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둘러싼 최근 몇 달 동안의 행보를 보면 위기감이 앞선다. 임기가 남은 위원장의 해임, 출근 저지 등 사무처장을 둘러싼 소요, 노동조합의 잇단 성명서 발표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지원업무 전반의 파행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2기 위원회가 지난 9월에 출범했지만 위원들은 위원회의 운영과 관련, 그 어떤 새로운 정책이나 운용방안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현장과의 소통을 위한 공식적인 대화의 장도 없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산은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발표한 지원정책의 큰 틀, 즉 사후지원, 간접지원과는 다른 방향으로 편성되어 있다. 전용극장 등 공간지원 예산은 줄어들고 갑자기 젊은 예술인들에 대한 예산은 대폭 늘어났다. 국제교류 부문에서 "공동제작" 항목이 신설되었음에도 이 부문 예산은 제자리였다.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생각하고 있는 사후지원과 간접지원에 대한 해석은 서로 다른 것 같다. 찰떡궁합이어도 모자랄 판에 두 기관의 궁합은 전혀 맞지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좌충우돌이다.
| ▲ 한국예술문화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르코예술극장 전경 |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볼 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표류하고 있는 지원정책과 기존 시행하고 있는 사업의 부실운영, 일부 사무처 직원들의 매너리즘은 위험수위에 다다른 느낌이다.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지원사업의 심의결과는 해를 넘겨 지연 발표되었고 1기 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시행한 공연예술집중육성단체 사업은 아직 시행방침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20년이 훨씬 넘게 하고 있는 <문예연감> 발간 사업은 일부 장르의 경우 기초자료 수집에서조차 틀린 통계인 데다, 장르마다, 필자마다 분석의 틀이 달라 연감으로서의 제기능을 못한 채 버젓이 출간되었다. 무조건 발행만 하면 된다는 것인지 <문예연감>은 수년째 공통된 메뉴얼도 없이, 질에 대한 점검도 없이, 잘못된 그대로 관행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사업의 지역문화재단 이관, 위원들과 문화부의 갈등 때문인지 사무처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급기야 심각한 매너리즘으로 이어진 듯하다. 공연, 전시 현장에서 그들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2월 12일자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3대 위원장에 오광수 미술위원이 선임되었다. 표류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새 위원장의 임명을 계기로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오광수 위원장 체제의 2기 위원회는 향후 운영방향과 관련 현장 예술가들이 지적하는 다음의 몇 가지에 눈을 돌려야 한다.
첫째, 순도 높은 지원정책 운용이다. 1기 위원회에서 시행한 정책, 그리고 참여정부 시절 문화부가 발표한 "예술의 힘"에는 제안된 지원정책들이 적지 않다. 새로운 것을 시행하는 것 보다 기존 정책을 보완해 생산성을 높이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작업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업무의 특성상 외국에서는 국제교류 부문의 지원 사업은 최소 1년 전 혹은 2년 전에 시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1월에 시행되는 국제교류 사업의 지원여부가 2009년 1월에 발표된다. 지원신청 건수가 200건이 넘고 지원액이 수십 억에 달하는 사업을 심의한 심사위원들이 심의의견이라고 밝히는 페이퍼는 200자 원고지 1매 내외이다. 비효율적이고 무책임한 운영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둘째, 1회성,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시설 지원 등과 연계한 지원정책의 보완이 필요하 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극장, 대학로복합공연장, 예술인력개발원, 예술정보관, 인사미술공간, 미술회관 등 시설을 갖고 있다.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시설)과 연계한 지원을 통해 지원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신진 예술가 지원의 경우도 매년 새로운 사람에게 돈만 주고 그치는 1회성 지원이 아니라 성과가 뛰어난 아티스트에게는 후속 지원을 통해 계속적으로 "관리" 해주는 차별화된 지원 정책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무처의 조직과 인력을 쇄신하고 재편성, 전문성으로 무장된 효율적인 행정조직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지원정책에 대한 사명감과 전문성을 겸한 인력을 선별 주무부서에 배치하고 이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넷째, 공공 지원기관으로서의 "권위"를 회복하라. 외국의 경우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와 같은 공공지원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예술가와 단체는 그것 자체가 일종의 공신력을 인정받는 잣대가 된다. 그만큼 외국에서 Arts Conncil은 "권위"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매해 심사위원에 따라 천차만별의 단체들이 지원사업 선정대상에 오르내리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명확한 심사기준에 의한 엄정한 심사과정의 시행은 단지 돈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위원회가 발족한지 5년이 되어가지만 한번도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파행 운영에는 주무 부서인 문화관광체육부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올해 지역문화재단으로 이관한 위원회의 고유 사업 중에는 아직도 시행 원칙조자 정하지 못해 수십 개의 전문예술단체들이 계획된 국제교류 사업을 준비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유난히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예술단체의 장이 장르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제기된 편향된 지원단체 선정에 대한 우려는 2009년 지원대상 단체선정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등 일부 위원들에 대한 불신감 역시 적지 않게 팽배해 있다.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새 위원장의 선임을 계기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관광체육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내부로부터 변신, 효율적인 지원정책을 희망하는 문화예술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 필자인 장광열은 공연예술전문지 월간 <객석>의 편집부장, 문예진흥원 문화예술회관 기획위원, 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문화관광부정책평가위원, 한국춤정책연구소장, 한국춤평론가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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