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매치 포인트>는 우디 앨런의 필모그래피에서는 벗어난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 한편, 우디 앨런 영화 중 최고작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게다가 이 영화는 뉴요커들의 뉴욕 생활을 소재로 코미디영화를 주로 찍어온 우디 앨런이 런던으로 날아가 만든, 우디 앨런 식의 유머가 들어있지 않은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매치 포인트>의 영국 개봉을 앞둔 지난해 12월 20일 우디 앨런 감독은 BBC와 인터뷰를 가졌다. 뉴욕을 벗어나 런던에서 영화를 촬영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평생 뉴욕에 대한 일방적인 애정 공세를 쏟아 부은 사람답지 않게 "런던에서의 촬영이 너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우디 앨런과의 인터뷰 전문을 번역해 싣는다 - 편집자
스칼렛 요한슨(왼쪽)과 우디 앨런 감독(오른쪽) ⓒ프레시안무비
'운'이라는 문제가 이 영화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당신은 운이 한 인간의 삶에 그렇게까지 깊숙이 관여할 수 있다고 실제로 믿는 건가? '운'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생에서 훨씬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잘 먹고, 운동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등으로 자신의 건강을 훌륭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인간이 자신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운이 따라 주어야 진짜 잘 살 수 있다. 인간이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자기 일에서 반드시 성공한다고도 할 수 없다. 운이 좋다는 것이 좋은 사람인 것보다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왜냐하면 좋은 운을 타고 난 사람은 어떤 특정한 일에 단순히 운이 좋은 사람들보다 훨씬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성취감도, 행복도, 성공도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운이 좋은 사람은 더 행복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개인적으로는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건강도 썩 괜찮은 편이고 타고난 운도 좋은 것 같다. 내 성공의 대부분은 운에 기댄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매치 포인트>의 성공도 상당부분 좋은 운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반드시 운 좋은 인생이 계속될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모든 게 다 좋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당신 작품 같지 않다고 말한다. 당신은 당신 특유의 형식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영화가 내 영화 형식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뉴욕에서 살고 있고, 내 방에서 머물며 거기서 일한다.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결코 알지 못한다. 예를 들면 나는 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지 어떨지, 사람들이 내 영화를 좋아할지 싫어할지 절대로 알지 못한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을 두고 지난 번 영화가 코미디였기 때문에 이건 드라마로 만들어야겠다거나 내 사생활에서 뭔가 울림을 주는 것과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예측하곤 한다. 그러나 어떤 말도 사실이 아니다. 나는 영화 만드는 게 즐거워서 영화를 만든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내 영화를 좋아해주길 바란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더 영화를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한 편 끝내고 나면 바로 다음 영화로 넘어간다.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든 간에 그건 상관없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도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는다. 거기엔 물론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말도 안 되는 홍보나 비평으로부터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한편 스튜디오가 내 작업을 방해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을 믿고 영화를 만든다. 물론 단점도 있다.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나 자신이 종종 소외되곤 한다. 당신은 영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기쁨을 알지 못할 것이다. 영화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영화인들은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즐기고, 배우들과 함께 식사하러 나가기도 하며, 우정을 쌓아가고, 오프닝 파티를 함께 즐기기도 한다. 그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들은 그것도 즐긴다. 그들은 상 받는 것을 즐기고 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내게는 하나도 즐겁지 않을 뿐 아니라 나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도 없다. 그게 바로 단점인 것이다. 반면에 나는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매년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상을 받거나 수상에 실패하든 그에 연연하지 않고, 흥행에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하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영화 제작에 대한 신드롬이나 쇼 비즈니스 측면에 사로잡히지 않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치 포인트 ⓒ프레시안무비
이번 영화를 런던에서 촬영하면서 문화적 충격 같은 것은 없었나? 문화적 충격은 없었다. 도시들은 전부 비교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런던도 뉴욕과 똑같았다. 두 도시 모두 문화, 박물관, 극장, 식당, 수많은 자동차들, 전세계에서 몰려든 다양한 인종들로 가득찬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이다. 런던에서 일하는 것과 뉴욕에서 일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여기 날씨 중 좋았던 걸 찾으라면, 하늘이 잿빛이라 영화 촬영에 매우 좋다는 것이다. 여름 날씨는 런던이 훨씬 시원한데, 그것도 아주 좋았다. <매치 포인트>는 전통적인 영국 영화의 분위기가 난다. 당신은 영국 영화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인가? 영국은 영화 제작에 있어서 굉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내가 청년이었을 때 우리는 영국 영화산업을 숭배하곤 했다. 우리가 뉴욕에서 본 수많은 위대한 영국 영화들이 영국과 런던에서 만들어졌다. 영국 영화제작자들은 트렌드를 만들어낼 줄 알았으며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이상의 것을 갖출 줄 알았다. 영국 카메라맨들은 전통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카메라맨들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는 매우 만족스러운 일이다. 너무나 만족스러워 다시 돌아와 다음 여름에 촬영하기로 되어 있던 <특종 Scoop>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 여기서 다시 영화를 만들까 생각 중이다.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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