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가 용산4가 남일당 옥상 위에서 불탔다. 아직도 그 화염은 가시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오늘도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씨의 한국공항공사 사장 임명에 반대해 김포공항 앞에서 고통을 부르짖고 있다.
참사 후 4년 넘게 지났지만, 용산 참사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다. 오히려 사회 이곳저곳에서 사회적 빈곤과 차별,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한 탄압이 끊이지 않으며 제2의 용산, 제3의 용산이 끊임없이 복제되고 있다. 이러한 '용산'의 문제를 돌아보고 잊지 않기 위해, 제4의 용산이, 제5의 용산이 없어야 한다는, '이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사회적 경고등을 세우기 위해 이 연재를 시작한다.
연재에는 당시 용산을 함께 지켰던 수많은 이들과 지금 다시 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릴 예정이다. 용산의 아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참사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누구도 용산에서와 같은 아픔을 당하지 않을 그때 비로소 우리는 용산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기고자>
망각이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최근 들어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는 이름이 있다.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그가 누군가. 권력의 '시다바리'가 되어 용산 참사의 주역 노릇을 했던 인물이다. 용산 참사의 책임자로서 서울지방경찰청장직을 사퇴했던 그는 종종 악령처럼 우리 앞에 나타나 그때를 되새기게 한다. 단 한 점의 수치심이나 죄의식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잊고 있었다"는 자각과 함께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어금니를 물게 된다.
| ▲ 꼴찌 점수를 받고도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돼 낙하산 논란을 빚은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연합뉴스 |
이명박 정권이 그랬듯, 박근혜 정권은 치명적인 오점과 하자 덩어리의 인물들을 요직에 앉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공생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걸 그들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부터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는 국민에게 그야말로 '참사' 수준이다. (☞ 관련 기사 : "용산참사 김석기 발탁, 박근혜 국정 철학인가")
김석기의 재림은 죽음을 경고하며 텅텅 망루를 치던 공포의 컨테이너를 떠올리게 한다. '김석기'라는 이름이 재생시키는 기억은 언제나 생생하다. 용산 참사, 그 가공할 파노라마는 결코 시간과 함께 기억 저편으로 보내버릴 일이 아니다. '닥치고 진압',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며 총지휘자였던 김석기의 속전속결 '살인적' 진압 작전의 야만은 국가적 폭력의 트라우마로 우리에게 남았다. 그는 죽음의 무게와 같은 책임을 내팽개치고 버젓이 부활한 것도 모자라, 거짓 사죄와 망발로 유가족들을 다시 4년 전 악몽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공기업의 요직을 도둑놈 장물 나눠먹듯 차지한 김석기가 취임 전에 했던 자기 합리화는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언론에서 '용산 참사에 대한 사죄'라고 그가 한 말은 이렇다. "그 당시 내가 맡은 일을 불가피하게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희생자가 발생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유명을 달리한 분들에게 충심으로 명복을 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차례 대국민 사과를 하고 번번이 뒤통수를 쳤던 것과 판박이다. 책임질 의지 없는 사죄, 영혼 없는 사죄, 거짓 사죄는 모독이며 악이다. 유가족이 어떻게 피켓을 들고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용산 진압은 정당했다"거나 "미국 경찰이었으면 발포했을 것이다"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고 그가 유가족 앞에서 참회하지 않는 한 용산의 문제는 4년 전이나 4년 후인 지금이나 그대로다. 그리고 용산의 문제가 그대로 존재하는 한 김석기 부활에 반발하는 유가족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이명박 정권 5년을 보내고 박근혜 정권 탄생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별별 '막장'을 다 경험했다. 그러나 정말로 소름 끼치는 것은 무엇보다 그들의 신앙이다. '나는 옳다'는 굳건한 신앙. 야만과 참사를 가져오는 것은 그런 왜곡된 신앙이다.
지난 13일 김석기 퇴진 운동과 출근 저지 농성을 벌이던 용산 참사 유가족들이 전원 연행됐다. 업무 방해 혐의와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았다. 용산 참사의 주범과 그 배후의 권력은 아직도 이렇게 믿고 있는 것 같다. '너희는 사람이 아니다.' 청와대로부터 낙하산 은혜를 받은 자, 유가족에게 거짓 사과를 한 자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옳다'는 신앙을 가진 자의 멘탈은 일관되게 뻔뻔하고 잔인하다.
박선희 소설가는 2002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고, 2009년 제3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대산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출간된 책으로는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와 소설집 <미미 美美>, <줄리엣 클럽>, <도미노구라파식 이층집>, <그 놈> 등이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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