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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과 근시안이 낳은 사생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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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과 근시안이 낳은 사생아에 불과하다"

[개헌 짚어보기 3] 한 헌법학자의 정부시안 비판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의 '정치적 성격'에 대한 논쟁이 열띠게 진행되고 또한 개헌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낮은 터라 막상 개헌시안의 법리적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제기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개헌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현행 헌법이 지고지선의 원칙이 아닌 다음에야 언젠가는 개헌논의가 재개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8일 공개된 개헌시안의 국회 및 국민투표 통과 여부를 떠나 이에 대한 법리적 논의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 <프레시안>의 생각이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 연구원을 역임한 헌법학자인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가 이번 시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김 교수는 특히 개헌시안에 포함된 '대통령 궐위 시 잔여임기 조항'에 대해 "직선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정부형태의 체계정합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난 달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와 전남사회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개헌공개대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했던 김 교수는 글을 전하면서 "헌법학적 견지에서 볼 때 이번 시안은 법리적 정합성도 충분치 않다"며 "내가 공부가 부족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지난 해 9월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소장 지명자 문제로 국회가 공전을 겪고 있을 당시에는 소장 헌법학자 35인의 성명을 적극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김 교수와 소장 헌법학자들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헌재소장의 임명조건에 대한 헌법규정과 관련하여 헌법재판관의 신분을 먼저 취득한 자만이 헌재소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해석은 옳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조순형 민주당 의원과 한나라당의 헌법해석을 비판하며 사실상 정부 쪽 입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다음은 김 교수의 기고글 전문이다. <편집자>


2007년 3월 8일 정부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이 노무현 대통령이 연초 제안한 4년 중임제 개헌안의 시안을 공개했다. 나는 이미 여러 공론과정을 통해 4년 연임제와 원 포인트 개헌안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헌법정신과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신중한 개헌논의를 주창해 왔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민주화와 세계화라는 대내외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나는 이런 상황에 입각해 참여정부의 개혁이 성공하기를 누구보다도 기원했다.

그러나 개혁의 기치 아래 발표된 개헌안은 개혁이라는 목적은 온데 간데 없고 원인과 대안의 논리적 비약을 서슴지 않는 개악을 추구함으로써 정략적이라는 개헌반대론의 의심을 더욱 키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어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 어떤 이유보다 국민의 숙의가 선행돼야"

이번 개헌안은 크게 다음 네 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 개헌발의로 나아가는 과정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국가원수이자 행정권의 수반으로서 개헌발의권을 가진 대통령의 개헌제안에 대해 여론을 내세워 무시하는 주요 언론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가기본법인 헌법을 개정함에 있어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의 충분한 숙의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고 시간의 촉박함을 이유로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에 의한 지배는, 헌법 제정의 주체이자 그 헌법의 지배를 받아 헌법을 지켜야 하는 국민의 주도와 합의로 형성된 헌법에 의해서라야 가능하다.

개헌론자들이 주장하듯이 1987년 헌법이 시민혁명적 계기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제한 때문에 대통령 직선제와 헌법재판소의 설치 등 소기의 목적만을 달성한 채 불완전한 매듭을 맺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행 1987년 헌법은 그동안 네 차례의 평화적 정부교체와 인권의 비약적 신장을 이뤄내었다. 이러한 성공은 국민의 의지가 형성된 바가 헌법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헌법의 불완전함을 빌미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개헌을 발의하려는 최근의 형국은 현행 헌법의 어떤 부분이 무엇 때문에 문제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의식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됨으로써 개헌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상실되고 있다.

청와대는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다수가 지지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론은 1987년 전국의 광장에서 표출되던 개헌의지와 비견될 수 없다.

더구나 청와대가 스스로 문제 삼았듯이 현행 헌법상 불가능한 노무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과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이라는 인식이 국민의 20%에 육박할 정도로 헌법에 대한 국민의 인식수준이 높지 않다.

그리고 정치권의 무능으로 인한 국정의 비효율과 불안정성을 언론이나 일부 정치권, 학계에서 5년 단임제의 제도적 문제 탓으로 잘못 진단함으로써 개헌에 대한 여론이 타율적으로 조성된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충분한 숙의가 없는 개헌은 아무리 이론적으로 치장하더라도 헌법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해 낼 수 없다. 결국 개헌이라는 과제에는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진지한 숙고과정이 그 무엇보다도 요청된다.

"단임제로 못 푼 문제가 연임제로 풀리나"

둘째, 대통령 5년 단임제를 1987년 헌정이 불안하고 비효율적으로 된 근본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은 원인진단의 착오이며 그 대안으로 4년 중임제를 제안한 것 역시 착시현상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 토론회와 글을 통해 밝힌 적이 있지만 헌정은 제도와 정치문화의 유기적 관계에 의해 그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한 헌정제도는 헌법적 제도와 헌법하위적 제도의 결합이며 대통령제나 내각제와 같은 헌법상의 권력구조는 헌법하위적 법률적 차원에서 구체화될 수 있는 정당제도 및 선거제도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그 성패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5년 단임제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들은 오히려 우리 정치문화의 후진성과 헌법하위적 제도의 불완전성 탓으로 돌려야 마땅하다.

예를 들어, 합의정치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정치권의 정치력의 부재, 이러한 정치문화를 구조화시키는 상대 다수대표제에 바탕을 둔 국회의원 선거제도, 정치적 자율성이 약한 정당조직, 스스로 정치세력화하고 있는 주요 언론의 여론 동원체제, 과도한 정치화와 탈정치화가 공존하는 정치문화가 문제인 것이지 5년 단임제의 문제라거나 대통령이나 국회의 권한배분과 행사상의 협력체제가 문제가 아니다.

특히 4년 연임제와 5년 단임제의 차이는 지극히 상대적이며 과대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둘 다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제의 장단점이 여러 측면에 따라서 부분적으로 달리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통령 단임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사실상 4년 연임제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점정부나 여대야소의 문제점이라든지, 대통령의 책임정치가 실현되기 어렵다든지, 레임덕의 문제라든지 하는 것들은 모두 대통령제 자체의 문제점이지 대통령의 임기나 연임제의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이 우려하는 여소야대 정부도 4년 연임제에 대선과 총선을 동시 실시한다고 해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증거가 없다. 대통령의 책임정치도 4년에 한번 심판한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고, 여소야대 상황 역시 내각책임제를 하지 않는 한 임기가 4년이든 연임해서 8년이 되든 대통령제 하에서는 원천적으로 그 가능성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단임제의 경우 레임덕이 연임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빨리 올 수 있는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높은데 보다 거시적으로 보면 연임제라 해서 레임덕을 피할 수는 없다. 결국 레임덕이나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대통령의 리더십 또는 정치권이 대립적이거나 전투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사안별로 합리적으로 현안을 해결해 내는 합의적 상생적 정치문화가 얼마나 성숙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다.

결론적으로 현재 5년 단임제의 대안으로 4년 연임제를 논하는 것은 원인과 대안을 제대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내각제나 제3의 정부형태를 더욱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민주화 됐으니 독재화는 힘들다는 주장은 맹목"

셋째,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주기를 일치시키는 것도 문제다. 동시선거 혹은 근접선거로 기대하는 효과가 반드시 발생한다는 실증적 보장도 없지만 그러한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문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주기의 일치에 의한 여대야소는 대통령제의 독재화 경향을 강화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주화 수준을 고려할 때 독재화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은 맹목적이다.

우리는 괄목할 민주화 수준을 달성하였지만 정치행태와 문화의 측면에서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개헌론도 제기되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여대야소의 항상화는 내각제의 본질에 속하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보장되는 대통령제의 경우 오히려 회피되어야 할 상황이다.

대통령제의 본질은 의회와 대통령 간의 민주적 대표성의 이원화를 기초로 하여 엄격한 권력분립 하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통해 현대판 군주인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통제하는 것이다.

대통령제의 원형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경우에도 의회가 양원제로 분권적 구성형태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으로 대통령의 임기보다 길고 3그룹이 2년 주기로 순차적으로 개임(改任)되는 제도로 운영되고,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으로 대통령의 임기보다 짧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는 구도다.

우리의 경우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독립된 개별 국가권력의 구성원의 임기에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소극적 권력인 사법권력보다, 대통령을 가장 일상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 바로 대통령과 동급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의회권력인데 바로 그 의회권력을 대통령 소속 정파에게 맡기는 것을 추구하는 정부형태는 더 이상 대통령제의 본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외피만 대통령제이지 사실상 행정권과 의회 다수파의 일치라는 내각제의 본질을 추구하는 제도인 것이다.

"민주적 정당성을 치명적으로 훼손"

넷째,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주기의 일치화를 추구하기 위하여 개헌시안이 궐위 시의 잔여임기와 관련한 세부조항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 조항들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안 가운데 대통령 궐위 확정절차를 명확히 하는 부분은 그동안 헌법의 흠결로 지적되어 온 바이므로 만일 개헌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개정내용으로 포함시켜야 할 내용이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주기 일치를 위한 세 가지 대안의 경우 선택의 문제이지 어느 하나의 절대적 우월성을 주장할 수 있는 본질적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를 전임자의 잔여임기로 제한한다거나 잔여임기가 1년 미만인 경우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는 것은 직선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정부형태의 체계정합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로지 임기주기의 일치를 위하여 새로이 국민 직선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임기를 전임자의 잔여임기로 제한하는 것은 대통령 직선제의 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 대통령제의 특징이자 목적은 국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에게 절대임기를 보장함으로써 안정적인 국정수행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1년 정도의 짧은 임기를 가진 대통령을 따로 뽑는다는 것은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주 짧은 임기의 대통령을 새로이 선출하기 위하여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대통령선거를 반복하여 치르는 것은 선거의 빈발을 이유로 임기일치를 추구하는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전임대통령과 민주적 정당성을 동급으로 획득하고 있는 부통령제를 두는 것이다. 부통령제를 두지 않으려면 현행처럼 보궐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에게도 새로운 임기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

임기가 1년 미만인 경우 국무총리나 관계국무위원들이 순차적으로 대행하도록 하는 제안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직선 대통령제의 본질상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은 완벽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부통령제를 두고 있지 아니하면서 국무총리제를 두는 현행 체제와 같이 궐위상황에 대비하여 헌법의 명문규정에 의해 예외적으로 단기의 기간에 민주적 정당성이 약한 국무총리나 다른 국가기관이 담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4년 임기의 대통령제 하에서 11개월 가량의 대행체제를 일상적으로 예정하는 것은 그러한 예외적 상황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으로 직선제 대통령제와 부합되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헌법상의 지위를 갖는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의 훼손은, 아무리 헌법에 근거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 대통령 지위나 정부 형태를 포함한 헌법상의 권력구조를 지도하는 기본원리인 국민주권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다.

결국 오로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주기의 일치를 위해 이런 순리를 배척하는 것은 소를 위하여 대를 희생하고 예외를 위하여 원칙을 훼손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감히 충언한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개헌시안은 강박과 근시안이 낳은 불행한 사생아의 운명을 띠고 있다.

대통령 단임제가 부분적으로는 기여하기는 하나 근본적으로 후진적인 정치문화와 선거제도, 정당제도에 기인한 권력구조의의 비효율의 문제점를 해결하려는 강박감에 헌법 전체의 체계나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대한 종합적 검토없이 근시안적인 땜질식 처방을 내려 놓고 무관심한 국민의 관심을 끌려고 하고 있다.

개혁의 과제가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호흡을 길게 갖고 도도한 민주화의 흐름에 대한 확신에 따라 개혁과제를 신중하게 다룰 것을 감히 개헌론자들에게 충언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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