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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에는 '돌관 유전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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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에는 '돌관 유전자'가 있다

[기고] 예비타당성 조사 피하려는 정부의 꼼수

영미 속담에 "Everybody's business is nobody's business."라는 말이 있다. 공동 책임은 무책임이라는 뜻이다. 이 문장을 보면 꼭 대한민국의 대형 국책사업이 어김없이 떠오르곤 하는 것은 왜일까?

2007년을 마감하면서 프랑스의 세계적인 통신사 AFP는 세계 7대 황당 뉴스에 대한민국의 무안국제공항을 당당하게 올려 대한민국의 졸속행정이 국제적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한 바 있다. 항공기가 없는 공항은 결국 우리사회 전체의 시스템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한민국의 구성원 모두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지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러한 과오를 교훈삼아 앞으로는 불합리한 행정으로 불필요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하는 초대형 토목공사의 시행이 임박해 있으며, 이 사업의 중심에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의 지침과도 같은 돌관 유전자가 뼛속까지 자리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운하 건설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민의에 의해 사업이 좌절되어 버리자, 또 다른 버전의 토목공사를 일으키려 하는 것이다.

돌관 정신은 대형 건설사들의 경영철학처럼 계승되어 온 것으로,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아도 목표점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돌진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정신"이라고 이종수 전 현대건설 사장이 설명한 바 있다. 이 정신이 그대로 현 정부의 국정에 계승되어 국정을 운영하는 지침이 되어 왔고 나는 이 유전자를 돌관 유전자라고 칭하고자 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이대로 출발된다면 훗날 어쩌면 우리는 국가재정의 고갈과 대규모 환경파괴라는 대재앙에 직면해 역사 앞에 죄인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처럼 스케일이 큰 사업의 시행에는 아주 디테일한 곳까지 고려한 면밀한 계획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삽질을 시작해야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정부는 국민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했으며, 만약 꼭 해야만 한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의견수렴을 거친 후에 예비타당성조사와 타당성조사를 반드시 거쳐야만 함을 명심해야 한다.

IMF 구제금융 시절이던 1999년에 국가재정법에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이 제도는 대규모 재정사업의 사전검증 절차로 추진된 것으로,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이 300억 원 이상인 대규모 신규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평가하여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국가재정법 제38조와 동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제13조에 근거하고 있다.

보편적인 상식을 가진 대중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므로 이 정도의 사전검증 정도는 당연히 거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국토해양부 발표에 의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소요될 재원은 총 사업비가 22조 원 대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 사업비는 과거의 고속철도 사업의 경험에 의하면 최소치가 될 것이 분명하며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소요될 것임을 대부분의 지식인은 공감할 것이다.

최소 22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국가안위에 관한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법 제72조의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해석하여 국민투표에 붙여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면 다소 억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국민투표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사업의 타당성 조사 정도는 반드시 실시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정부는 사업의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한 이러한 법률시스템을 무장해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룡 프로젝트 전체를 수학적으로 기가 막히게 미분하여 고양이 크기로 잘게 나누어 버렸으며, 시행령 제13조 제2항의 개정을 통해 외관상의 법률적 근거를 확보하여 면죄부를 받을 발판을 마련해 두었다. 한마디로 앞으로 시행할 대형국책 사업은 정부 마음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시행령 제13조 제1항은 예비타당성조사의 대상사업을 전술한 것처럼 정의하고 있으나, 제2항은 단서조항으로 예비타당성조사가 제외되는 사업을 제1호에서 제10호까지 나열하고 있다. 이 중 제6호는 "재해예방ㆍ복구 지원, 시설 안전성 확보, 보건ㆍ식품 안전 문제 등으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정의하며, 제10호는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ㆍ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시행령 중 단 네 글자 "재해 예방"에 해당되는 사업이므로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근거가 된 것이며, 세부사업 중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은 공사비를 500억 원 미만으로 잘게 나누거나 혹은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를 300억 원으로 낮추는 편법(한국수자원공사가 사업비를 지원하게 하여 정부지원 규모를 낮추는 방법 등)을 동원하여 9할 정도가 여기에서 면제되어 버린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는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면제될 예정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행될 사업은 그 결과가 어떠하든 합리적 의사결정은 무시되어 버리고 결과 지상주의만 남게 될 것이다. 하천바닥의 준설공사 및 홍수 조절지 건설공사에는 각각 5조 원 이상, 574억 원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모두 재해예방과 관련한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재해예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나머지 세부 사업들은 수학에서 미분을 하는 것처럼 조각조각 잘게 잘라서 각각의 사업비가 500억 원 미만이 되도록 책정하여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해 나가려고 한다.

제방을 보강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은 낙동강이 3477억 원으로 가장 많고, 한강 2423억 원, 금강 2371억 원, 영산강 1038억 원의 순으로 총합계가 9309억 원에 달하지만 이것 역시 모두 동일한 방법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농업용 저수지 87개의 제방고 증설 사업에도 2조 원대에 달하는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87로 나누어 평균 사업비를 모두 200억 원대로 만들어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해 버렸다.

예비타당성조사를 100% 면제하면 속이 보이기도 하고 국민들에게 미안하기도 할 것 같으니까 예의상 몇 개 정도의 세부사업에서만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는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예를 들어 낙동강 구간의 자전거 도로와 공사비는 653억 원인데 이 경우 재해방지 사업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예비타당성조사의 대상으로 하였으나, 이는 구색 맞추기 그 이상의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거나 계획 중인 사업은 전체의 11%인 2조4천773억원 규모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였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법령에 의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22조원 대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을 시행함에 앞서 전체적인 숲을 보는 절차도 없이 그대로 추진하려는 것은 전혀 상식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다.

이미 우리는 과거에 정치적 의사결정이 재무적 타당성이나 공학적인 타당성에 최우선적으로 작용하여 시공되었던 대형공사들의 흉물스런 결과들을 보아왔다. 가까이는 세종 신도시가 그러하고 무안공항, 양양공항, 울진공항, 김제공항 등이 그러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역시 과거의 전철을 답습할 소지가 다분하기에 최소한 예비타당성조사 및 타당성조사를 반드시 시행한 후 사업의 추진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국민 앞에 떳떳한 일일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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