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개성은 한반도 최대의 공단지역, 특히 남측 중소기업의 엘도라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의 법률혼 이전 '실험동거'를 하고 있는 셈"
이날 문성현 민노당 대표와 노회찬 의원, 이용대 정책위 의장, 김기수, 박인숙 최고위원 등 당직자 16명과 함께 방문한 개성공단은 핵실험의 후폭풍과는 상관없이 활기찬 분위기였다. 북측에서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박철수 부총국장이 직접 나와 방북단을 맞았다.
|
개성공단에서 현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은 모두 18개 업체. 총 1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이들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북한 측 노동자 대부분은 혈색과 표정이 좋았다.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점심식사를 마친 일부 노동자들이 모여서 배구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004년 11월 200명의 노동자로 시작한 개성공단은 2년 만에 50배로 인력이 늘었다. 1차로 조성된 100만 평의 부지에는 추가로 10개의 업체들이 공장을 짓고 있었다. 수도와 도로 등의 기반시설은 이미 80% 이상 완성됐다. 공원과 호텔도 곧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통신, 토지공사, 한국전력 등 남측 공기업의 개성사무소와 우리은행 개성지부, 심지어 한 유명 편의점의 개성지점에도 북한 노동자가 투입돼 함께 일하고 있었다.
노회찬 의원은 "개성(開城)은 '성을 열다', 즉 남북이 각자의 성을 연다는 뜻"이라며 "(남북한이) 법률혼 이전 실험동거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개성공단"이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된 초긴장 상태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그대로 유지됐다"며 남쪽에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만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안전판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라고도 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김동근 위원장은 "현재 일하고 있는 1만여 명의 노동자, 즉 1만 가구에 대한 생활비 보장, 북한에 대한 기술이전 등의 의미가 크다"며 "그 외에도 함께 일하며 문화단절을 극복해 나가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 등 대기업이 투자해야
|
그러나 개성공단의 미래가 무조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었다. 우선 제기되는 것이 대기업 투자의 필요성이다.
노회찬 의원은 "대기업들이 수도권에서 무리하게 공장을 신축하려다 생기는 남남갈등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삼성이나 LG 등 책임 있는 대기업이 조금 멀리 내다보고 개성공단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생산된 제품의 국내산 인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수출의 활로를 뚫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공단 전체가 신축 건물이기 때문에 샤워장, 헬스장, 식당 등 각종 복지시설을 충분히 갖추긴 했지만 아직까지 열악한 북한 노동자들의 작업환경도 문제였다.
실제로 한 신발공장에 들어서자 고무와 화학약품, 접착제 냄새가 작업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생산라인에서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벽마다 환풍기가 설치돼 있었고 커다란 창문도 열려 있었지만 각종 화공약품 냄새를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렵게 접근한 한 여성 노동자에게 '마스크를 왜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더 답답하다"고 말했지만 다른 한 노동자는 "그냥 참는다"고 대답했다.
박인숙 최고위원은 "한국의 산업화 시기인 60~70년대처럼 아직까지는 명확한 근로환경개선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문제도 아직 진전된 바가 없다.
개성 관리위원회의 김동근 위원장조차 "남쪽의 보험처럼 원천징수하는 금액 말고는 현금이든, 물건이든 모두 북한 근로자에게 가는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다만 임금을 화폐로 직접 지급하는 절차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절차적인 투명성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
"다른 지역에 비하면 개성은 천국"
그러나 개성 근로자들은 다른 북한 주민에 비하면 훨씬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한 섬유업체의 김 모 관리부장은 "다른 지역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너무나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북한 노동자들에게) 개성공단은 천국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었다.
'남한의 자본주의적 관리와 북한의 사회주의적 노동의 결합'이라는 문성현 대표의 의미부여는 현재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개성을 통한 '협력의 실험'이 도달해야 할 목표처럼 보였다.
성문은 이제 막 조금 열렸을 뿐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