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으로 부패와 불의에 맞서왔던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은 마지막 순간까지 거대한 바위에 가녀린 목숨을 던짐으로서 길고도 짧았던 고난의 역사에 무거운 마침표를 찍었다.
무자비한 정치보복과 인격살인…바보 노무현의 바보 같은 마지막 선택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직접적 사인은 정치보복을 목적으로 한 무리한 수사였다. 명백한 증거도 없이 단 한사람의 일방적 진술에만 근거하여 진행된 수사,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법상 피의사실공표금지를 철저히 위반한 무리한 수사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티끌만큼의 예우는커녕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하였다.
그로 인해 5000만 국민 앞에 철저히 발가벗겨져서 한마리의 원숭이처럼 구경당하며 채찍질당하였던 인간 노무현은, 이러한 공공연한 인격살인의 치욕과 수모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누가, 과연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인격살인을 자행하였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또 하나의 사인은 바보 노무현의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이 옳은 선택이라는 그의 올곧은 양심은, 자신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가족과 동지들이 고통받는다는 문제에 부딪혔다. 그는 자신이 무죄가 되든 유죄가 되든 그들의 고통과 불명예와 사법적 처벌의 결론을 다르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 엄연한 난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선택은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길 밖에 없었다.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권력사용을 극히 자제했었던 그는, 권력을 남용하는 자가 주도하는 이 더러운 게임의 과정과 결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결국 목숨을 내어놓음으로써 자신의 진정성과 애민심과 자기희생을 또 한번 실천으로서 증명해 보였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바보같은 선택이었다. 대한민국에는 이런 대통령도 있었다.
| ▲ ⓒ'사람사는세상' |
대통령 노무현의 십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사인은 어쩌면 그의 업보였다. 맹신적, 배타적 옹호자들은 최고결정권자의 판단력을 마취시켰고, 한미 FTA 등 친시장적인 정책은 그의 정치적 기반을 겉잡을 수 없이 무너뜨렸다. 그를 뽑았던 다수 민중과 진보적인 지식인들조차 그에게서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매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사실을 '기정사실화'하며 그에 대한 인격살인에 동조하였다. 형사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저널리즘의 명백한 책무인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사실공표금지, 사생활 보호권 등에 대하여 최소한의 방어보도조차 하지 않으며 그 책무를 내팽게친 것도 한미 FTA 등 친시장적 정책에 대한 실망과 환멸, 배타적 옹호자들에 대한 정서적 반감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중요정책의 오판과 지지세력의 붕괴는 당내 민주화를 주요 논제로 한 열린우리당 내부의 끊임없는 노선투쟁이 핵심 원인이었다. 그것은 현행 제도상 단기간 내에 실현 불가능한 것이 분명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주변에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목소리 큰 싸움꾼은 있으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공동의 목표를 실현해낼 수 있는 정치가는 없었다. 몇몇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은 대개 친시장적인 인물이었고, 나머지 양심있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소수의 몇몇과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소수 지지자들의 확신과 단결이 너무도 단단하였기에 그는 끝까지 일말의 의심도 없이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러한 무조건적 확신과 단결은 내외부의 건전한 비판과 쓴소리를 배격하기 일쑤였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그 힘, 그 자신감, 어쩌면 노무현은 그 힘에 되치기 당한 것인지 모른다. 그것이 결국 대통령 노무현의 업보이고 십자가였다.
| ▲ 2002년 대선 당시 지지자들에 둘러쌓인 노 전 대통령. ⓒ연합 |
"나를 버리세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버리라고 했다. 그가 국민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이다.
원칙과 상식을 부르짖었던 정의로운 한 정치가는 국민들 가슴 속에 잠자고 있던 열정을 일깨우고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이제 우리는 유능하고 정의로운 어느 한 인물에 대한 배타적, 맹신적 지지보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가진 정책집단의 힘을 키워주고 아껴주고 보듬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지금 여러가지 개인적, 사회적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분점되어 있는 복잡한 정치지형 속에 살고있다. 과거와는 달리 어떤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에 의해 주도될 수가 없고, 수구냉전적 이념투쟁이 무의미한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정당이나 인물을 고집하기 보다는, 명백하게 불의한 집단이 아니라면, 자신의 권리와 사회의 공공복리를 기준으로 포괄적인 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 ▲ ⓒ'사람사는세상' |
노무현 전대통령의 임기내 몇몇 정책을 중심으로 진보계내에서는 서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노무현 전대통령에게는 보수계의 비판보다 진보계의 비판이 더욱 가슴 아팠을 것이다. 누가 옳든 아니든, 이제 켜켜이 쌓인 그 불신과 반목의 상처를 치유해야만 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정책을 중심으로 큰 흐름에서 상호 수렴가능한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정치지형을 형성하여야 한다. 힘들 때 일수록,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일수록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노무현을 가슴 속에 안고 그를 뛰어넘어야 한다
힘 없고 정의로운 사람은 짓밟히고 죽는 나라
헌정민주주의가 시작한 이래로 우리는 수없이 많은 훌륭한 정치가과 의인들을 잃었다.
테러와 타살과 의문사 등 물리적 살인과 법과 제도를 빙자하여 재기불능으로 만드는 정치적 살인의 선례가 반복되어왔다. 민족분단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친일,친독재의 기회주의자들과 반민족행위자들 및 사익추구집단은 언제나 호의호식하였고, 힘없고 정의로우며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짓밟혀왔다. 어쩌면 그는 죽을 수 밖에 없는 길을 알면서 걸어갔는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도 결국 그 역사의 반복이지 결코 일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스스로 구시대의 마지막 열차가 되기를 원했다. 자신의 역사적 의미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자들은 수천억을 해먹고 수많은 사람을 살상하고도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희희낙락 천수를 누리고 있고, 누구는 티끌만한 흠도 부끄러워 면목이 없다며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였고, 결국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으로 구시대의 마지막 열차를 타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셨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살아 생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미움도 동시에 받았다. 이는 부도덕한 특권층의 농간도 있었고, 진보계내에서의 오해와 불신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것을 홀로 떠안으며 역사의 한가운데로 자신을 던졌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는, 자비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살아있는 권력이 이미 죽은 권력을 불명확한 이유에 기한 불공정한 방법으로 손쉽게 죽일 수 있고, 권력기관과 언론권력이 나약한 한 인간의 고귀한 권리를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고 정의로운 자가 짓밟히는 이 울분터지는 역사적 선례에 대하여 깊고도, 무거운 마침표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님 보이시나요...전국 방방곡곡에 하이얀 국화꽃이 피었답니다. 우리 대통령님 안녕히 주무세요. 언제나 5월이 되면 우리는 당신이 그리울 것입니다.
| ▲ ⓒ'사람사는세상'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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