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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에드워드 양, 굿바이 마에스트로

[특별기고] 에드워드 양의 죽음에 부쳐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치명적인 노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무심하게 길을 걷거나 생각 없이 버스 창밖을 내다보는 일상적인 순간에도 그 노래만 흘러나오면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하게 내려앉는 그런 노래 말이다. 노래의 매력에 비하면 덜하겠지만 영화에도 그런 치명적인 경험으로 남아있는 영화들이 있다. 그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 뾰족한 것이 가슴 한 구석을 날카롭게 스쳐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영화가 있다. 내게는 대만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바로 그런 영화다. 대학 시절 몇 번이나 복사를 해서 빛이 바랜 비디오테이프로 이 영화를 처음 본 뒤부터 이 영화는 내게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아릿함을 남긴 영화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 이 영화를 극장에서 필름으로 보게 되었을 때의 설레임 역시 잊을 수 없는데, 그것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마치 첫사랑의 여인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것 같은 그런 설레임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에드워드 양'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이 감독을 나는 여전히 내가 이 감독을 처음 알았을 때의 이름인 '양덕창'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마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왕자웨이를 왕가위라 부르고 저우룬파를 주윤발로 부르는 것처럼…….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프레시안무비

잘 알려진 것처럼 양덕창 감독은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 더불어 대만 뉴웨이브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다. 1947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대만으로 이주한 양덕창 감독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공부를 하던 도중 대만으로 귀국하여 영화감독으로서 이력을 시작한다. 1980년대 후반 대만 영화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양덕창 감독은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소재 속에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담는 이른바 대만식 사실주의 영화의 대가로 손꼽힌다. 그와 함께 영화적 이력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적 세계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동료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가 일종의 역사화에 가깝다면, 개인적인 일상과 개별자의 정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 양덕창 감독의 일종의 초상화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주연배우로 출연한 <타이페이 스토리>(1985)를 비롯하여 양덕창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 그리고 감독에게 칸느영화제 감독상을 안겨준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에 이르기까지 이 감독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은 감독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만인들의 현재의 모습이다.
하나 그리고 둘 ⓒ프레시안무비

대만으로 이주한 한 소년의 가슴 아픈 성장기를 통해 당시의 대만 사회와 대만 사람들이 겪었던 아픔을 형상화한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역시 소년의 친구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Are You Lonesome Tonight?'를 부르는 장면일 것이다. 아직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소년이 미성으로 부르는 미국 팝스타의 노래는 2차 대전 후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었던 대만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모티브이자 동시에 폐허에서 돋아난 새순처럼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한 사람의 성인이 되기 위해 성장을 멈추지 않는 미래 세대에 대한 감독의 경이와 염려를 표현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노래는 3시간이 넘는 이 영화 속에서 불과 두 장면에서 아주 짧게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노래를 부른 인물은 영화 속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주인공의 친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노래로 이 영화를 기억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대만과 대만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국에서 양덕창 감독의 영화는 여전히 낯선 영화로 남아있다. 그의 동료인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비록 상업적인 영향력은 미약하지만 예술적 성과에 있어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양덕창 감독은 그 존재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양덕창 감독의 영화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외부의 시선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이 감독의 영화에서 우리가 보지 못한 것들이 대만인들의 시선에 어떻게 비치는 지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영화가 이야기하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근심이 외부에 서 있는 우리에게도 설득력 있는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의 영화가 대만이라는 땅과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과 애정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에드워드 양 감독

이 양덕창 감독이 지난 6월 2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0세. 사인은 대장암. 그는 대만이 아닌 미국 땅에서 세상을 떠났다. 대부분의 정열적인 감독들이 그런 것처럼 그 역시 최근까지 신작 <바람>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삶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에 대한 존중심을 갖추고 있던 이 감독의 이야기를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은 비단 대만인들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슬픔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은 국제신문 7월 6일자에 실린 내용을 필자의 허락을 받고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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