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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개방하면 언론이 '착해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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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시장 개방하면 언론이 '착해진다'고요?

[기고] 문국현 후보의 '선수 데뷔'를 기대하며

몇 주 전 <SBS>에서 처음으로 본 것 같다. 그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후보자로서 그에게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의 푸념대로, 텔레비전 노출이 워낙 안 되다 보니 제대로 알 기회가 없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보고 난 소감은, (약간 실례의 표현을 쓰자면) '오 제법인 걸'이라는 것이었다. 말투가 똑똑해 보였고, 양심이 사뭇 밝아 보였으며, 자신이 뭘 하는지에 관해 분명한 확신이 서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후보에게 거칠게 들이대는 폼이 멋있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절대 우세를 보이고, 여당 후보자들은 계속해서 절절 매고 있던 때라 더욱 그랬다.

'어떻게 하면 문국현을 띄울까? 지지율을 20% 까지만 끌어올리면 좋겠는데. 문 후보의 미디어 노출을 늘일 방법은 없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속내를 드러내자 많은 이들이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면 나는 어설프고 유치한 정치공학의 설계도를 내놓았다.

'언론'에 관한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려는데….
▲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창조한국당

그런데 농담반 진담반의 생각을 당분간 유보해야 할 성 싶다. 차근차근, 사실에 기초해 문 후보를 검증하는 게 더 급하다. 그래서 지지는 차치하고 연대와 제휴가 가능한 후보인지 정확하게 판별해 봐야 할 것이다. 일관되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찬성한다면서도 그 일방적 자본의 거래를 거부한 민주노동당과의 반 수구 정책 대 연합을 제안하는 신당 정동영 후보처럼 혹 모순된 점, 부조리한 측면은 없는지 예리하게 살펴봐야 함이다.

진보의 관점, 좌파의 시각이라는 말을 굳이 쓸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시민의 공통이익, 즉 사익이 아닌 사회적 이익에 얼마나 성실한가를 핵심적 판단잣대로 하면 된다. 수구와 진보, 우파와 진보의 분기점도 기존 권력의 소수 이권을 원하는지, 아니면 시민 다수의 잠재적 이익을 위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는가? '국민'의 환상 공동체와 '국익'의 신화에 집착하는지, 아니면 시민의 사회, '공익'의 사회학에 봉사하고자 하는지에 따라 편을 가르면 된다.

문 후보의 정책적 입장 전부를 따질 여력은 없다. 그가 정책 구상을 완전히 마쳤는지도 잘 모르겠다. 단지 연구자와 활동가로서 주력해 온, 어느 부문보다도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 구상에 있어 핵심적인 '언론문제'에 관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한다. 그가 <한겨레>-참여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한 '100인 유권자 위원회'와의 토론에 나서 했던 말들을 주목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재창조하자'는, '그 꿈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구태의연한 신화적 멘트는 정치인으로서의 레토릭으로 넘어 가겠다. '부패한 사람은 안 된다'는 이야기는 '차떼기 정당'이, 그 정당의 후보자가, 그리고 그 정당을 '비자금'으로 후원한 삼성이 계속해 설치는 지금의 판에서 참으로 당연한 소리로 들린다. 제도정치가 부패한 돈에 찌들고 제도매체가 썩은 돈에 입막음 당했을 때, 문 후보 같은 이가 그러한 모순을 더욱 분명히 짚고 나온다면 좋겠다. 부패 브랜드로 유착한 정치권력, 자본권력, 매체권력을 제대로 고발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언론의 위기, '개방'으로 해결하자는 뚱딴지 같은 진단

그런데 당시 토론회를 보면, 언론 및 언론개혁에 관해 문 후보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논리가 모호하고, 개념이 부족하며, 사고가 빈약해 보인다. 언론개혁의 복안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저는, 우리나라가 개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시작한다. "내부개혁 잘 안될 때는 어느 정도 세계와의 개방 통해 세계의 정보들이 우리 국내에서 소개되면 우리가 얼마나 고립돼 있는지 알게 되고, 고립에서 벗어나는 순간 갑자기 소수만을 대변하지 정론을 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온 국민에게 나타난다고 본다"고 덧붙인다.

알 듯 말 듯 하다. 한국사회를 '개방'하자는 것인지, 미디어 시장을 개방하자는 건지, 아니면 둘 다를 하자는 건지. 다음 말도 그렇다. "언론개혁은 좀더 지혜롭게 해야 하고, 외부와의 개방을 통해서 세계적인 동향·추세 속에서 일부 언론이 끝까지 보호하려는 일부 기업들이 얼마나 부패했는지, 우리나라 전체 위기로 간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 말인가? 쇠고기 수입의 문을 더욱 활짝 열어야 하듯이, 시청각 미디어 시장도 가릴 것 없이 '세계와의 개방'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인가? '고립'에서 '개방'으로 가는 것이 언론의 위기에 대한 문 후보의 이른바 정교한 해법인가? 시장을 개방하면 언론의 위기가 극복된다는 말인가? 시장을 개방하면 기업부패에 침묵해 오던 이 땅의 수구신문, 보수방송이 '갑자기' 선한 매체, 착한 언론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건가?

이런 뚱딴지같은 진단이, 그렇게 어설픈 분석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정권과의 유착, 자본에의 의존에 의한 언론구속·여론차단이 현 위기상황의 본질이다. 자본권력, 국가권력, 그리고 이들에 편승한 매체권력이 위기의 원인이며, 위기 해결은 그 삼각권력동맹체제의 해체에 있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된다. 그렇게 하는 게 부패한 권력에 의해 치명적으로 손상된 언론을 해방하고, 여론을 구제하는 데 유일 해법이라는 상식이 생겨난다.

원인을 명확히 짚고,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놔라
▲ 지난 3월 열린 언론노조의 한미 FTA 반대 집회 ⓒ프레시안

문 후보가 진정 부패한 권력에 맞서고자 한다면, 언론자유/자유언론을 권력의 부패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후보자가 되고자 한다면, 바로 이 실체적 진실과 대면해야 했다. 원인을 명확하게 짚고, 그래서 대안을 제대로 내 놔야 했다. 자본의 문제, (자기)검열의 문제, 국가선전의 문제, 여론통제의 문제를 짚지 않는 이야기는 헛소리다. 본질을 비켜가는 말장난이고 쇼이며 궤변이다. 준비되지 않은 후보자의 무지·무능·무관심의 표식일 뿐이다.

언론의 문제, 매체의 문제를 권력 및 민주주의와 결부시키지 않는 문 후보의 추상적이고 공허한 수사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한겨레>와 같은 비판적 매체는 광고로 손봐주라는 회장이 건재하고, 양심 선언하는 변호사에게 '언론은 우리 손안에 있으니 포기하라'는 재벌이 준동하는 데, 그런 현실로부터 눈 돌리는 매체와 그런 현실에 기겁한 시민이 상존하는 데, 문 후보는 어찌 이런 것들을 빼고 '언론개혁'을 논하는가?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결정적 징후로서 언론자유/자유언론 통제의 문제를 열심히 공부하시라. 부패와의 한판 승부가 플라이급 싸구려 정치 프로모션이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인정하는 헤비급 챔피언과 붙어 싸워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자유를 짓누른 오만한 재벌·자본의 프로모터들을 오싹하게 만들 비장의 승부수를 날려야 한다. 그럴 정도로 단련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 결정적 막 판이 선수 같지도 않은 후보를 환영해 줄 리 없다. 열광하는 관중, 성원하는 팬들이 따를 리 만무하다.

코치, 감독들과 제대로 작전을 짜고 나와야 한다. 그래야 흥행이 가능하다. 문 후보가 준비된 선수로서, 언론과 매체의 문제에 관해 진화된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언론자유를 멸시하고 자유언론을 능멸하는 정치·자본·매체에게 결정적 펀치를 날릴 수 있는 강한 선수로 데뷔하라. 언론개혁, 미디어진보의 한 칼 있는 선수로 등장할 지, 아니면 그럴듯한 말 속에 시장개방의 신자유주의 비약을 흘린 후보로 퇴장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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