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은 쇄신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10.25 재보궐선거의 패배로 쇄신 바람에 휘말린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직을 물러남으로써 혼자 힘으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놓인 민주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자생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있다.
우리나라 정당은 공당이라기보다는 사당의 성격이 강하다. 정책이나 이념, 또는 노선에 의해 모인 정책정당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압도적인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특정 정치인과의 연줄을 중심으로 모인 지역정당이다. 정상적인 정책대결이 실종되고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에 의존해서 유지되는 전근대적, 후진적 정당이다.
지도자 1인에 의존하는 사당화된 정당은 불안정한 휘발성 정당이다. 당내 민주주의의 실종으로 정당의 운영이 비민주적이고 정당의 창당과 해산, 정당간 이합집산과 합종연횡, 정치인의 당적 이동 등이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무원칙하게 일어났다.
그 결과 정당체제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이 되었다. 당원의 지지와 참여 없이 정경유착과 사조직에 기초해서 소수 기득권층이 멋대로 운영하는 역사 없고 뿌리 없는 과두정당인 것이다.
민주당은 호남 지역과 김대중 대통령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민주당은 지역정당이나 연줄정당의 틀을 벗어 던지고 새 시대에 걸맞는 선진정책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맞았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민주당은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다가 그 정치인과 정치 생명을 함께 했던 수많은 거품정당들과 똑같은 길을 밟아나갈지도 모른다. 쇄신만이 민주당의 살길이며 나아가 한국정치가 살길인 것이다.
자생정당이 되는 길은 낡은 정치의 틀을 바로잡아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드는 과제이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갈등과 대립의 정치를 화합과 조화의 정치로, 국민을 평소에는 소외시키고 배제시켰다가 필요할 때만 동원했던 동원의 정치를 참여의 정치로, 밀실에서 패거리들에 의해서 움직여가던 닫힌 정치를 광장에서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열린 정치로 바꿔야 한다. 돈과 지역감정 등 비합리적 요인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깨끗한 정치가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주요한 내용이다.
***민주당이 자생정당이 되는 길**
자생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민주당이 정당운영의 민주화와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를 통한 정당 민주화를 추구해야 한다. 지도자 1인에 의한 권위주의적 정책결정을 배제하고 집단적 권위를 갖는 의사결정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아래로부터의 의사소통의 통로를 폭넓게 개방해야 한다. 동시에 지나치게 중앙당에 집중된 정당의 권한을 지구당으로 분산하는 정당의 지방화, 지방자치를 넘어서 지방정치적 차원의 정당운영이 모색되어야 한다.
둘째, 정당의 민주화는 재정의 민주화와 분리될 수 없다. ‘누가 얼마만큼의 돈을 내느냐’가 당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의 자립과 민주적 운영이 전제되지 않는 정당의 민주화는 불가능하다. 당원의 당비에 기초한 정당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셋째, 시민사회 등 외부로부터의 정치적 요구를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개방적 정당구조를 형성하여야 한다. 정당이 시민사회에 개방되지 않는 과두적 구조를 고집하는 한 민주화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민적 기초를 형성할 수도 없을 것이다.
***대선후보 예비선거제 도입해야**
이를 위해서 민주당은 대선 후보의 결정에 예비선거제(preliminary election)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선 논의의 핵심은 언제 어떻게 누구를 후보로 선출할 것인가 하는 후보 선출과정의 문제이다.
좋은 대통령을 뽑으려면 후보의 검증과 선출과정이 엄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져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국민은 각 정당이 내세우는 후보 가운데서 대통령을 선출한다. 따라서 정당이 대통령 후보를 잘못 내세우면 선거결과도 잘못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바른 후보 선출의 대전제는 당원의 의사가 철저하게 반영되는 자유경선이다. 공정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여야 하며 경선의 문호가 당원은 물론 모든 정당 지지자들에게도 개방되어야 한다. 후보 선출과정을 통해서 당원의 정체성을 높일 수 있고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 이를 정당지지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후보 선출은 많은 당원이 직접 참여하거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반 당원이나 유권자의 의사와 동떨어진 후보가 선출된다면 그 후보는 일반유권자는 물론 당원의 지지조차 받지 못해서 선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비선거를 도입하더라도 미국과 정치풍토나 정당구조가 다르므로 미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비당원에게 예비선거의 문호개방을 하거나 대의원수를 늘려(10만명 정도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예비선거를 치르되, 권역별로 나누는 것이 좋을 것이다.
후보 선출기준은 원칙적으로 자질이 되어야 한다. 지역성이나 계파의식 등이 후보 선출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며 지역주의의 폐해가 심하더라도 그것을 빌미로 민주적 경선 원칙을 배제하는 비민주적 발상을 해서도 안 된다. 정치인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지도이념과 정책노선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국정운영능력을 인정받아 공천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민주당만 쇄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국회의 과반수 의석에 1석이 부족한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에게도 쇄신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문제가 한나라당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당내 민주주의가 없다면 한나라당 또한 예외가 아니다. 민주당이 지역정당이라면 한나라당 또한 지역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역할은 소금과도 같다. 정치가 썩지 않도록 하는 정치의 소금이 바로 야당이다. 또 야당은 등불이기도 하다. 현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다음 선거를 기대하는 희망의 등불인 것이다. 한나라당도 소금이 되고 등불이 되도록 쇄신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의 정치실험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면, 그것이 한나라당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우리 정치는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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