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의 주최로 3월 31일자로 해체된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희망음악회가 열렸다. 최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민주노동당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돼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공공노조 조합원 성향아 씨가 이 날 음악회에 참석하고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왔다. 국립오페라합창단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분야도 영역도 전혀 달랐던 이들이지만,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는 점에서 어느새 '동지'가 됐다. 일자리를 창출한다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단면을 고발하며 투쟁을 다짐하는 연대를 제안하는 성향아 씨의 글을 프레시안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1. '희망음악회'에서 울어버리다
지난 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립오페라단 합창단원들의 '희망음악회'가 열렸다.
34년간 해직상태인 전 동아일보 기자님은 "이제 막 해고 된 사람들이 (34년간 해직자인 나를 보고) 사기가 떨어질까 봐 참여를 망설였다"고 말씀하셨다. 34년간 계속 하셨다니 사실 놀랐다. 노종면 YTN 노조 위원장님과 함께 해고된 조합원들, 김윤주 전 청운초등학교 선생님과 해직교사들,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객석을 메웠다. 세화여중에서 해고되신 김영승 선생님은 부인과 두 자녀까지 일가족이 모두 함께 참석하였다. 또한 1년간 촛불을 지켜온 시민들의 참여가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지난 7년간의 공연영상을 보았다. 전문 오페라합창단으로 수십 편의 작품을 마스터했고, 최고의 실력과 팀웍을 인정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경력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이들의 연주를 들었다. 올해 초 공공노조의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목요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광화문거리에서 말이다. 이들의 화음이 산들바람이었다가, 파도가 되고, 폭풍우 몰아치듯 하다가, 가녀린 꽃잎으로 변하는 것이 놀라웠다. 추위와 거리의 차 소리가 모두 지워진 채, 잠시 다른 세계에 다녀온 기분을 느꼈다. 나는 해고된 후 매일 아침 출근투쟁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오페라 합창곡을 틀어놓았다. 지나가던 공단직원들이 "듣기에 괜찮다"고 말해주어 기분이 좋았다. 합창단을 해체하지 말고,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좋은 공연을 자주 들려주면, 힘든 처지의 사람들이 한결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복직투쟁과 함께 합창단해체 반대 운동에도 함께 하였다. 하지만, 문화관광부는 끝내 합창단을 해체하고, 단원들을 해고하였다.
인사말과 영상 상영이 끝나자, 드디어 합창단원들이 무대에 올랐다. 꽃을 단 하얀 드레스과 검정 턱시도를 차려입은 모습이 아름다웠다. 진지하고 정중한 합창단원들의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한겨울 추위도, 광화문거리의 자동차 소음도, 해고자의 시름도 지워버리고, 다른 세상으로 나를 이끌었던 그들의 목소리에 전처럼 빨려들어가지 못했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있는데, 마음이 불편하였다. 상임화 약속에 희망을 걸어 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많이 서럽고, 눈 앞이 캄캄할 텐데... 젋고 실력있는 성악가들이 왜 무대와 일터를 잃어야 하는가? 옆 좌석의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도, 나도 합창단의 '동백섬'을 들으며 끝내 울고 말았다.
2. 일하는 사람을 자르고, 저임금 비정규직만 늘린다
문화관광부는 '합창단이 규정에 없는 단체여서 해체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7년 동안 일해 온 사람들을 위해 규정을 만드는 것이 순리다. 사람이 규정보다 우선이다. 더욱이 운영책임자나, 감독할 의무가 있는 문광부가 잘못해 놓고, 충실히 따라온 단원들이 왜 희생되어야 하는가? 또한 문화관광부는 앞으로 오페라 공연 때마다 합창단을 민간에서 구해 쓰겠다고 한다. 국립오페라단 공연에 오페라합창단은 외주용역으로 채우겠다는 얘기다. 직접고용에 비하여 처우가 더욱 열악하고, 고용이 불안한 외주용역 확산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 ▲ 지난 4월 17일 보신각 앞에서 열린 '비정규투쟁공동 촛불문화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국립오페라합창단 노조원들.ⓒ프레시안 |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 더 연장할 필요에 대해 "해고보다는 비정규직이 낫다", 또 "4년 일하면 숙련도가 높아져 잘리지 않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하지만, 비정규직이라서 해고 1순위가 되고, 고용불안 때문에 온갖 차별을 감수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정부가 7년 숙련된 합창단원을 해고할 때, 13년 일한 명지대 행정조교가 잘릴 때,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어디서 뭐하고 있는가? 결국 '2년 쓰고 해고하는' 비정규직법도 양에 차지 않아, 이명박정부는 '4년 우려먹고 버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법 시행을 4년 유예하자고 말한다. 법개정이 아닌 부칙조항 수정으로 사회적 반발을 피해가려는 꼼수이며, 이명박의 남은 임기동안 '정규직 전환은 없다'고 못박는 것이다.
합창단 해체 및 단원해고에 대한 국내외의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문화관광부는 한 입으로 두 말하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14일, 1년짜리 합창단 인턴단원 모집공고에 대해 '국립오페라단 합창단원들을 위한 구제책이 아니다'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면서도 해고된 단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오디션을 보라고 하였다. 아니 수년간 국립무대를 누벼온 성악가들에게 인턴 오디션을 보라는 것인가? 1년짜리 인턴 창출을 위해서 7년 된 합창단원을 해고한 것인가? 예술을 모르는 나의 눈에는 땜방용 처방으로도 여겨지지 않는데, 만약 이게 준비된 정책이라면 '문화관광부가 미쳤다' 고 볼 수 밖에 없다.
| ▲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민주노동당 활동'을 이유로 부당해고된 성향아 씨는 복직 및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
최근 들어 공단은 29명의 정규직 정원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규직 신입채용은 자취를 감추었고, 행정인턴만 뽑아 쓰고 있다. 심지어 2년 된 비정규직을 내보낸 자리에 인턴을 앉혔다. 신규채용도 하지 않으면서 대졸초임을 삭감하더니, 결국 전체 직원들의 임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이명박의 '공공기관 선진화'이다. 되돌아보면 나에 대한 차별과 해고는 커다란 구조조정의 일부라는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3.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철회 투쟁에 더 많이 연대하자
'희망음악회'에 오신 해직교사 중 김윤주 선생님은 "해고는 늘 있어왔는데, 최근 전교조 교사들의 해직에 대해서는 특히 국민적 공감과 지지가 높다. 그 이유는 국가가 저지르는 (부당한) 폭력에 모두가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고 했다. 또한 앞서 말한 34년간 해직상태인 전 동아일보 기자님은 해고된 오페라단원의 복직을 바라시면서 "유인촌 장관 말 한마디면 바로 해결되는데, 유인촌 장관이 말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34년간의 해직경험에 비추어 보면 딱 하나다. 가능한 많은 곳에 연대하라. 노래를 들려주면, 다들 좋아할 것이다. 더불어 합창단의 요구도 말해라. 바로 얼마 안 있으면 5.1절이고, 서울에 10만 명이 모이는데, 그럴 때 꼭 참여해서 노래하라. 전국에 널리 알려지면 해결된다"고 확신에 찬 태도로 말씀하셨다.
이미 이 젊은 예술가들은 해고철회 투쟁을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해 나가고 있다. 오페라단원들이 참여하는 연대의 장마다 활력과 환호의 박수소리가 넘친다. 잘 훈련받은 노래솜씨도 멋지지만, 예의바르고 재치있는 주장들도 참 매력적이다. 이런 사람들을 해고한 유인촌을 문화관광부에 더 이상 두어서는 안 된다. 젊은 예술가들의 빼앗긴 일터와 무대를 되찾는 일에 더 많은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특히 투쟁기간의 생계유지를 위한 연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들이 무대와 일터를 되찾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승리가 될 것이다. 나 또한 도움이 되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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