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최악의 갈등 상태로 몰아넣은 독도분쟁을 제3자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마침 한ㆍ일 두 나라의 긴밀한 동맹국인 미국의 시민이며 '국제위기감시기구'의 동북아 사무소장인 피터 벡 씨가 최근 미국의 한 인터넷저널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은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로 상처 입은 민족적 자존심 때문에, 일본은 독도보다도 훨씬 더 큰 실익이 걸린 러시아(쿠릴열도), 중국(센가쿠제도)과의 영토분쟁을 의식해서 각각 강경대응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이는 속좁은 대응이라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양국 간의 경제교류 등을 감안하면 독도 문제와 양국간 교류는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벡 소장은 특히 양국 지도자들이 보여준 그런 옹졸함으로 어떻게 유엔 사무총장(한국), 안보리 상임이사국(일본) 도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이웃나라 모두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벡 소장은 자신이 속한 '국제위기감시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는 한국쪽이 더 강력하다면서, 일본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이웃나라들에 대한 침략과 탄압이라는 과거가 있는 만큼 일본이 먼저 자제와 관용의 정신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아시아의 험난한 바다(East Asia's Troubled Waters)'라는 제목의 이 글은 미국의 국제문제 관련 웹사이트 <예일글로벌 온라인(YaleGlobal Online)> 4월 27일자에 실려 있다. 필자인 피터 벡 소장의 양해를 얻어 이 글을 번역, 게재한다. <편집자>
동아시아의 험난한 바다(East Asia's Troubled Waters)
지난 4월 말, 일본과 한국은 두 나라를 갈라놓고 있는 바다 한 가운데의 별 의미 없는 돌섬을 두고 일촉즉발의 상태까지 치달았다. 양국이 5월에 다시 이 문제를 협의하기로 결정하면서 위기는 일단 가라앉았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서울과 도쿄는 어째서 동아시아의 평화는 말할 것도 없고,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양국간 무역과 투자 관계도 제쳐놓은 채 이 보잘것없는 바위섬과 그 주변 해양의 수산물을 놓고 이처럼 사생결단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양국 사이의 역사적 반목과 국가적 자존심, 그리고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두 나라 정부가 보여준 '옹졸함(lack of statesmanship)'을 감안한다면 이 분쟁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충돌의 표면적인 원인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두 개의 바위섬, 한국은 이 섬을 독도라고 부르며 일본은 다케시마라고 부르는데, 이 섬 근방의 해저 지명을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가라는 아주 사소한 것이다. 이번 여름에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한국식 해저 지명을 등록하려는 - 과학적 근거는 희박하다- 서울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도쿄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향해 해상방위청의 탐사선 두 척을 보냈다. 양측의 외무성 차관은 지난달 22일 만나 한국은 해저 지명등록을 연기하고 일본도 수로 탐사를 철회하기로 하는 타협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중국 언론들은 재빨리 이번 분쟁의 승자는 일본이라고 선언했으며, 한국의 <조선일보>는 일본의 요구에 항복한 노무현 정부에 대해 기사와 만평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다수 언론들은 이번 위기 사태가 단지 바위섬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주변의 "풍부한" 수산물과 지하에 매장된 천연가스의 통제권 다툼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모두 공허할 뿐이다. 독도 주변의 어장은 이미 지나친 남획으로 어자원이 고갈되다시피 한 상태다. 게다가 양국의 경제에서 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 더욱이, 천연가스 매장 여부는 아직 확실히 입증된 바 없으며,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회의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국가적 자존심 때문에, 일본은 러ㆍ중과의 영토분쟁 의식해서
사실 한국에게 보다 실질적인 문제는 국민적 자존심이다. 좌우로 갈린 남과 북에게 독도는 남과 북의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되는 이슈다. 이 작은 섬은 국가 주권이라는 개념과 지난 역사에서 잃어버렸던 한국의 주권, 그리고 100여 년전 일본에 귀속되었던 땅이었다는 사실 등 온갖 요소들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일본은 자신들에게 법적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위기감시기구'가 역사적 기록들을 검토해 본 결과 소유권 주장의 근거는 한국 쪽이 더 강력하다. 한국에서 길 가는 어느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독도 소유권 문제가 중요치 않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해 가을 독도를 둘러싼 분쟁에 대한 취재차 이웃섬 울릉도를 방문해 그곳에 있는 독도박물관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박물관의 안내원은 그해 봄 주한 일본 대사가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한 때부터 방문객이 두 배로 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담화까지 발표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국 내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최근 지지도는 상당히 낮으며 이번 충돌로 지지도가 상승했거나 상승할 것이라는 조짐도 없다. 더욱이, 일본 사무라이들을 향해 핏대를 세우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다가오는 5월 한국의 지방선거에서나 2007년 대선에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이같은 소동은 곧 잠잠해질 것이며 선거는 다른 이슈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일본 지도자들은 문제의 이 섬을 확보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그 섬을 50년도 넘게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으며,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에 대해 결코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독도분쟁을 러시아와의 쿠릴 열도(북방 영토) 분쟁, 중국과의 센카쿠 제도(중국명 다오위다오) 분쟁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독도와 달리 북방 영토는 명백히 일본 땅의 일부이며, 센카쿠 제도는 그 지하에 엄청난 천연 가스 지대가 펼쳐져 있다. 일본이 독도 분쟁에서 쉽사리 물러선다면 쿠릴 열도와 센카쿠 제도 등 다른 영토분쟁에서 일본의 입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국가적 자존심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인들은 독도 문제에 그리 큰 관심이 없다. 사실은, 일본의 시마네현이 지난해 봄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과잉대응을 하면서 많은 일본인들이 처음으로 독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 옹졸함으로 유엔 사무총장,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도전한다고?
해묵은, 그러나 그동안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던 독도 문제가 최근 격화된 데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 등에 의해 촉발된 동북아시아의 민족주의 고양에 일부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과 도쿄의 지도자 모두 '통큰 정치인의 경륜(statesmanship)'을 보여주어야 할 수많은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주변의 모든 나라들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이처럼 수많은 분쟁과 불신 속에서 어떻게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바라볼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은 6개월이 넘도록 고이즈미 총리와의 의미 있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서울의 과잉대응과 비타협적 태도는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입후보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입지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날 주변국들을 침략하고 탄압했던 일본의 지도자들은 이제 누구보다도 먼저 자제와 관대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과거의 식민종주국이었던 일본 관리들의 지각 없는 발언들은 오래된 상처에 대고 소금을 비비는 것처럼 한국의 국민감정을 악화시킬 뿐이다. 동시에 한국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사청산을 그의 재직 기간 중 핵심과제로 꼽을 만큼 과거사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안된다. 역설적이게도, 지난 2005년 여름 자유주의 성향의 <한겨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과거사청산을 국정과제 중 가장 덜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현재까지 차기 대권 후보로 유력시되는 한국의 정치 지도자 3명은 모두 노 대통령보다는 이웃나라들에 대해 온건한 접근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불행히도 일본에서 고이즈미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2명의 정치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양국 모두의 동맹국인 미국은 당연히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떠맡았다. 그러나 미국에게도 일정 부분의 책임은 있다. 영토 분쟁을 완전히 매듭짓지 못한 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1951년)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모든 당사자들이 책임을 분담하는 다자간 지역안보기구를 동아시아에서는 추진하지 않은 것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점령의 성패에 모든 것을 걸고 있으며, 현재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살육전 때문에 동아시아의 작은 바위섬 2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분쟁이 있을수록 만나서 대화하라
만약 제대로 된 정치지도자들이 올바른 조치를 취한다면 현재의 한일 분쟁은 결코 해결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국제위기감시기구'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영토 분쟁을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첫째, 영토 논쟁과 관계 없이 외교적 접촉은 계속돼야 한다. 국가 원수에서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의 만남이 쌍방의 영토분쟁으로 인해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사실, 분쟁이 있으면 있을수록은 만나서 대화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둘째, 자연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라 할지라도 양측 모두 군사적 성격의 일방적 행동은 삼가야 한다.
셋째, 양측은 그 섬 주변의 중간 어로 구역에서 한국과 일본의 어선 모두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사실 어업 분쟁은 미래의 또다른 긴장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안이다.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은 어업권 분쟁이 진짜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