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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석유가 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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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석유가 나온다면?

[함께 사는 길] 기본소득, 상상해야 현실이 된다!

황당한 주장 하나, 재산이 많고 적거나 상관없이, 노동을 하는지 마는지에 관계없이 정부가 일정한 금액을 시민들에게 지급합시다! 그리하여 모든 시민은 기본소득을 누릴 수 있게 합시다!

현실의 사례 하나, 알래스카. 알래스카에 1년 이상 거주하는 모든 주민들은 북극해에 면한 유전에서 석유가 나오면서 매해 일정한 금액의 '영구기금 배당금'을 지급받는다. 이 이야기는 이미 1982년 <동아일보>에서 기사화되었고,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알래스카처럼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곳에서는 그저 알래스카 이주를 꿈꾸는 수밖에 없을까?

진지한 연구 하나, 버몬트. 개리 플로멘호프트라는 학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하자원이 없는 버몬트에서도 시민들에게 상당한 액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 물·깨끗한 공기·광물·숲·물고기·야생동물·토지처럼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인터넷·방송주파수처럼 사회 전체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공유재 역시 사회 공통의 재산이며, 따라서 시민들은 그 공유재에 대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불가능한 가정 하나, 우리나라에서도 만약 알래스카처럼 석유가 나온다면? 그렇다면 국가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어떤 기업에 의해서 철저히 사유화되지 않을까?

사소한 근거 하나, 제주도의 지하수는 지역 주민들에게 순수한 이익으로 환원되고 있지 않다!

▲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하승수 지음, 한티재 펴냄) ⓒ한티재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하승수 지음, 한티재 펴냄)는 기본소득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위해 알래스카의 사례부터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까지 동원하고 있다. 대동강의 소유권이 봉이 김선달에게 없는 것처럼, 자연이라는 거대한 공유재는 공동체 모두의 소유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알래스카의 배당금은 지구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다음 알래스카의 사례가 설득력이 있다고 인정한다면, 다음 단계로 기본소득이 그저 아무에게나 공짜로 쥐여주는 용돈이 아니라는 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말해두자면, 공유재는 자연환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생산되는 무엇이다. 교육제도와 보건제도, 정치제도 등과 같은 사회적 공유재, 생태지식이나 과학 지식, 기술적 진보와 같은 지식 공유재까지….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는 발 빠르게 선점하는 누군가에게 그 소유권을 인정해주었던 것들이다. 지금 이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기본소득이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다. 누구의 것도 아닌 유무형의 재산들을 모두의 것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배당금을 받듯, 공유재의 사회적 주주로서 그에 합당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여전히 기본소득에 관한 주장은 지금-이곳에서 공상 사회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도 돈을 주어야 하는가, 왜?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부자에게까지 기본소득을 주자는 말인가, 왜? 좋다, 그럼 그 엄청난 재원은 대체 어디서 마련할 건데? 숱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리라는 건 너무 뻔하다. 어쩐 일인지 우리 사회는 '공짜'에 대해서 너무나도 완고하다. 심지어는 의무교육기관에서 아이들에게 지급하는 밥마저 공짜 밥 취급을 하는 지경이다. 완고한데 이중적이기까지 하다. 일부의 기업들이 한없이 공짜에 가깝게 공유재를 활용하고 있으며, 무한한 세금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세상이 되지도 않는 공상으로부터 변화의 동력을 얻어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일정한 나이가 된 모든 사람들이 보통선거권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100년 안팎밖에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재산이 있는 남자만 선거권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선거권을 가지고 있다." 기업과 개인이 내야 할 만큼의 세금을 내고, 그리하여 누구나 먹어야 할 만큼의 밥을 먹고, 누려야 할 만큼의 사회적·환경적 재산을 누리고, 누린 만큼 그 대가를 지불하는 세상을 꿈꾸는 게, 보통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투표권을 갖게 하자는 상상보다 더 말이 안 되는 일일까? 그러므로 우리에게 상식적인 상상을 허하라!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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