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사태를 보면 내가 도대체 어디에 사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최근에 본 몇 가지 뉴스만 언급해보자.
한승수 국무총리 지시로 총리실은 미국산 쇠고기가 판매되자마자 곧바로 12㎏의 쇠고기를 구입했다. 한 총리는 나랏돈으로 '한국산'이 아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 가족, 직원과 시식하는 행사를 했다고 한다. 한 총리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는데 맛있었고 괜찮았다"며 미국산 쇠고기 홍보를 자처했다.
아무리 사정이 급했다지만 한국의 총리가 미국산 쇠고기를 앞장서 홍보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더구나 지금 유통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이미 2007년에 수입된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이다.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또는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이 아닌데 "먹어도 괜찮았다"니, 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검찰은 '미국' 쇠고기의 위험을 지적한 죄를 따지기 위해 <PD수첩>을 수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수사를 의뢰한 당사자는 바로 '미국'이 아닌 '한국'의 농림수산식품부라고 한다. 도대체 한국 검찰, 한국 농림부는 어디로 갔는가? 여기는 미국인가? 한국인가?
평생 소를 키우는 일에 종사한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일이 이뿐만이 아니다. 광우병처럼 소와 사람에게 동시에 전염되는 '브루셀라 병'이 있다. 농림부는 한국의 모든 소를 전수 검사해서 이 브루셀라 병 감염이 발견되면 국가가 가격의 일부(80%)를 보상하고 도살 처분해 식용을 금한다.
이 병은 광우병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소가 미쳐서 죽지도 않고, 설사 사람에게 감염된다고 해도 죽지 않는다. 이 병에 소가 감염되면 유산을 일으키며, 사람은 감기 증상을 앓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완치된다. 전라남도에 2007년 말 현재 공식 확인된 6명의 환자가 있었고, 이들은 통원 치료를 통해 모두 완쾌된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구나 브루셀라 균은 살코기, 우유에 있는 균도 80도 이상이면 죽는다. 광우병 병원체가 고온고압에도 살아남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 데도 농림부는 도축장에 가는 모든 소에 '브루셀라 병 카드'를 지침하게 해, 이 증명서 없이는 도축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는 도축 소의 0.01%만 광우병 검사를 하는 데도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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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3일, 전라남도 의회 의원 전원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상경 투쟁을 단행했다.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 회견 중 삭발을 하고 있는 강우석 의원. ⓒ프레시안 |
만약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서 국내에 만에 하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선 그 죽을 수밖에 없는 환자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가족의 고통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국민이 겪을 고통과 충격도 클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쇠고기 소비가 급감해 한우 농가와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인간광우병의 원인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국제적으로 한국의 신인도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에 책임을 추궁할 수도 없다. 미국 정부는 한우 탓을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자, 이명박 정부 아직 늦지 않았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2일 조언한 것처럼 당장 미국에 수입 쇠고기의 광우병 전수 검사를 요구하라. 브루셀라 병을 차단하고자 농림부가 대응해온 방식을 염두에 두면 이런 요구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만약 이런 요구를 부정한다면, 국민은 한국 농림부의 '국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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