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지원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 심의결과가 발표된 지금, 예술가들은 이들 지원기관의 행정미숙과 일부 직원들의 매너리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무용계는 심의위원 선임과 선정 결과, 지원금 배분 등에서의 극심한 편향성으로 인해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스럽다.
| ▲ 지원사업의 심의결과가 발표된 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 전경.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은 지원금 공고 및 심의, 그리고 최종 발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표자에서부터 담당자까지 공공기금의 운용과 집행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첫째, 신청에서 발표까지 공표된 일정을 준수하라.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2월 30일 발표하기로 했던 심의결과를 해를 넘겨 1월10일에야 발표했다. 서울문화재단은 3건의 지원 사업 결과를 모두 예정보다 늦게 발표했다. 공공기금을 집행하면서 약속된 일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예사 일이 아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시행한 무대제작지원사업의 경우 5~6명을 한자리에 모아 한꺼번에 인터뷰 심의를 하는 웃지 못 할 광경도 벌어졌다. 입사 면접시험도 아니고, 예술가와 예술 공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간절약을 위해 행해진,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심의과정에서 규정된 원칙을 지켜라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간지원 부문에 선정된 한 단체는 "연간 8개월 이상 운영하는 극장으로 해당 분야에 120일 이상 대관 혹은 자체 기획공연을 하여야 함"이란 심사규정을 위반한 단체들이 모두 지원단체로 선정되었다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무용전용 공간으로 지원받은 P극장은 1년 중 45일을, T극장은 25일만 무용공연에 사용했음에도 가장 많은 지원금(4천 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규정은 지원신청서 접수 때부터 사무처의 행정 담당자에 의해 점검이 되었어야 하고 심의 전 심의위원들에게 충분히 설명이 되었어야 했다. 2차 인터뷰심의까지 진행하면서 이런 규정들이 확인되지 않고 자격미달의 단체를 선정 발표했다는 것은 사무처 직원이나 심의위원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심의위원 선정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라
무용계에서 제기되는 편파적인 심의위원 선정 논란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12월말부터 2월초까지 발표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의 4개 지원 사업 심사에 중복으로 참여한 3명의 심의위원 모두가 특정 단체의 부이사장과 이사들이란 점, 서울문화재단에서 시행한 시민축제지원사업의 심사에 유독 무용 관계자만 배제된 점, 100건이 넘게 접수된 무용전담부문의 심사에 특정 공연장 관계자가 심의위원으로 선임된 점 등이 그것이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위해 선임된 7명의 심의위원 중 5명 이상이 문화예술위원회 모 소위원과 같은 단체에 소속한 이사이거나 직계 제자, 논문지도를 받고 있는 교수로 구성되어 있다는 지적은 친분관계에 의한 편중된 선임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전통무용 부문은 별도로 전통예술분야에서 따로 심의하는데도 불구하고 궁중무용을 전공한 교수를 무용창작 부문의 심의위원으로 선임한 것 역시 행정의 비전문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넷째, 비효율적인 운영은 과감하게 개선하라.
2009년 1월에 시행하는 국제교류 사업의에 대한 지원여부가 2009년 1월에 들어서야 이루어지고, 특화된 사업으로 매년 지원금을 받던 국제 축제가 갑자기 지원에서 탈락되어 이미 약속된 외국단체의 내한을 취소하는 등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하는 사례 역시 국제교류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지원사업의 운용 때문이다.
서울문화재단의 경우 100건 내외의 지원 서류를 검토한 심의 총평이 200자 원고지 2매의 분량도 되지 않고 1개 단체에 7천 만 원을 지원한 사업의 경우는 최종 선정에 관한 심사평은 아예 없고,1차 심사평은 원고지 1매 분량도 채 되지 않았다. 무사 안일한 예술행정과 심의위원에 의한 무책임한 심의 관행이 우리 예술계에 얼마나 만연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사례이다.
누구를 위한 문화정책인가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심의위원은 사무처에서 5배수를 추천했고 이를 토대로 위원들이 선정했다. 각 장르별 소위원회가 없어진 상황에서 위원들에 의한 선정은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해당 장르 1인 위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수십억의 공공 기금이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는 심의위원들끼리도 서로 견제가 필요하듯 지원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행정부처와 의결기관사이의 견제 기능 역시 중요하다.
공연예술집중육성단체에 선정된 전국의 34개 예술단체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역문화재단,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사이의 미숙한 행정 처리로 인해 계약된 극장대관과 해외 공연을 취소하는 등 무더기로 표류하고 있다. 이것이 간접지원, 집중지원, 사후지원을 표방한 현 정부 문화정책의 한 단면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