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동물보호단체는 동물 학대 방지 등 최소한의 동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개정안 마련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작 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동물보호단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이들은 △학대받는 동물의 격리 보호 조치 △동물보호소에 대한 감독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 확보 △인도적인 도살에 대한 규정 △생매장 살처분에 대한 처벌조항 △시민도 참여할 수 있는 동물복지위원회 등이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개정 논의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황우석 사태와 개똥녀 사태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우리의 무감함을 깨우치는 내용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국회에서의 논의를 앞두고 정부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성공회대 박창길 교수가 기고해 온 내용을 소개한다.<편집자>
88올림픽 이후 '아시아의 동물학대국'이라는 오명을 가리기 위해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에 개정안이 상정돼 이달 말 통과될 예정이다. 그러나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정부의 개정안을 보면 먼저 해야 할 제도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어 있어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국회의원 발의안을 봐도 마찬가지다. 이계경, 김재철, 이명규(이상 한나라당) 이영호, 장향숙(이상 열린우리당)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발의했지만 어느 하나도 우리 현실을 반영하거나 최소한도 수 만명의 진정이 이뤄진 동물학대 문제를 반영한 법안이 없다. "민원 따로 법률 따로" 진행되고 있다. 6개의 의원 발의안 중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안 만이 동물학대방지 등을 위한 최소한도의 제도들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28일 국회 소위원회 심의가 있을 예정이지만, 의원들의 인식 수준을 감안할 때 논의와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그간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하여 동물보호법의 문제를 설명해 온 시민활동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국회의원은 커녕 보좌관들에게도 제대로 설명할 기회조차 얻기 어려웠고 그나마 짧은 기회조차 그냥 서서 설명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의원들이 대충 정부의 의견대로 따라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업자를 위한 법은 있는데 동물을 위한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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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빠져 있지만 지난 해 정부의 입법예고안에는 동물 장묘업, 납골업, 묘지업이 주요한 내용 중 하나로 들어가 있었다. 이 내용을 이제는 심재철 의원이 바톤을 이어 받아 발의했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보완, 입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었다.
반면 인도적인 도살이나 생매장 금지, 상습적인 학대자로부터 피학대동물을 일시 격리시킬 수 있는 안전조치권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동물학대를 막을 수 있는 제도는 정부안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농림부와 심재철 의원은 사람들이 죽은 동물을 몰래 매장하기 때문에 환경이 훼손된다는 것을 이유로 법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몰래 매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물묘지를 만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환경문제를 위해선 다이옥신 등 공해물질 배출을 막으면서 동물화장업을 육성하는 게 가장 중요할텐데 이런 문제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게다가 동물장묘업은 현재도 불법이 아닌데 이런 법을 만드는 저의가 무엇인가. 정부가 동물화장업이나 장묘업을 지원해주려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동물보호라는 법 제정의 취지와는 별개로 이를 통해 이권 챙기기에만 급급한 게 아닌지 의문이다.
더욱이 농림부와 국회의원이 '생명존중'을 위해 동물장묘업에 대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포장하는 것은 듣기가 매우 거북하다. 농림부는 축산동물을 도살할 때 인도적인 방법으로 도살하여 달라는 요구를 축산업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하고 있지 않나. 정말 '생명존중'이라는 말을 쓰려면 이런 문제를 위한 법률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생매장보다 '개똥녀'가 더 문제?
소위 '개똥녀'에 대한 처벌도 그렇다.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못한 '개똥녀'에 대해서는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처음에는 80만원으로 규정했었다)를 부과하면서, 도축전문업자나 몰래 생매장하는 공권력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으려 하나? 마지막 가는 생명에게 한 줌의 자비도 베풀지 않고 산 채로 도살하는 무자비한 도축전문기업이나 산 채로 동물을 묻거나 어미 돼지를 쇠파이프로 내리쳐 정당한 살처분방식을 대신하는 그 무자비한 폭력성은 '개똥녀'의 공중도덕 무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개똥녀"에 대한 30만원 이하의 벌과금에 비해서 동물에게 고의로 사료를 주지 않는 주인이나, 동물보호감독관의 사법적인 업무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다소 악의적인 사람에 대한 처벌은 불과 과태료 50만원 이하다.
그간 정부는 시민단체들의 각종 요구를 대부분 동물보호법에 담을 수 없고 조례에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수많은 비리가 폭로된 동물보호소의 감독과 운영 자격, 길고양이 대책, 동물소유자에 대한 교육 등의 정작 필요한 내용에 대해 정부는 동물보호법에 그 근거조항조차 두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조례로 다루고 있는 동물 장묘업이나 납골업은 법률로써 규정하려고 하고 있다.
동물판매업자 교육이 동물실험자 교육보다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동물실험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교육과 자격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자격 없는 동물실험자가 실험을 하는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독일은 수의학이나 의학 또는 생물학의 학위를 가진 자라야만 동물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농림부는 동물판매업자나 장묘업자는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동물실험연구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판매업자와 동물실험자중 누구에게 교육이 더 중요한가? 이처럼 국제적 기준을 무시하고 사회적 영향력있는 특정집단에 당연한 의무를 부과시키지 못하는 입법은 과학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전문연구가들사이에 '동물실험의 천국'이라고 불리고 있다.
정부는 황우석 사태에서 무엇을 배웠나?
그동안 동물실험에 관한 내용이 동물보호법에 포함되고, 이것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동물관련시민단체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동물실험연구를 심의하는 각 동물시설에 설치되는 동물윤리위워회는 동물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인사가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황우석 교수 사건 때 서울대 수의대와 한양대의 기관윤리위원회(IRB)가 공정성을 잃고 형식적으로 이뤄져서 문제가 됐었다. 정부와 국회가 이런 사건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의문이다. 당시 연구 윤리에 대한 제대로된 검토와 심사가 있었더라면 불행한 사태를 어느정도 사전에 제어됐을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동물실험위원회의 구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몇 가지 중요한 문제만 따져봐도 정부안은 공정성과 형평성이 결여돼 있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조차 간다. 조만간 있을 국회 논의 과정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보지만 의원들의 무관심과 인식 부족으로 개정안이 현 수준에서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진정 '동물보호법'이 그 이름에 걸맞게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될 날은 요원한 것인가.
| 정부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어떻게 다른가 동물보호법 개정에 있어 정부와 시민단체의 의건이 다른 주요 지점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정)은 농림부의 의견, (동)은 동물관련 시민단체의 의견을 나타낸다. 시민단체 의견 상당 부분이 공성진 의원 발의안에 포함돼 있다. ①동물의 정의: 어떤 동물이 보호받을 것인가? (동) 모든 척추동물을 우선 대상에 넣어달라. 미국의 모든 주는 보호대상동물을 인간을 제외한 모든 살아 있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거의 모든 나라가 최소한 척추동물을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 현재의 동물보호법은 보호되는 동물의 종류를 농림부장관이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는 되나, 양서류, 어류에 대해서는 부처협의가 필요하다. ②피학대동물을 상습적인 학대자로부터 일시 격리시킬 수 있는가? (동) 상습적인 학대로부터 피학대동물을 일시 격리시킬 수 있는 안전보호조치가 포함돼야 한다. 지금은 상습적인 학대자로부터 동물애호가들이 동물을 구매하거나 불법으로 훔쳐오기까지 한다. 동물애호가들을 범법자로 만들 것인가? 미국의 모든 주가 이런 안전보호조치를 규정하고 있고, 상당히 많은 주가 사육의 제한까지 규정하고 있다. 아시아의 싱가포르, 인도 등도 사육제한을 마련하고 있다. (정) 이런 조치는 재산권을 침해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고 시설이 부족하다. (동) 어떤 동물을 격리조치할지 기준을 정하는 것은 시행령에서 엄격하게 정하면 된다. 또 격리조치에 대한 판단과 실천은 농림부의 감독을 받는 공무원이 실행한다. ③ 동물의 사육 또는 출입을 포괄적으로 제한할 것인가? (정) 동물소유자의 특정지역에서의 사육 또는 출입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동) 이는 반려동물 사육자의 거주이전의 자유룰 불필요하게 규제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건설교통부의 주택법시행령에는 "가축을 사육하거나 방송시설 등을 사용함으로써 공동주거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행위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것이 악용돼 대다수의 공동주택에서 동물사육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삭제하라. ④유기동물보호소의 학대를 방치할 것인가? (동) 유리동물보소호의 학대행위가 너무 만연해 있다. 유기동물보호소의 운영, 자격, 감독에 대한 규정의 근거조항을 마련해달라. 동물보호시설을 마련하는 내용만 법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이런 학대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정) 이는 조례로 정할 문제이다. (동) 외국에서는 법으로 정하고 있다. 조례로 정하더라도 근거규정은 법에서 정해 달라. ⑤약효가 없고,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고양이 식용을 금지할 수 없는가? (정)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해야 한다. 고양이의 식용금지는 다른 동물의 식용금지로 이어질 수 있어 절대 안 된다. (동) 한의학자의 의견도 들었고, 또 류마티스학회도 약용으로 고양이를 먹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한다. 고양이 식용금지는 개 등의 식용금지와는 별개 사안이다. ⑥길고양이를 방치할 것인가? (동)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떠돌이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수술 후 방사하는 방법을 규정해 달라. (정) 길고양이 대책은 지자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동) 지자체에 지침을 마련해 줘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요구하고 있다. ⑦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 (동)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3개 이상의 기관이 공동으로 운영해야 독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된다. 한 개의 기관이 한 위원회를 운영하면 폐쇄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많다. (정) 산업비밀이 누설될 수 있어서 못한다. (동) 위원이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스웨덴은 여러 실험시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모두가 실험연구자가 아니라서 중요한 정보를 알 수가 없다. ⑧동물의 권익을 대표하는 시민단체장이 추천하는 인사가 동물실험윤리 심의과정에 참여할 수 없나? (동) 거의 많은 나라가 동물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장이 추천하는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정) 민간단체의 회원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한다. (동) 실험시설이 선정하는 단체회원은 안 된다. 이런 인사로는 동물복지에 관한 사회적 감시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또 동물실험법의 제정에 앞장서 온 동물관련시민단체들을 이 시점에서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⑨동물실험연구자의 교육 의무 (동) 동물실험연구자는 적절한 교육을 받을 의무를 가진다. 어느 나라나 실험연구자에게 자격을 요구하고 있다. 아무나 실험하게 되면 예산이 낭비되고 실험의 유효성도 떨어진다. 동물판매업자, 반려동물소유자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왜 실험자에게 교육의 의무를 부과하지 못하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 법적 규제보다는 대학, 대학원등 제도교육과 사회교육을 강화하여 해결할 문제이다. (동) 대학에서 실험교육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면제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과목이 개설된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실험교육을 면제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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