최고인 신문이 한 부에 65펜스밖에 안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타임스는 25펜스, 가디언은 아마 45펜스다. 같은 퀄리티 마켓이지만 65펜스 가지고도 훌륭히 생존한다는 것이다. 자기 독자층을 형성하고, 또 그 독자층이 돈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광고료가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한겨레의 경우 고유의 색깔이 있는 신문이다. 그 독자층에 서비스한다고 할 때 지금의 8000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그러니까 1만원이나 1만 5,000원쯤 한다면 어떨지? 우리 신 문이 각자 선거구를 가져야지 전국구를 가지고 전부가 싸우는 것은 무모한 일 아닌가? 독일의 신문통계법에 의하면 모든 신문이 전체의 기록을 보고해야 한다. 부수가 몇 부 나가며, 광고가 얼마나 되는지 다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불필요한 낭비가 없다.

내 말은 그 법을 만들어야 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그러한 법이 없어도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엔 밑지는 장사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 같은 경우 중요한 텍스트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론상으로 고유의 컬러, 고유의 독자를 가진 후 그 독자들이 부담하는 구독료가 많을 때 그 신문이 더욱 독립할 수 있을 것이다.

▲ 권근술 : 우리 신문은 진보적 대중지라는 개념을 정해놓고, 그 개념에 맞는 신문을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초창기에 다른 신문사에서 온 기자들이 자기봉급의 절반만 받고 신문다운 신문, 기자다운 기자를 해보고 싶다는 열의에 넘쳤다. 제도언론에 대한 불만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신문 산업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구독료 인상문제만 하더라도 우리사회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느 정도 분화되어 있는지, 그리고 더 많은 돈을 내고 고급지를 보려는 독자층이 어느 정도 있는지, 퀄리티 페이퍼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 만큼 그런 층이 두껍게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판매단가를 올리자는 내부 논의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바꿨다가 판매조직이 무너지면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리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또 단가를 과감하게 올릴 만큼 지면이 확실하게 개선되고 차별화되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우리 능력에도 한계가 있지 않나하는 걱정도 있었다. 바꿔 말하면 퀄리티 페이퍼를 할 경우 짧은 기간에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신문을 만들 능력과 자신이 있는가, 또 그걸 수용할 만큼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이중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다른 신문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겠지만 신문 값을 1,000원 올리면 구독률이 몇%는 떨어진다. 만약 다른 신문이 6,000~7,000원 할 때 한겨레신문이 2만원을 받는다 해도 봐주는 독자가 가령 30만 정도는 되어야 버텨내는데, 그것을 아무도 장담 못하는 것이다.

▲ 정범모 : 지금 말씀대로 우리나라 신문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언론의 반대 때문인가?

▲ 박권상 : 꼭 언론의 반대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금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100만부밖에 팔지 않으면서 200만부 판다고 한다.
그러나 세금은 200만부에 해당하는 세액을 내야 한다. 또 한 가지 독자적인 판매망이 없는 나라에선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판매망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경우 잃는 것도 굉장히 많다.

▲ 권근슬 : 우리는 지국이 670개 정도 된다. 판매시장이 한정되어 있는데도 그렇다.

▲ 박권상 · 신문사마다 자동차 수십 대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같은데, 그러나 다른 나라에선 그렇지 않다. 운송회사가 대행을 해준다. 지금 우리 신문사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 권근술 : 현재 대부분 신문사들이 이른바 겸업지국이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현재 겸업지국이 30%를 넘는다. 모든 신문의 공동판매는 제쳐놓고라도 지역 형편에 따라 부분적으로 공판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 이상옥 : 조선, 매일경제, 코리아헤럴드는 같이 배달한다. 서로 경쟁을 하지 않으니까. 물론 수금도 같이 한다.

▲ 김영희 : 종합지와 특수지라는 차이 때문이다. 성격이 다르니까 그렇다.

▲ 이상옥 : 아직도 제도권 언론, 비제도권 언론이 문제가 되는가?

▲ 권근술 : 아까 한겨레가 출발할 때 이른바 제도언론에 대한 불만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얘기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지금은 한겨레도 이미 제도권 언론에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신문협회에 가입했고 다른 언론단체에도 차례로 가입하려고 한다. 업무 전반에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도언론이라는 용어가 함축하는 언론의 성격에 있다.

▲ 김영희 : 좀 다른 질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신문은 다 중립, 인디펜던트의 내셔널 페이퍼라고 한다. 그런데 노선 상으로 다른 신문이 바로 한겨레인데, 외국처럼 그런 노선을 이용해 어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가?

▲ 권근슬 : 한겨레 내부의 의견통합이 먼저 있어야 한다. 또 우리 사회는 지역주의나 지역편향이 심각하다. 그런 상황에서 한겨레신문이 특정후보 지지를 들고 나을 경우 독자들은 한겨레를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다. 그럴 경우 독자에게 특정지역, 특정정당의 편향의 신문으로 낙인 찍혀 선거가 끝난 후 심각한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우스갯소리지만 우리 신문 창간호에 김대중씨와 김영삼씨 사진을 같은 크기로 실었는데 이 사람은 왜 웃는 사진을 쓰고 저 사람은 왜 웃지 않는 사진을 쓰느냐는 말이 있었다. 그런 것까지도 사람들이 무척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중립적인, 객관적인 입장에서 벗어날 경우 전국지로 제대로 발전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 정범모 : 지금 상황에서 지지한다면 왜 지지하느냐 하는 이유가 제기될 수도 있다.

▲ 박권상 : 한겨레의 소유구조가 문제되고 있는데 편집, 제작, 뉴스책임자가 직선제 아닌가?

▲ 권근슬 : 현재는 처음과는 조금 다르지만, 우선 대표이사를 주총에서 추천하는 경영진 추천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 이 위원회는 자문위원인 각개인사 10명과 사원들이 투표로 뽑은 기자직 5명, 업무직 사원 중 5명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된다. 이 위원회가 대표이사를 지명 하면 대표이사가 자기와 함께 일할 이사진을 지명하고 다시 경영자추천위원회의 추인을 받는다. 그리고 주주총회에서 인준을 받는다. 편집국장은 당연직 이사이므로 이사회가 구성되기 전에 편집국장 후보 2명을 대표이사가 지명하면 기자들이 투표로 뽑는다. 이제 곧 창간 10주년인데 이런 식의 경영진 충원방식을 한번 검토해 보자는 의견도 있다.

▲ 박권상 : 지금 편집국장을 해임할 수 있는가?

▲ 권근술 : 기자들에게 재신임을 물을 수는 있다.

▲ 박권상 : 마치 대학 학장 임명제와 같은데, 과연 이것이 현명한지에 대해 나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잘못되어도 바꿀 수 없다면 그 조직은 능률면에서 떨어지지 않는가? 직
선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것이다.

▲ 권근술 : 대표이사가 지명한 두 후보 가운데 한사람이 편집국장을 맡는데, 국장직무 수 행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거나 의견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둘 중 누가 되어도 좋다고 지명해 놓고, 중간에 바꾸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 박권상 : 한겨레가 기대한 만큼 많은 발전을 못했다면 조직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 권근술 : 한겨레신문사는 6만여명의 주주로 구성된 국민적 신문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그래서 지도부의 충원방식이나 조적운영 등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문제도 논의의 장이 열려 있어 앞으로 현재보다 더 좋은 방법이 나올 수 있다.

▲ 김정기 : 대부분의 일간지가 광고수입이 80%이고, 광고수입 중 대기업 의존도가 20-37% 라는데 한겨레는 어떤가?

▲ 권근술 : 우리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신문이 그럴 것이다.

▲ 김정기 : 한겨레의 경우 기사나 논설, 다루는 주제에서 다른 신문과 고유한 컬러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런 것을 모두 통합하는 장.단기 편집정책은 누가 정하는가? 인적 구성이 복잡하기 때문에 어느 한 명이 할 수는 없을 텐데. 예를 들어 '노조의 정치참여'를 말한다면 다른 신문은 반대해도 한겨레는 찬성하지 않는가? 이러한 점에서 어떤 정책이 있는 것은 아닌가?

▲ 권근술 : 다른 신문사와 마찬가지로 논설위원실에 논설회의가 있고, 편집국에는 편집회의가, 그리고 대표이사·편집국장·논설주간이 자리를 같이하는 간담회 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주요정책이 결정된다. 대체로 특별한 논의를 하지 않아도 창간정신에 바탕을 둔 일정한 분위기, 공감대 같은 것이 있는 주재도 있고, 민감한 문제는 내부 논의를 거쳐 방향을 잡는다. 장기적인 편집방향이나 지면 정책을 놓고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상설기구는 없다.

▲ 김정기 : 한겨레신문이 다른 신문과 차별화된다고 볼 때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나 권력으로부터의 자유 같은 것이 코드화된 것은 아니고, 임직원들의 공감대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로 이해된다.

▲ 권근술 : 예를 들어 어떤 광고가 들어왔을 때 이것을 실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대표이사나 논설주간, 편집국장, 광고 책임자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를 한다. 그런 강령이나 코드는 윤리강령 이외에는 특별히 가지고 있지 않다.

▲ 김정기 : 창립 당시 제도에 대한 반감의식을 가지고 한겨레가 엄청난 성원을 받아 뭉친 것 아닌가? 지금 10년이 되는 마당에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신문을 계속 경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느냐는 것이다. 신문기자도 생활인으로서 직업인인데, 봉급문제나 경영문제, 편집에 있어서의 자세가 다른 체제신문들과 비슷해지는 추세와 관련해서 '이럴 바에는 왜 우리가 굳이 이 신문에 있어야 하는가' 등의 생각을 하는 딜레마가 지금 한겨레가 당면한 문제에 포함되지 않는가?

▲ 권근술 : 지난 봄에 노사가 임금협상을 했다. 작년 하반기, 금년 초가 창사 이래 재정적으로 가장 나쁜 시기였는데, 새 예산을 짜면서 보너스를 깎겠다고 했다. 그것이 나중에 노조의 파업결의로까지 이어졌다. 사원들에게 초창기처럼 자기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이 가까워지니 회사가 허리를 졸라매라는 말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타사의 경력기자들이 봉급이 적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겨레에 오려고 한다. 아직은 사원들의 노력으로 회사가 건재하고, 금년 지출도 줄여 회사를 꾸려가고 있지만 더 이상 이런 것들을 강요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다. 봉급은 타사에 비해 적지만 우리 기자들이 외부에서 촌지를 안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신문지면에 관해서는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가 모자라지 않느냐는 소리가 안팎에서 들린다. 신문의 논조는 시대상황이 달라지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달라지거나 빗나가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 최정호 : 한겨레는 초창기에 재벌들이 광고를 내지 않았다. 언제부터 재벌들이 광고를 냈는가?

▲ 권근술 : 초창기에 한동안 청와대 출입을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관계 기사를 이념적으로 접근한다기보다는 소외된 계층에 가깝게 다가간다는 차원에서 다른 신문보다는 많이
다뤘다. 그것이 재벌 쪽에는 친노동자, 반재벌, 반기업으로 비친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변상황이 바뀌고 한겨레가 자리를 잡으면서 청와대 출입을 하게 되고 신문의 영향력도 조금씩 커지고 광고사정도 조금씩 나아
졌다. 대기업과의 광고 접촉도 꾸준히 있었다. 물론 지금도 한겨레신문이 대기업들로부터 신문의 영향력에 맞는 온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신문광고 시장이 반세 기 동안 굳어져온 관행에 따라 불합리하게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최정호 ; 지난번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의 출마 때부터 대기업 광고가 들어온 건 아닌가?

▲ 권근술 : 물론 그때 정 후보쪽이 신문광고를 많이 했다. 그 바람에 여당이고 야당이고 다투어 신문광고를 했고‥‥ 한겨레에 특별히 광고를 많이 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최정호 : 청와대에 출입하지 않았던 것이 광고를 주지 않은 것과 관계있는가?

▲ 권근술 : 그렇다. 기업들이 꺼림칙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과거 동아일보 사태처럼 조직 적인 광고탄압은 물론 아니지만‥‥

▲ 최정호 : 정부의 통제가 물증을 남길 만큼 서투르지는 않겠지만, 아직 신문사에 대기업 이 광고를 주고 안 주고 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권력의 압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 권근술 : 지난해 그러잖아도 김현철씨와 송사로 불편한 관계에 있던 터에 노동법과 안기부법 개정을 앞두고 갑자기 예약광고가 취소되는 등 광고가 크게 줄었다. 몇몇 기업을 통해서 들려오는 얘기도 심상치 않아 여러 채널을 통해 대통령에게 항의했다. 다만 한겨레와 안기부의 갈등이 알려질 경우 우리처럼 취약한 자본구조를 가지고 있는 신문사로서는 큰 어려움에·처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 그리고 서너달 후 대체로 일이 가라앉았다. 아직도 공식기구가 그랬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와 관련된 집단이 그렇게 접근한 사례가 아닌가라고 생각된다.

▲ 최정호 : 재벌들의 광고를 받게 된 이후 광고주의 압력으로 신문기사나 논조 등의 수정, 변경 압력을 받았거나 하는 등의 광고주와 신문사의 갈등 관계를 겪은 적은 없나?

▲ 권근술 : 보통 대기업 홍보 책임자들이 그런 일에 매달린다. 기사를 줄여달라거나 기사 에서 이름을 빼달라는 등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대기업들이 한겨레에 대해서는 좀 조심스러운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신문은 주무르면 더욱 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물론 상대방 주장이 옳으면 바로잡거나 반론을 반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실제 광고 때문에 기사를 빼는 일은 없다.

▲ 김정기 : 부담이 안되면 말씀해 달라. 안기부의 광고 탄압과 압력이 권 사장이 YS를 만
난 후 풀렸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 권근술 : 가령 동아일보 사태 때 김영삼 당시 야당총재가 직접 신문사를 방문해서 문제해결을 위해 애쓴 일이 있었다. 이번 일이 있고 나서 대통령을 혼자서 뵐 기회가 있어서 한
겨레의 현안에 대해서도 얘기했고 광고문제도 말씀드렸다. 그 일은 가라앉았지만 여진이 아
직 남아 있으니 대통령께서 그 문제를 챙겨봐 주셨으면 하고 말했다. 그러나 그걸로 해결이
되었다고 보진 않는다.

▲ 최정호 : 아사히신문의 경우 광고수입과 판매수입의 비율이 어떻게 되나?

▲ 박권상 : 광고가 예전에는 55%, 지금은 45%다.

▲ 최정호 : 일본과 우리 신문사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뭔가?

▲ 박권상 : 한국언론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큰 신문사의 백페이지가 7,000만원, 프론트 페이지는 1억인데, 요미우리의 경우 1,000만부를 발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절반을, 160만부를 발행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은 요미우리의 절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1,000명당 메시지가 도달하는 비율 같은 인구학적인 분석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기업과 신문사와의 협상으로 결정된다. 아사히의 경우 1-5면이 모두 책 광고다. 기업 이미지 광고가 없다. 뉴욕타임스의 어느 편집자는 30년 동안 단 한 번도 기사 쓸 때 광고주를 의식한 적이 없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광고주를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 최정호 : 1년에 광고 수입이 350억 정도라고 했나, 8 : 2라면 지대수입이 4분의 1, 90억 정도 된다는 말인가?

▲ 권근술 : 판촉비로 큰돈이 들어간다. 사실 판매는 더 이상 수입이 아니다.

▲ 최정호 : 아무리 한겨레라도 광고주를 무시한 신문은 만들 수 없고, 광고주 앞에서 '어 떤 노래를 불러드릴까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 같다. 제도권에 발 들여놓은 이상 광고를 무시하고 신문을 만들 수 있는 형편은 아닌 것 같다.

▲ 권근술 : 기업에게 즐거운 음악을 들려주어서 광고를 받을 수도 있겠고, 반대로 정론에 대한 두려움에서 광고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서 광고가 나오기 때문에 재벌의 비위에 거슬리는 기사를 쓸 수 없지 않느냐 하는 데엔 동의할 수 없다. 재벌 에 대해 진지한 비판을 할 수도 있다.

▲ 최정호 : 한겨레 발행부수가 종합지 4위까지 올라온 게 맞나?

▲ 권근술 : 다 알겠지만, 3강-3중-4약의 추세인데. 한겨레의 경우 지금은 5-6위에 머물고 있다. 우리로서는 침체기다. 지금은 이 구도를 깨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 신문들은 점차 부익부 빈익빈으로 가고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두어 개 정도만 남고 나머지는 보조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전문가의 전망도 있다.

▲ 최정호 : 한겨레도 광고 잠식률이 많다고 했는데, 그런 고유의 성향을 어떻게 지킬 것인 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한가?

▲ 권근술 : 우리나라 신문시장은 과포화 상태다. 특히 3강의 선두주자들이 엄청난 판촉활동을 하고 있다. 자연 다른 신문들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점차 줄고 있다. 신문사들은 지면을 차별화해야 하고, 광고비 인상이 한계에 부딪혀 있고,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판매시장의 구조도 한겨레의 자금력으로는 뛰어넘기가 어려워 보인다. 경쟁은 점차 과열될 것이고, 지면혁신 외에 경영측면애서 현실타파의 힘이 없다면 매체전략을 바꿔야 하는게 아니냐는 내부 의견도 있다. 온라인 매체, 잡지, 영상매체에 이르기까지 한겨레가 소자본으로 빠른 시간 내에 승부할 수 있는 기동성 있는 매체전략을 생각하고 있다.

본지는 못 미치지만 「인터넷 한겨레」의 경우 두어 신문과 함께 수위를 다투고 있다. ‘영상매체, 비디오 제작까지 우리도 할 수 있다', 이것이 신문사 내에서 가장 진지하게 논의되는 대목이다.

▲ 최정호 : 한겨레의 지방과 서울의 판매비는 어떤가?

▲ 권근술 : 서울이 반, 지방이 반 정도다. 현재는 서울지역의 판매를 높이는 일에 가장 관
심을 쏟고 있다.

▲ 최정호 : 가판부수는 어떤가?

▲ 권근술 : 초기에는 가판부수가 압도적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 최정호 : 독자반응 조사를 하는가?

▲ 권근술 :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 김정기 : 여론조사를 독자적으로 하던데?

▲ 권근슬 : 전문팀이 있어서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여론조사팀장 말로는 신문사 여론조사
에 대한 신뢰성 면에서 우리 신문이 제일 높다고 한다.

▲ 박권상 : 약 1,200만부를 서울에서 발행하고, 이 중 45%인 55%만부가 무가지로, 또 300만 부가 폐지로 간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언론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기자들의 오보, 공정성 결여, 인권유린 등에 대해 50-60%가 신문의 과당경쟁, 상업주의, 기자 자체의 질적 문제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일반 국민이 원하지 않는 신문을 볼 수밖에 없는 구매적 상황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무모한 판촉경쟁, 편집내용이 인권을 유린하는 것과 신문의 질적 문제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에 대한 진단, 처방을 내려달라.

▲ 권근술 : 지금과 같은 신문의 과포화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어떤 계기로 단절될 것인지 나로서도 대답이 잘 안 떠오르는데, 그 해결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과다한 상업주의의 경우 '편집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소유구조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신문재벌의 경우 사주와 가족이 전체주식의 80-90%를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법적 장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기자들의 촌지문제도 반세기 넘도록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기자의 질적 문제와 연관된 것이다. 처방은 더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일간지도 전체 발행 부수의 20%를 넘지 못하게 하는 법적 제재 방안을 만들거나 과점적 시장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신문의 과점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현재의 구조 속에서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지 않을까.

▲ 정범모 : 당장 답안이 없다는 말인데 문제다.

▲ 권근술 : 한꺼번에 풀기는 어렵지 않겠나. 신문의 독과점 구조를 깨지 않고는 사정은 점 점 더 나빠질 가능성이 많다. 민주적인 여론을 다양하게 수용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본질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도 과점에서 독과점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냥 내버려둬
서는 아무도 자기 점유율을 줄이려·하지 않을 것이다.

▲ 최정호 : 자본주의 시장체제하에서 신문은 광고를 받아야만 유지가 되고, 기업은 신문이 무서워서 광고를 한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한겨레 기자들이 이른바 촌지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한겨레 글이 무서운 글이라는 것을 기업이 알게 되고, 한겨레가 계속 정론을 펴면 기업은 무서워서 광고를 주게 되리라는 점이다. 유럽의 경우 술, 담배의 해독에 대한 글은 쓰지 못하게 되어 있다. 신문이나 주간지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슈피겔」은 예외적으로 술·담배의 해독에 대해 계속 글을 썼고 그 결과 이에 관련된 기업이 광고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주간지가 170만부를 넘어버리다 보니 그 기업들이 광고를 주어 이제는 4면 표지가 술 광고다. 한겨레도 차라리 차별화 공략으로 나가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