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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수입, 식탁에 수류탄놓고 밥먹으라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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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쇠고기수입, 식탁에 수류탄놓고 밥먹으라는 꼴"

[뉴스메이커] 환경영화제 최열 집행위원장 인터뷰

최열 위원장을 서울 인사동의 한 한정식 집에서 만났다. 공식적으로는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그러나 내심, 이번 인터뷰에서는 환경영화제 얘기가 별로 나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를 놓고 연일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때 아닌가.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때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국내 환경운동의 대부로 환경운동연합의 상임고문이자 환경재단 이사장인 그는 작심한 듯 요즘의 사회정치 상황에 대해 토로해 내기 시작했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한 환경 다큐 <11번째 시간>이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유명인사들이 환경관련 다큐에 많이들 간여했으면 좋겠더라. "맞다. 그 다큐 정말 좋다.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과 비교해 봐도 또 다른 면에서 중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말이 옳다. 국내에는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셀레브리티가 많지가 않다. 장미희 씨가 93년부터 죽 관심을 가져 오고 있기는 하다. 유인촌, 최민식, 김혜수 등을 설득해 환경재단에 참여시키긴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 역시 '지속성'이 받쳐줘야 한다. 그게 잘 안된다. 어쨌든 올해 환경영화제 때 일본 축구선수로 환경문제에 관심높은 나카다를 공식 초청했다. 아쉽게도 홍명보 선수와는 일정이 서로 어긋난다."
환경영화제 최열 집행위원장 ⓒ프레시안무비
- 영화제 예산은 좀 늘었나? (서울환경영화제의 연간 평균 예산은 7억원 수준. 서울시가 메인 스폰서이긴 하지만 지원금은 불과 2억5천만 정도였다. 나머지는 집행위원회 사무국에서 말 그대로 '발로 뛰어' 마련한다. 서울환경영화제가 총 37개국 160여편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중급 영화제임에도 거기에 준하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늘 결핍감을 느끼고 있는 건 그때문이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시대적 화두인 환경을 테마로 한 영화제인 만큼 영화상영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가 곁들여진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환경운동가를 초청, 심포지엄과 세미나 등을 열고 있어 좀더 '넉넉한' 비용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시 지원비가 워낙 적은 상태에서 협찬금을 늘려나가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서울시 외에도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문화관광부로부터는 아직 자격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영화제로 분류된다. 문화관광부는 그동안 환경에 대한 행사니까 환경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라고 하고 환경부는 환경부대로 어차피 영화제니까 문화관광부에서 지원을 받으라고 서로 떠넘기는 형국까지 벌어져 왔다.) "서울시 예산은 작년과 별 다를 바 없다. 다만 올해 내 순회상영 등을 대폭 늘리며 예산을 좀더 확보할 예정이다. 문광부 역시 기후변화와 관련해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좋아질 것이다." - 환경영화제는 다루는 주제가 아무래도 '래디컬'한 내용의 작품일 경우가 많다. 정권이 바뀌었다. 갈등은 없나? "환경문제는 크게 보면 탈정치적인 것이다. 정치적 이념 부분은 되도록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정치적 이슈를 자꾸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정치권과 결국 대립하는 게 영화제에 도움이 될까? 예술적으로 세게 나가는 것과 비예술적 분야에서 세게 나가는 건 다르다. 전자는 결국 '창작'의 문제이며 창작 분야에는 관용이 필요하다. 다만 영화제에는 센 것도 필요하지만 무조건 세기만 해선 안 된다. 부드러운 영화도, 재미있는 영화도 필요하다. 결국 균형이 중요하다." - (그래도 그렇게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광우병과 관련된 다큐가 있을 법해서 하는 얘기다. "후우. 광우병. 이번 환경영화제에서 광우병을 직접 다루는 작품은 없다. 대신 공장형 축산업과 관련된 작품 2편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우유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유에 문제가 있으니 우유를 먹으면 안된다' 식의 내용은 아니다. 그게 그런 거다. 예를 들어 우유에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콜라와 비교하면 아직도 먹거리로 유용하다는 식이 돼야 올바른 다큐라고 본다. 무조건 우유에 문제있다며 고발식으로 나가면 먹을 게 없어진다. 고기와 관련해서도 고기를 먹지 말자가 아니라 고기소비를 줄이자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 그런 거 생각해 본 적이 있나? 1kg의 고기를 얻기 위해 7kg의 식물성 사료가 필요하다는 것 말이다. 여기에 농약, 비료, 에너지 등등 요구되는 건 더 많다. 결국 1Kg의 고기를 얻기 위해 너무나 많은 지구 자원을 소모시켜야 하는 것이다. 어때? 고기먹는 걸 좀 줄여야겠지?" . 권력은 주부의 악몽까지 책임질 줄 알아야
환경영화제 최열 집행위원장 ⓒ프레시안무비
-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정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떠한 정책을 시행하려 할 때 국민의 심리적 부분까지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미국 쇠고기 문제를 놓고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마치 수류탄을 두 개 놓은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 느끼게 되는 불안감과 같은 것이다. 수류탄은 안전핀을 빼지 않는 한 터지지 않는다. 그러나 안전핀 뽑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고 밥을 먹으라는 얘기는 말이 안되는 것이다. 그 누가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식품은 전자제품과 다르다. 백만 개의 전자제품 중에서 불량품이 3개가 나왔다면 3개만 폐기하면 된다.하지만 백만 개의 통조림 중 3개의 통조림에서 치명적 독이 발견됐다면 그 통조림은 전량을 폐기해야 한다. 그게 옳다. 주부가 아들에게 쇠고기를 먹여놓고 밤에 악몽을 꾼다면, 그 악몽까지도 실은 정부의 책임인 것이다.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그 점이다." - 맞다.정확한 말씀이다. "철학적 바탕이 없는 실용은 실용이 아니다. 예전에 감옥에 갔을 때 가장 인상깊게 읽어 이후 영향을 단단히 받은 글귀가 바로 노자, 장자의 "생명을 중시하면 이익을 가볍게 여기느니라"란 말인데, 이것은 바꿔 말하면 이익을 중시하면 생명을 가벼이 여기게 된다는 말이 된다. 지금은 이익을 중시하는 정부,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정부다. 난 그게 우려스럽다." - 환경영화제가 5회째를 맞았다.어떻게 영화제를 할 생각을 했나? "환경재단 설립 당시 가장 중요한 건 문화라 생각했고 그래서 당연히 영화제를 하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런데 난 처음엔 영화제를 하는데 프로그래머니 여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그냥 다른 나라 환경단체들이 영상 자료를 보내주고 그럼 그걸 틀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정도였다.참 말도 안되는 얘기였지. 그러다 부천국제영화제 김홍준 당시 위원장을 만났더니 절대 하지 말라고 하더라.해도 안된다고. 그런데 난 일을 저지르는 스타일이다. 무조건 저질렀는데 여기까지 왔다. 돌이켜 보면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나와 오세훈 시장, 강지원 검사, 박원순 변호사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 영화까지 만들었으니까.(웃음) 그게 뭐였더라.(*이영재 감독의 <뫼비우스의 띠 - 마음의 속도>, 1회 환경영화제 개막작 중 한 편 - 편집자) 그런데 이 영화제라는 거 알면 알 수록 모르겠더라. 3회째부터는 전문가들에게 일임하고 있는 편이다. 다만 내가 많이 신경쓰는 일은 명망가급 사회인사들을 영화제에 데려오는 일이다.처음엔 영화계에서 신경을 많이 썼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 영화인 모임도 결성했는데 지금 좀 지지부진다. 올해 행사를 하고나면 재정비를 할 예정, 영화, 문화예술계의 환경모임도 다시 결성할 계획이고.
환경영화제 최열 집행위원장 ⓒ프레시안무비
- 영화제 작품들은 챙겨보는 편인가? "1회 때는 상영작들을 많이 봤으나 지금은 어렵더라. 그래서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15편 가량을 보기 위해 일부러 스케줄을 비워놨다. 환경영화라고 해서 졸립고 지루하고 계몽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 좀더 쉽고 재밌는 영화들이 되어야 한다. 재작년 상영작인 <사선에서>나 작년 상영작인 <탐보그란데 - 망고냐 황금이냐> 처럼. 올해도 그런 영화들이 많다고 들었다.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다." - 국내 환경운동의 대부로 불린다. 환경운동가가 된지는? "33년째다. 박정희 덕에 환경운동가가 됐다. 감옥에서 책읽고 공부한 게 계기가 됐다." . 원칙은소나무처럼 적용은 버드나무처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우,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과 두루 잘지내는 걸로 유명하다. "박근혜 대표가 몇 년 전 내가 하는 방송을 잘 듣고 있다며 반가워 하더라. 그런 사람에게 굳이 아버지 얘기를 언급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 오세훈 씨가 서울시장이 됐을 때 직무인수위원장을 한 것을 두고도 한때 말들이 많았는데 난 생각이 그렇다. 원칙은 소나무처럼, 적용은 버드나무처럼.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종종 거꾸로 간다. 원칙은 버드나무처럼 적용은 소나무처럼. 에이 참. 그게 문제다." - 환경운동은 결국 정당 조직화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독일의 녹색당이 그랬듯이. "맞다. 결국 그렇게 갈 것이다. 다만 확고한 지역기반 없이 중앙으로 가면 절대 안 된다. 결국 녹색당을 만들게 되면 지지할 사람들은 젊고 고학력에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중산층이다. 피해지역 사람들이 아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환경운동은 꾸준히 15~20%의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의 민노당 지지율보다도 높다. 어느 지점에선가 정당으로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직접 정치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 - 정치권으로부터의 러브 콜은 많았을 것이다. "맞다.한 8번 받았다. 근데 다 거절했다.난 그냥 환경운동이 좋다.그게 내 옷이다."
환경영화제 최열 집행위원장 ⓒ프레시안무비
- 이른바 보수 정치권과도 잘지내시는 것 같다. 그게 가능한가? "그게 환경운동의 매력이기도 하다. 환경 분야가 탄력적일 수 있는 건, 다른 분야는 그게 힘들지만, 보수적인 인사들도 환경문제에 대해선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내 별명이 뭔지 아나? '운동권 정주영'이다.(웃음) 정주영 회장과의 에피소드가 있다. 환경사진전할 때 서산을 매립해서 나타난 환경오염 사진이 있었다. 정주영 회장이 그 사진을 보고 마치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듯 놀라더라. 나중에 그게 서산 매립지라는 것을 알고 더 놀라고. 어느 사람이 이념적으로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 - 강부자 내각, 고소영 청와대 등 말이 많았다. 평생 환경운동을 한 사람의 재산상황은 어떤가? "33년간 환경운동하면서 모은 재산은 집 한 채다. 42평짜리 아파트. 세식구라서 사는 데 별 지장이 없다. 지금까지 5천 번 이상 강연을 다녔고 책도 백만부 가량 팔렸다. 나는 돈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다. 그래서 별로 아쉬운 것도 없다. 운동하는 사람에게도 중요한 것은 '문화'다. 1995년엔가 골드먼환경상 수상금으로 75,000불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걸 그대로 가져오려면 세금을 40%나 뗀다. 그래서 그걸 그린피스에 기부했고 이것을 환경연합에서 다시 받았다. 지금껏 그런 식으로 일을 해왔다.우리는 다른 분야와 달리 모든 걸 제로에서 시작한다. 스스로가 자산이기 때문이다. " . 광우병 논란의 핵심은 국민불안 - 환경운동가, 사회운동가가 지켜야 할 것은? 첫째로 무조건 사실, 팩트에 입각한 관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해야 한다. 나는 '엄청나게'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싫어한다. 광우병에 대한 팩트는 '걸릴 확률'이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감'이다. 사실이 무엇인가에서 관점이 나온다. 둘째 생명이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 다양성, 공존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 폐기물의 경우 이는 수만년 이상 다음 세대에 넘기는 것이다. 이것은 반토막 과학밖에 안 된다. 셋째 문화의식이다. 사회운동이라는 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대신 양화가 악화를 몰아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문화다. 21세기 현재는 환경과 문화의 시대다. - 환경다큐 한편 만드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할거다. 현재 한국환경운동사 기록을 하고 있고 1권은 93년까지 2권은 2001년까지를 다룰 계획인데 <모래시계>보다 더 재미있게 만들 거다. 주변 사람들에게 처음엔 TV다큐용으로 제작한 뒤 극장영화로 다시 만들자고 제안했다. 환경과 영화를 다 잘 아는 사람이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더라. 환경을 잘 알면 영화를 모르고 영화를 잘 알면 환경문제를 모르고. 후자보다는 전자, 그러니까 환경 문제를 잘 아는 사람이 영화를 만드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내가 나서기로 했다. 기대해도 좋다.(웃음)"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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