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업체 가운데 하나인 CJ CGV가 영화계 숙원사업인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CJ CGV는 지난 22일 중국 상해 갑북구 다닝에서 6개 스크린의 CGV 멀티플렉스인 '上影CGV'의 오픈식을 갖고 중국내에서의 사업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를 위해 CJ CGV의 박동호 대표와 CJ엔터테인먼트의 김주성 사장, CJ 중국그룹의 박근태 대표 등 CJ 영화사업의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상해를 방문, 극장 출범식에 참석했다. CGV의 '중국 입성'을 축하하기 위해 유명 영화인들도 상해를 방문했다. 한중합작 영화 <중천>의 김성수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인 정우성 김태희 등도 이날 행사를 위해 전날인 21일부터 일찌감치 상해로 들어와 있었던 상태. 특히 김태희의 경우 중국내에서 이미 큰 인기를 확보하고 있어 입국 공항에서부터 상해 팬들이 대거 몰리기도 했다.
중국측에서도 '上影CGV'의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고위 행정관료들이 대거 참석하기는 마찬가지. 중국 영화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광전총국 전영국의 뤼안 구오 자이 국제교류처장을 비롯해 상해 영화산업의 주역인 슈 펑 러 상해필름그룹(SFG) 부총재 등이 그 주인공들. 이날 오픈식이 열린 다닝은 상해 최대 번화가인 신천지와 함께 홍콩의 대재벌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 새로운 인터내셔널 쇼핑몰이 들어선 구역. '上影CGV'를 중심으로 주위의 대부분이 다국적기업이 운영하는 커피체인점과 스포츠 전문점, 각종의 음악카페, 재즈바들로 구성돼 있는 다닝은 상해의 새로운 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한국영화산업, 마침내 중국진출 CG CGV는 이번 극장 오픈을 위해 오래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진행시켜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上影CGV'의 개관은 바야흐로 한국 영화산업의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을 계기로 한중간 영화합작 및 공동배급, 아시아권 시장의 공동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上影GGV 전경 (사진제공-CJ CGV)
한국영화계는 그동안 줄기차게 중국시장의 문을 두드려 왔으며 한류의 거센 물결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윤의 측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중국이 WTO 가입국임에도 불구하고 불법 해적판의 확산을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워낙 엄청난 규모의 땅덩이이만큼 몇몇의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얻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체계적으로 개척하는데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CJ엔터테인먼트와 CJ CGV 멀티플렉스는 소프트웨어의 공급에만 주력하기보다는 하드웨어와 인프라 지원을 우선적으로 실시, 우회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가 존재하게 된다는 것은 곧 중국시장에 한국영화의 '직배'가 사실상 가능해진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번에 개관된 '上影CGV'는 상해 최대의 미디어 회사인 '상해 미디어 앤드 엔터테인먼트 그룹(SMEG)' 산하의 '상해필름그룹(SFG)'와 50 대 50으로 출자해 만들었으며 총 투자 규모는 한국 돈으로 2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CGV측 투자 금액은 10억원인 셈. 국내에 있는 11개 스크린짜리인 용산CGV를 80억원에 만든 것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이지만 이를 중국 돈의 개념으로 환산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 된다. 결국 CGV는 적은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가치는 그것의 수십배, 수백배가 되는 셈이다. CGV는 앞으로 '上影CGV'의 모든 관리와 운영을 전담하게 되며, 중국 정부가 이렇게 외국 기업에 자국내 영화관의 운영을 허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합작 영화 양산될 듯 이번 CGV 멀티플렉스 오픈은 중국 북경과 상해를 잇는 '제1회 한국영화전'의 개막과 동시에 진행됐다. CGV 개관 하루 전인 21일에는 북경에서 '한국영화전'이 개막됐으며 이를 위해 국내 영화진흥위원회의 안정숙 위원장과 이현승 부위원장 등이 이곳을 방문했다. 이현승 부위원장은 북경에 이어 '상해 한국영화전'에도 참석, 한중간 영화교류의 새로운 장을 구축하기 위한 다각도의 협의를 진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上影GGV가 들어선 상해시 갑북구 다닝 거리의 모습 (사진제공-CJ CGV)
이번 CGV 오픈을 계기로 CJ엔터테인먼트와 중국 광전총국전영국, 그리고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는 한중간 합작영화의 편수를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늘려나가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은 한국의 스크린쿼터보다 더욱 강고한 자국 영화산업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외화쿼터'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 규제안에 따라 중국 내에서는 외화가 1년에 24편만이 개봉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런 규제조치가 계속되면 CJ CGV가 개관된다 해도 정작 이를 통해 한국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게 된다. 결국 중국정부의 자국영화 보호장치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한국영화를 원활하게 중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한중합작 영화를 늘리는 것. 한중합작 영화의 경우 중국에서는 한국영화가 아니라 중국영화로 인정받게 돼 '외화쿼터'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예컨대 김성수 감독의 <중천>같은 영화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중국영화' 라벨을 부여받게 되는 것. 영화진흥위의 이현승 부위원장은 "어떻든 중국은 현재 사회주의 정권에 의해 움직여지는 나라이고 그만큼 관주도형 산업발전 모델을 갖고 있는 나라다"라며 "광전총국이 내세우는 자국영화산업 보호정책의 원칙이 확고한 만큼 그에 따른 방법들을 모색해 내야 하고 그런 가운데 합작영화를 늘리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上影GGV 내부 (사진제공-CJ CGV)
이 부위원장에 따르면 한중합작 작품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중국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을 취할 수 있다는 점말고도 궁극적으로 이들 작품을 아시아형 영화로 개발, 아시아권 전체를 겨냥하는 새로운 시장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권에서는 그동안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태국 등 각 나라의 영화들을 아시아형 신모델로 개발, 시장을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얘기가 계속 논의돼 왔었다. 장예모의 <연인>, 첸 카이거의 <무극>, 서극의 <칠검>같은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나, 현재도 한중일 합작으로 유덕화, 안성기 공동주연의 <묵공>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그 같은 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중합작의 확대=아시아 시장 개척」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 한중합작 영화를 확대해 나간다는 것을 기념하고 또 이를 양측이 서로 확약한다는 의미에서 김성수 감독의 <중천>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개봉되기로 결정됐다. 한국과 중국에서 영화가 동시에 개봉되기는 이번이 처음. CJ엔터테인먼트는 이와 함께 중국에서 만든 일본 전범재판 영화 <동경재판>을 국내에 수입,배급할 예정이다. 중국시장은 아시아 영화산업의 보고 중국의 영화시장은 석유시장으로 얘기하면 한마디로 중동 지역과 같은 곳. 인구 13억의 세계 최대 규모의 나라인 중국은 현재까지 스크린 수가 고작 3,000개에 불과한 지역이다. 약 3억명의 미국이 37,000개의 스크린 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중국의 경우 인구 대비 최대 130,000개 이상의 스크린 수로 확장될 시장으로 평가된다. 영화 한편당 전국적으로 최저 3000만명의 관람객을 모을 수 있으며 히트작의 경우 최대 2억~3억명의 관람객을 모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중국 시장을 어떻게 '포획'해 내느냐에 따라 한국영화산업의 확대 및 확장 가능성 여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국내 영화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시장 진출과 개척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10만평 규모에 마련된 오픈 스튜디오 '상해제편창'에서의 촬영모습 (사진제공-CJ CGV)
하지만 이에 대해 누구보다도 중국 정부가 잘 알고 있고 따라서 해외 영화계의 자국 내 진출을 경계심을 갖고 방어해 왔다. 중국이 철저하게 관주도형으로 영화산업을 운행하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며 다만 양질의 컨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기술발전의 측면에서도 해외 선진국에 비해 그 수준이 미약한 만큼 '내부적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방하고 아울러 그 파트너를 신중하게 고른다는 입장을 선보여 왔다. 중국정부는 그렇게 바깥을 향해서는 비교적 강한 '빗장'을 걸고 한편으로는 대규모의 물적 자본을 투입, 국가주도형으로 영화산업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북경에 1억 달러 규모의 영화 스튜디오 및 박물관인 '북경제편창'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점이나 현재까지 4,000만 달러 규모의 '상해제편창'을 개발,운영해 오고 있는 것도 그때문. '상해제편창'의 경우 향후 1억달러까지 투자 규모를 확대, 명실공히 아시아권내 최대 스튜디오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영화시장이 향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국내 영화관계자들 상당수도 "빠르면 5년 안에 중국영화산업이 한국영화산업을 큰 편차로 앞질러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빠른 시간 안에 국내 영화계를 정비, 중국시장과 같은 '큰 고기'를 만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CJ CGV 멀티플렉스의 상해관 개관은 그런 의미에서, 중국 시장과 한국 시장이 한판 크게 붙는, 전초전으로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략전술이 뛰어난 중국영화계의 '동북공정'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또 그것을 뛰어 넘어 역으로 아시아권 전체를 겨냥해 중국시장과의 공존을 어떻게 모색해 나갈 것인가. CJ가 불을 붙인 한국영화계의 중국시장 진출에 사람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건 바로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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