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다. 밀 가격이 하루 사이에 22%나 올랐고, 쌀 가격은 5개월 새 3배가 뛰었다. 세네갈, 기니, 아이티에서는 식량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세계 1위 쌀 생산국인 중국은 곡물 수출 제한에 나섰다. 이 같은 곡물 가격 상승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으로 수확량이 감소한데다가 옥수수, 사탕수수를 원료로 생산하는 바이오연료 소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이변이 전 지구적인 현상이라면 바이오연료 확산의 진원지는 미국의 수송 연료 정책 전환에 있다. 2007년 부시 미국 대통령은 휘발유를 대체하는 바이오에탄올 소비량을 2017년까지 1320억 리터(ℓ)로 지금의 6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옥수수 1톤(t)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의 양은 420ℓ다. 바이오에탄올 1320억ℓ를 생산하려면 무려 3억1400만 톤의 옥수수가 필요하다. 결국 2017년 미국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07년 미국의 한 해 옥수수 생산량인 3억5000만 톤을 고스란히 자동차 연료로 사용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미국이 생산한 옥수수가 세계 식량 수급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어느 정도일까? 2007년 통계로 미국은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43.3%를 생산한다. 세계 옥수수 수출 시장에서 미국산 옥수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66.3%이다. 미국이 옥수수를 바이오에탄올 연료 생산에 사용할수록 국제 옥수수 시장에 공급되는 량은 줄어든다. 미국은 현재 옥수수 생산량의 24.7%를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미국 옥수수생산자협회의 연례보고서는 식량으로서의 옥수수보다 연료로서의 옥수수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미국발 바이오연료 붐에 멕시코와 브라질의 곡창 지대는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위한 사탕수수밭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 바이오에탄올을 수출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멕시코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바이오에탄올 사업에 뛰어들 정도이다. 환경정책연구소 소장 레스터 브라운은 4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한 대를 가득 채울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해 옥수수 약 200㎏이 필요한데 이는 한 사람을 1년 동안 먹여 살릴 양식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아시아개발은행은 식량 가격 급등으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인 10억 명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식량 가격 폭등에 대한 비상대책단을 꾸리면서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모든 형태의 보조금은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곡물가 상승과 바이오연료붐으로 초대형 곡물기업 카길, ADM, 몬샌토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몬샌토는 바이오에탄올 생산량 증가를 위한 유전자 조작 옥수수 씨앗을 대량 판매하고, ADM은 바이오에탄올 생산 공정에 투자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연료붐은 엉뚱하게도 우리나라가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수입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4번째로 옥수수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다. 옥수수 수입의 대부분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내 전분 생산업체들이 옥수수 물량 품귀와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전분 생산에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지난 5월 1일 미국산 유전자 조작 옥수수 5만7000여 톤을 실은 선박이 울산항에 입항했다.
그동안 GMO 농산물 수입 반대를 외쳐온 환경단체와 생활협동조합에서는 지금 이 상황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미국 내 바이오에탄올 촉진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 선택권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제는 한 번 유전자 조작 옥수수로 전분을 만들기 시작하면 식량 상황이 나아진다 해도 다시 유전자 조작이 아닌 옥수수로 돌아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지금 식량과 에너지 문제가 한데 얽힌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바이오연료 확대와 곡물 가격 급등, 한국의 유전자 조작 옥수수 수입이라는 현상 속에서 우리는 다시 에너지와 식량 주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인구 1000명당 800대이다. 미국뿐 아니라 지구 전체가 자동차 중독에 걸린 사회를 치료하지 않고, 연료만 전환하려 한다면 지금과 같은 자동차 연료와 식량의 대결 구도를 피할 길이 없다.
한편으로 쌀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이 5%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농업 정책의 판을 새로이 짜야 한다. 앞으로 점점 더 식량에 대한 접근권과 선택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식량과 에너지 자급률 향상에 대한 긴급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 식량과 에너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 심상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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