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선거가 열리는 울산 북구. 기자는 22일 오전 울산 북구 송정동에 위치한 공항에 내렸다. 여느 지방 도시의 공항처럼 울산공항 주변도 논과 밭과 아파트들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도심 외곽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공항에 내려 지도를 보는 순간 '도심 외곽'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북구청이 있었고, 공항은 북구 내에서도 '남쪽'에 해당하는 위치였다. 원래 울산공항도 도심 외곽이었는데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되며 울주군의 일부를 편입해 북쪽으로 상당히 팽창해 있었다. 울산 북구는 현재 산과 바다와 들판과 아파트 단지, 그리고 '현대자동차'로 이뤄져 있었다.
공항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이번 선거를 두고 "현대자동차 근로자들과 토착민들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산 북구는 현재 16대 국회의원 출신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와 현대차 노조위원장 출신의 민주노동당 정갑득 후보가 박빙의 다툼을 벌이고 있고, 울산 행정부시장 출신의 열린우리당 박재택 후보는 다소 처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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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는 전체 유권자 9만6000여 명 중 70% 정도가 어떤 식으로든 현대차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단 현대차 노조원 2만4000여 명 중 9000여 명의 조합원이 북구에 거주하고 있고, 이들의 가족에다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까지 합치면 그 수는 상당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 측은 "조합원 표까지는 몰라도 협력업체 표까지 민주노동당으로 가리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전망했다. 민주노동당 정갑득 후보가 현대차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이 현대차 노조 조합원 투표의 결집력은 높일 수 있더라도 과거 조승수 전 의원이 가졌던 사회운동이나 구청장 경력 등의 '노조 조합원 플러스 알파(+α)'까지 다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광역화로 넓어진 북구에 '개발수요'가 많은 점도 이 지역 토착민들에게 윤 후보가 부각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 후보는 경전철 건설, 국립대 유치 등 각종 개발공약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전의 17대 총선에서 조승수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두환 후보를 줄곧 여유 있게 앞서 나가다 당선된 것에 비해 이번 재선거 여론조사에서는 윤두환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가 많았던 것도 한나라당에 내심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박스1> 시작 <사진2> ***노동귀족?**
선거초반 현대차 노조위원장 출신의 정갑득 후보가 민주노동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대공장 노조위원장' 출신으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표를 어떻게 끌어모을 수 있느냐는 문제에 다소 불안한 전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는 현대차 4공장 정문 앞에 "비정규직 합의한 노동귀족 뽑지 말고 고용안정 이룩할 희망 주는 일꾼 뽑자!"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에 반감을 갖고 있는 비정규직 표를 흡수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플래카드가 의도와 달리 역풍을 맞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노조 사이에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 온 한나라당이 과연 저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는지.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것 아니겠느냐"고 일축했다. <박스1 끝>
하지만 민주노동당 측에서는 경선이 다소 늦어지며 선거전 '스타트'가 늦어 초반 여론조사에서 밀린 감이 있지만,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박빙의 차로 뒤집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낮은 재선거 투표율을 감안하면 현대차 노조원들의 조직표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유권자 9만6000여 명 중 투표율이 50% 정도 된다고 가정했을 때 4만8000여 표 중 2만4000여 표를 얻으면 당선 가능권이고, 현대차 노조원과 가족표만 해도 2만여 표 가까이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선거 막바지에 이르며 눈에 띄는 모습이 '조승수 전 의원 동정론'이다. 조 전 의원이 사법부에 의해 국회의원직을 잃은 것에 대한 주민들 사이에 동정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민노당 선거캠프 관계자는 "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을 만나다 보면 조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상당히 분개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관건은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토착민들의 투표참여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그리고 초반에 일으켰던 바람을 선거 막판의 표심으로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는 문제이고, 민주노동당의 경우엔 조직표 관리를 얼마나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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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열린우리당은 개발의 여지가 많은 북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힘 있는 여당 의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선거 초반부터 당 지도부에서 "한나라당 당선을 막기 위해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와 다소 기운이 빠진 모습이다. 지금도 선거 막판 사퇴론이 박 후보를 곤란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어디에선가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합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50대 여성도 "민노당은 우리당으로 가버릴 텐데 민노당을 뭐 하러 찍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열린우리당 박 후보의 사퇴론'이 '열린우리당-민노당 합당론'으로 침소봉대됐거나 누군가에 의해 선거전선의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려진 소문이라는 것이다.
민노당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냈으면 끝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할 것이지, 지도부에서 막판 사퇴 뉘앙스를 풍기면서 오히려 이 점이 한나라당 측에 역이용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박스2> ***택시 민심**
흔히들 택시기사를 두고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부른다. 택시기사들이 선거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았다. 우선 공항에서 만난 택시기사에게 "호계동으로 가 주세요"라고 말하자, 눈치 빠른 택시기사는 대번 "선거 때문에 오셨는교?"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말하니 대뜸 "어느 당에서 오셨는교?"라고 되물었다. '기자'라고 답하자 경계심을 푼 듯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래도 북구에는 현대차 때문에 근로자들이 많으니까 민노당에 유리한 거 아니겠는교"라며 "그래서 저번에도 민노당이 됐고, 민노당에 기대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민노당에 실망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민노당 바람이 불어 국회 3당으로 만들어줬는데, 국회에서 뭘 했는지 모르겠는기라. TV나 신문에서 보도를 잘 안 해줘서 그런지 몰라도, 일반 시민 입장에서 보면 별로 눈에 띄는 게 없더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그래서 중요한게 '힘' 아니겠는교"라며 "그래도 힘 있는 당의 의원이 돼야 지역발전에도 좀 도움이 되지 않겠는교"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여당의 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농소2동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선거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람들이 재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22일 울산에는 각종 체육대회가 몰려 시내 곳곳의 운동장에만 사람들이 북적일 뿐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여 선거 분위기가 그리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나름대로 의미심장한 말 한 마디를 던졌다. "다 자기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누가 되면 뭐가 어쩧겠노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교"라며 "그래서 근로자들 단체투표가 무서운기라. 단체투표만 두고 보면 민노당이 유리하지 않겠는교"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노조버스를 운행해가며 재선거 투표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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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후보의 선거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호계동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기자에게 되려 "박근혜 인기가 진짜 있기는 한 거냐"고 물었다. 지난 주 목요일 사람들이 엄청 몰려 있어서 봤더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울산에 지원유세를 왔더라는 것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딸이라 그런지, 여자라 그런지 몰라도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박근혜가 울산까지 온 거 보면 한나라당이 울산에 꽤 공을 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정문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울산은 노동자의 도시"라는 전제부터 시작했다. 그는 "울산은 천지가 대공장이고 그 대공장의 하청공장까지 노동자들이 많고 그 공장들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이 발달하는 등 노동자의 입김이 가장 셀 수밖에 없는 도시"라며 "노동자들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기 때문에 지역색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 사람들은 적어도 민노당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민노당의 인기가 꽤 높다"면서도 "그런데 정몽준이가 계속 국회의원 되고 하는 걸 보면 표심은 다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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