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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돈 쓰는 주제에? 이러니 노벨상이 없지!"

[기고] 지식과 권력의 바람직한 관계는?

지난 5월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정부 출연 연구 기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의 양심선언이 큰 화제가 되었다. 김 박사는 당시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으며, 그에 부합하는 결론을 요구했다", "정부의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한반도 대운하" 등을 고백했다.

이런 김이태 박사의 고백을 보면서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의 많은 연구자는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김 박사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정부 출연 연구 기관 연구자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의 자율성,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개편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최근 국무총리실에서 내놓은 정부 출연 연구 기관 개편안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연재를 마련한다. <편집자>

① "이제 MB氏 생각대로 다 하려고?"

이명박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구조 개편 방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구조 개편 방안은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이른바 '국가전략연구원'을 설치하고, 나머지 경제·인문사회계 국책 연구기관은 통·폐합하여 해당 정부 부처로 돌려보내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해체한다는 것이다.

요원한 국책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

그동안 국책 연구기관은 법률에 규정된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1970년대 초부터 설립되기 시작한 경제·인문사회계 국책 연구기관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 개발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 편 국책 연구기관들은 정부의 지배와 간섭에 노출돼 왔다.

국책 연구기관이 '정부의 정책 기조, 방향, 선택의 합리화 도구' 또 '지식 시녀'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이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협력 연구를 강화하며 정부 부처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현재의 연구회 체제가 상기 법률에 따라 1999년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국책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형식적 수준에 머물렀다. 예컨대, 정권 변화에 따라 동일 사안에 정반대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국책 연구기관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연구자가 자신의 전문성에 따른 정책 의견이 정부의 공식적 입장과 달라서, 이 의견을 정상 보고서를 통해서 발표하지 못하고 '양심선언' 형태로 알릴 수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도 바뀌지 않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은 정부 부처의 입장을 대변하는 연구, 정부 부처가 필요로 하는 단기 현안 과제 연구 수행에 상당한 연구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연구회 출범 이후 국책 연구기관의 독립성이 '너무' 커져 정부 정책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근거도 불분명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앞에서 이야기한 구조 개편 방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책 연구기관의 발전적 진화 과정의 산물인 연구회 체제는 채 10년도 못돼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공공 기관장 강제 사퇴와 코드 인사, 언론 장악 등의 사회정치적 상황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즉 국민의 말과 생각을 정부와 집권 정치 세력의 뜻대로 바꾸어보겠다는 의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조합이 면담했던 국정운영실장의 발언("국책 연구기관은 정부 부처의 일부이니, 정부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 국정 감사장에서 드러난 여당 국회의원의 망언에 가까운 실언("정부의 돈으로 운영되는데 무슨 연구의 독립성이냐?")은 정부의 구조 개편 방안이 국책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치적 지배 개입 강화는 국책 연구기관과 소속 전문가들을 정권의 이익에 충실히 복무하는 '지식 시녀'로 만들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것은 정권 변화에 관계없이 사회 주요 영역에서 국가의 중장기적 정책 과제들을 발굴하고 연구하여 정책 대안을 만들어내는 공공 부문의 핵심 연구 역량을 부실화하고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잘못된 구조 개편 방안을 즉각 폐기하여야 한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한 정책 기여 강화를 추구해야

국책 연구기관의 구조 개편 방향은 국책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정책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첫째, 절차적 측면에서 보면, 정부는 일방적 구조 개편 추진을 중단하고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노동조합은 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책 연구기관, 노동조합, 학계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가칭)경제·인문사회계 정부 출연 연구기관 발전 기획단'을 만들어 충분한 연구, 토론,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을 제안한다.

둘째, 연구회 체제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회 체제의 설립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연구회 체제를 바로잡고 강화해야 한다. 우선, 연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연구회 이사회를 개편해야 한다. 현재는 연구회의 이사 가운데 정부 부처의 차관들이 당연직 이사로 절반을 차지하고, 이사장은 비상근으로서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사장을 학계의 권위자로 선임하여 상근직화하고, 이사 가운데 정부측 당연직 이사의 비중을 대폭 감축하며(예 : 4분의 1), 국책 연구기관 연구 활동의 폭넓은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 이사로 학계 외에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의 대표를 포함시켜야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책 쟁점들을 연구회 차원에서 연구 의제화 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개별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 의제 형성·선정 과정에서도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와 시각이 반영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연구자문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것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연구기관으로서 국책 연구기관의 사회적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현재의 사무국 중심의 행정 기능 위주의 조직에서 연구 기획과 조정ㆍ평가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현재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연구의 기획·조정·평가에 관련된 기구들이 모두 비상임 위원들로 구성돼 현장성과 책임성이 떨어지는 사무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회 차원의 중장기 국정 과제의 기획과 전략적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를 전담할 조직(예컨대, '협동연구관리센터')을 만들고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넷째, 정부의 연구 과제 위탁 방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즉, 개별 정부 부처의 긴급 현안 과제 중심의 단기 연구 과제 위탁에서 중장기 전략 연 구과제와 단기 연구 과제의 균형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중장기 전략 과제의 경우 정부 부처들 사이의 상호 이해와 협조, 조정을 통하여 정부 부처들이 연구회를 통하여 범연구회 차원의 공동 과제로 위탁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연구 영역과 분과 학문의 틀을 뛰어넘는 종합적인 학제적 연구와 정책 개발을 더욱 활성화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주요 정부 부처와 3개 연구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사이의 공동 협의체를 구성하여 중장기적 전략 연구 과제를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제도적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의 중장기적 국가적 과제들은 자연과학, 공학, 인문사회과학의 통합적 학제적 연구를 더욱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책 연구기관에 대한 안정적 출연금 지원 비율을 상향 조정하여 수탁 과제 위주의 기관 운영을 극복하고 독립적인 공익 연구와 국정 과제 연구 능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국책 연구기관장 선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기관장 선출 제도는 기관장 후보자들의 자질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 절차가 생략된 채 이사회에서 정부 관료들의 입김과 권력 기관의 영향력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선출된 기관장은 해당 기관의 설립 목적과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중시하기보다는 자신의 인사권자들의 눈치 보기에 경도되어 기관 운영을 왜곡시킬 수 있다. 이것은 국책연구기관의 자율적 독립적 정책 연구와 정책 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기관장 선출 제도를 개선하여 공모제를 확대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기관장 후보 추천위원회(관련 이사회 포함)에 노동조합이나 구성원 대표의 참여를 보장하고 기관장 후보들의 직원 공청회를 제도화하며 직원 공청회 평가 의견을 기관장 선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개선 방안은 국책 연구기관의 정책 연구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와 관점을 반영하여 더욱 풍부하고 창조적인 정책 대안 개발에 기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의 창출과 존중, 다양한 시각과 관점의 상호침투와 결합은 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정책 연구와 정책 개발의 토대이다. 현재와 같은 사회경제적 난국의 시기에는 이러한 열린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정부의 지배 개입과 간섭에 의하여 정책 연구의 학문적 수준과 정책적 기여도와 효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만일 그러했다면 우리나라에서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몇 명은 나왔어야 했다. 학문과 연구, 정책의 성숙은 그렇게 단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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