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의 늪에서 당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랐던 당원들의 열망으로 지난 중앙위원회는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당의 위기를 진단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으나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심폐소생술이라도 하여서 숨이 넘어가는 당을 살려놓고 보아야 한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목숨을 건졌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궤양도 치료하고 관절염도 고치고, 중병이 치료되고 나면 처진 살들에 근육도 키워서 당을 싱싱하고 생기발랄하게 만드는 일도 해야 한다. 응급처치는 중앙위원회에서 했지만 본 수술의 집도는 심상정 비대위원장이 책임을 맡았다. 그가 이 막중한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협력하는 일이야 말로 모든 당원들의 또 다른 임무일 것이다.
신당파의 임시당대회 요구는 당 해산대회를 요구하는 것
그런데 수술대에서 메스조차 들기도 전에 비대위를 향한 당원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을 살리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하는 비대위원장에게 그분들은 이렇게 벼르고 있다. "지금 이 당은 수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소생시켜봐야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려운 일에 왜 손을 대려하는가?"
그렇다. 비대위 출범 3일만에 "더 이상 논쟁도, 토론도, 변명도 필요없다. 당장 실패한 노선과 조직을 버려야 한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자. 결연히 과거의 시체놀음을 집어치우고 새로운 생명의 길, 새로운 진보정당의 길로 나아가자"며 민주노동당 해산을 이야기한다.
이분들은 민주노동당에게 이미 사망선고를 내렸다. 소생을 선언해야 할 임시당 대회를 당 해산대회로 열라고 한다. 더구나 이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회'에 서명한 분들의 면면을 보면 가슴이 터질 지경이다. 수많은 당원들을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의 간부들도 꽤 있다.
신당파의 토론자세는 이견을 달지 말라는 것
심상정 비대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리고 당원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수차례 당내 발생한 여러 논쟁지점에 대해 성역없이 평가하고 토론하고, 그 결론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취하겠다고 하였다. 나 역시 지난 12월 29일 대선직후 중앙위원회에서 당 혁신 방안과 관련한 다양한 견해에 대해 책임있는 토론의 자세를 갖추겠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토론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자세를 필수 조건으로 한다. 물론 당 안에 상대적 소수였던 그분들의 입장에 서 보면 아직 화가 풀리지 않고 극도의 불신을 갖고 있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불신과 화를 풀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신뢰감을 형성하는 첫 번째 관문을 중앙위원회가 열었다. 전략공천권을 포함한 전권을 비대위원장에게 위임한 것은 당내 상대적 다수파가 지난 4년간의 과정을 겸허히 반성한 가운데, 어떤 기득권에도 연연하지 않고 당을 살리는 길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해산, 신당창당'을 주장하며 계속 분당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고 있는 분들은 이미 모든 평가와 토론의 결론을 내린 채 이를 강요하고 있다. 종북주의, 패권주의 청산이라는 이 분들의 의견에 대해 이견을 달거나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하면, '더 이상 당은 존재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분당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평가와 대안, 혁신을 마련하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를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해산해야 할 조직은 '진보신당 추진위원회'
심상정 비대위원장이 말했다. 대선 이후 탈당은 무효다. 그렇다. 대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고 이 당은 희망이 없다고 여겼던 분들에게 심상정 비대위원장은 그 희망을 다시 살리겠으니 이제 당으로 돌아와 함께 하자고 호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비대위원장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진보신당 추진위'는 당을 구하고자 하는 당원들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고 더 이상 그 존재의 의미가 없으니 해산을 하라고 해야 한다. 당의 분열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수많은 당원들의 걱정을 지워주어야 한다. 우려와 질책의 눈길 속에서도 무거운 짐을 마다않고 지역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총선출마자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당분열의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 당원과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상식적인 당 운영을 하겠다던 약속이 분당을 지렛대로 혁신의 과제를 단정짓는 분들로 인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분당과 혁신은 공존할 수없는 단어가 아닌가.
분당을 주장하는 분들도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시길 바란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 절대 지금의 민주노동당은 아니라고 한다면 새로운 노선과 길을 당 밖에서 추진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당 안에서 자신의 소신대로 당을 혁신하기 위해서라면 당을 해산하라는 말은 철회하여야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하시길 바란다.
소위 종북문제에 대하여
나는 지난 4년간 당의 대북 정책에 대해 발생한 이견은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기 최고위원 시절에 진행했던 당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하나하나 평가해보고 있다. 사실에 근거하여 평가해보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과도한 해석과 언사가 오간적도 있었지만 당의 정책은 토론과정에서 발생한 개인의견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당이 공적으로 결정했고 당원들과 국민 앞에 발표하고 추진한 것으로 되어야 한다. 토론과정의 자질 문제는 사람에 대한 평가로 될 일이다. 물론 정책은 이념과 노선에 입각해서 추진되는 것이긴 하나 종북을 이념으로 한다는 정치세력은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비대위에 평가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다룬다고 하니 성실히 함께 토론해볼 문제이다.
끝으로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분당을 이야기 하는 분들도 한때는 민주노동당 창당에 앞장섰고 누구보다 당을 사랑하셨던 이들이다. 정파를 뛰어넘어 중앙위에서 이루고자 했던 대다수 당원들의 열망에 정치도의를 다해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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