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버짓 미니크마이어가 연기하는 여주인공 지티는 매력적인 여성이다. 섣불리 자유주의 여성이라고 정의하기도 좀 그런 복합적인 캐릭터다. 자기중심적인 것 같지만 상대와의 소통 속에서 자기의 기질을 늘 관철시키고야 마는 유형의 여자다. 어떤 틀에도 가두기 힘들고 일상이 늘 자그마한 잔치와 같은 것이어야 만족하는 여자다. 물론 남자는 그런 여자가 좋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다. 휴가지에서 친구를 우연히 마트에서 봤을 때 크리스는 일단 피곤한 성격의 그를 피하지만 그가 저녁식사에 초대하자 거부하지 못한다. 시시껄렁한 대화가 오가는 저녁식사 초대자리에서 크리스는 대충 맞춰주지만 지티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식사자리의 분위기는 썰렁해지고 크리스와 지티는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다.
습관적인 관계의 각질따위는 지티에게 맞지 않는다. 우리가 대충 묻어두며 넘어가는 온갖 일상의 관행에 대해서도 아마 지티는 똑같은 태도를 보일 것이다. 앞으로의 삶에 대해 초조하게 적응하려고 하는 크리스에게 그런 지티의 성격은 부담스럽다. 부럽기도 하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자꾸 생기는 것이다. 지티는 처음에는 그런 크리스가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하지만 나중에는 그녀가 먼저 크리스를 떠날 결심을 한다. 삶의 소심함, 순응적으로 맞춰가며 사는 삶의 굴레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젊은 시절 다른 기질의 삶을 꿈꾸었더라도 그걸 고수하기는 쉽지 않다. <에브리원 엘스>의 스토리는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중산층 젊은 커플의 휴가지에서 삶에 대한 환상과 불안이 끊임없이 연인관계인 두 남녀의 마음에 교차하는 것을 포착한다.
| ▲ <에브리원 엘스> |
영화 속 한 장면에서 크리스는 투명한 유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걸어나가다가 문에 부딪쳐 이마에 피가 나는데 별다른 사건이 없는 이 영화에서 징후적으로 드러나는 이런 에피소드는 그들 젊은이들의 삶의 미래에 대한 자그마한 전조처럼 보인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 크리스는 지티의 충동적이고 역동적인 기질에서 자꾸 불안만을 끄집어낸다. 거꾸로 지티는 그런 소심한 크리스의 모습에서 실망을 느낀다. 흔한 성격차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들의 상반된 기질은 단단하게 옥죈 사회 시스템을 대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드러낸다고 할 것이다. 아내가 임신한 친구 부부를 보며 그들은 정상적인 사람들의 속물적인 의식만을 느낄 뿐 동참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속물적인 삶의 기준을 떨쳐낼만큼 용기가 있을까.
<에브리원 엘스>의 결말은 어느 쪽으로도 고정되지 않은 이들 커플의 미래를 가볍게 암시한다. 다친 척 하며 누워 있는 지티의 꿍꿍이를 진작에 알아챈 크리스는 시큰둥하지만 한때 결별을 통고했던 지티는 여전히 밝고 활달하다. 그게 젊음의 속성이겠지만 그들의 삶의 진행형에 어떤 목적지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지티 캐릭터는 예측불가의 복합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혹적이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그녀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감독 마렌 아데는 본분을 다한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