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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세월호 비극, 슬픔에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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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세월호 비극, 슬픔에 정답은 없다

가족의 치유, 공동체의 치유, 그리고 신뢰의 회복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대참사를 직접 경험했던 뉴올리언즈의 툴레인 대학교 정신과 교수 스테이시 드루리가 세월호 비극에 마음 깊이 아파하면서 소중한 조언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스테이시 드루리 교수는 소아 청소년 정신과 협진 팀장이며, 외상이 소아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특히 유전학적 수준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은 미국 국립정신보건원의 황순조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이 글을 게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세월호 생존자들과 그들의 가족, 실종자들과 사망자들의 가족, 그리고 안산 지역 공동체와 사고 현장에서 애쓰는 모든 이들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 글의 조언이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

▲ 4월 18일 밤 11시경 단원고 학생과 지역 주민들이 강당에서 '세월호 침몰'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프레시안(이명선)

세월호 참사는 단지 그 배에 타고 있었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넘어서,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단원 고등학교의 다른 학생들, 선생님들, 친구들, 지역 사회의 일원들, 지역 사회 지도자들, 그리고 구조에 참가했던 많은 인원들은 이 사고의 원인을 이해하기 힘들어할 것이며, 그들이 했던 일과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후회하고, 그들이 사고에 직면해서 달리 할 수 있고 해야만 했던 일들은 없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이 참사의 영향과 정서적 스트레스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다가올 몇 개월 동안, 어쩌면 수 년 동안 사고와 관련된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사고로 슬퍼하고 애도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은 향후 몇 개월간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이지만, 공동체와 가족, 그리고 개인 사이의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바로 지금 시작해야만 합니다.

회복하려는 노력이 사고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들의 회복에 기울이는 노력만큼, 그 사건을 지켜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회복의 과정은 지금 시작되어야만 합니다. 답이 주어지지 않은 질문과 불확실성은 계속 남아 있지만, 지금은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의 부모, 형제들, 친지들과 친구들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들의 상실감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인지하고, 그들이 각자의 애도 과정을 거치는 동안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확신을 주는 것, 그리고 이 애도의 과정에 다른 방해 요인들이 끼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이 사랑했던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치유를 돕고 지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참사로 인한 정서적 충격을 이해하는 것이 이러한 회복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진도 바닷가에서 실종자 가족이 하염없이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1) 외상 반응은 나이와 관련 없이, 영유아로부터 지역 사회에서 가장 현명하고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까지 예외 없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외상은 나이, 성별, 혹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발생합니다. 누구나 외상으로부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외상 반응은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나, 혹은 그들의 가까운 가족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모든 친구들, 친척들, 이웃들 역시 예상치 못한 강력한 공포, 불확실성, 분노가 다양한 강도로 터져 나올 수 있는 상실감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3) 정서적 고통과 애도의 흔한 징후로는 수면 장애, 식욕 저하, 분노 감정의 증가, 새로이 나타나는 공포 감정,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분리 불안, 짜증,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폭식, 폭음, 과흡연 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4) 구조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 역시 높은 노동 강도와 발굴된 시신을 가족들에게 인도하는 과정에서의 정서적인 괴로움으로 인해 탈진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지지와 면담, 신체적 피로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은 구조 작업을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관련자들의 이차 외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외상의 충격이 가장 큰 위험군은 가장 큰 강도의 외상에 노출되었던 사람들, 이전에 이미 다른 외상의 경험이 있었던 경우, 그리고 과거에 정신과적인 병력이 있었던 경우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외상의 충격은 개인차가 크며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이 외상을 어떻게 소화해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감정이 “올바른가” 같은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 4월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내 체육관에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진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프레시안(최형락)

6) 사고 때문에 충격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이 도움을 주어야 하는 입장에 처한 사람들의 경우, 가령 단원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경우, 다른 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의무가 큰 부담을 주는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을 포함하여 담당 상담사, 정신 치료사, 정신과 의사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고 주지시켜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들이 다른 이들에게도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7) 무엇이 잘못되어 이런 참사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누가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미래에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과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비난, 손가락질, 그리고 사실 확인 없이 유언비어를 확산시키는 행동 등은 지역 사회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분노, 죄책감, 비난 등은 이러한 종류의 사고가 있을 때 매우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감정 반응이고, 분명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지만 여기 따라 행동하는 것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뿐더러, 이미 외상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강화시킬 뿐입니다.

8) 사람에 따라 서로 상이한 감정을 가질 수 있음을, 이러한 사고 앞에 어떻게 느끼고 처신하는 것이 “올바른가”라는 정답이 없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사고에 관한 대화는 권장할 만하고, 특히 아이들과도 적절한 대화를 나누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동시에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일상의 규칙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모두가 참사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조금 물러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9) 이런 미증유의 참사 와중에도, 우리가 서로를 돕고 지지하는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놀랍습니다. 우리의 긍정적인 힘이 빛나는 순간들을 찾아내 소중히 여기십시오. 이러한 순간들이야말로 공동체에 일말의 희망을 주고, 공동체를 다시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 '통곡의 커튼'. 커튼 안쪽에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커튼 너머 경찰들도 괴로워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덮치는 대참사가 벌어졌습니다. 그때 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심정으로 저와 제 가족들, 지역 사회가 겪어야 했던 모든 사건들을 목격했습니다. 누구도 우리가 그 사건을 경험하고 “생존자”가 됨으로써 “더 나아졌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 제 가족, 그리고 제가 사는 지역 사회가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우리는 같이 울고, 애도하고, 그리고 그 외상의 경험에서 회복됨으로써 다 함께 좀 더 강해졌고, 이전보다는 덜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또한 그 비극의 이전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단단히 엮어졌습니다.

이러한 희망을 발견하고 공동체의 다른 일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여러분들 역시 고통의 경험을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조직체를 엮어내고, 그 고통의 무게가 개개인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 되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이 훌륭한 문화를 가진 나라임을 알고 있고, 서로를 위하고 돕고 지지하는 공동체의 전통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놀라운 회복력으로 수많은 외상의 경험을 극복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세요. 여러분의 공동체를 치유하는 과정이 바로 지금 시작되기를 희망합니다. 아마도 우리의 이러한 경험을 나눔으로써, 외상으로 인한 상처보다는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공동체의 잠재력이 보다 뚜렷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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